A, B 두 사람이 있다고 하자. A는 B보다 연장자이다. A가 일처리를 하는 데 있어(직장에서건 일상생활에서건)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고 B가 그를 따르기를 바란다면... A는 꼰대일까, 아닐까?
요즘 나는 직장에서 후배 사원들과 대면하면서 스스로 묻곤 한다. 나는 꼰대일까, 아닐까? 특히 90년대생들을 대할 때는 (대체로) 문화 충격을 느낀다. 세대 간 사고방식이 다른 것은 당연하지만... 내가 문화 충격을 느끼는 이유는 이야기를 하는 데 필터링이 없기 때문이다. 상사와 동기, 후배나 부하직원에게 말을 걸 때는 상대에 따라 화법도 달라지지 않는가? 그런데 그런 게 없다. 뭐랄까... B씨, 그게 지금 나한테 할 말이야? 라고 대꾸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 책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오는데, 사원들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마련했더니 결국 부장이 상처를 받아서 시행이 중지된다는 거다. 상처를 받는다는 걸 다르게 이야기하면 자존심이 상했다는 것. 꼰대스럽게 이야기하자면 니가 어떻게 감히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느냐? 정도가 되겠다. 가끔 억지를 부리는 상사들에게 일을 갓 시작한 사원들이 한 마디 날릴 때는 솔직히 통쾌할 때도 있다. 대박이다, 용기있다 그런 생각도 든다. 하지만 그 한 마디가 나를 향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러면 나는 여지없이 꼰대가 되어 버린다. 그게 지금 나한테 할 말이야?
하지만 꼰대에게도 사정은 있다. 어쩌면 저자는 나와 비슷한 꼰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이해가 안 되는 이 세대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할지 그 자신도 모르겠어서, 자신과 같은 꼰대들을 위한 지침서를 쓴 느낌. 이 책에서 저자는 90년대생의 특징에 대하여 정리하고, 그들이 왜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게 되었는지 또 거기에 기반한 라이프 스타일이 우리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서술한다. 인터넷, 소비 문화 등에서 우리가 어렴풋이 느끼는 변화를 짚어준다는 점에서는 탁월하다 느꼈고 또 이 세대의 키워드는 단순함, 의심, 즉각적인 반응이라는 점에 공감했다.
도제식 직무가 왜 이들에게 어울리지 않는가? 사수와 싸우는 신입사원에게서 답을 엿볼 수 있다. 너무 숨이 막힌단다. 선배는 왜 선배 생각만 강요하냐는 것이다. 선배는 신입사원에게 무엇을 가르쳐 줬을까? 자기 노하우였다. 이 일은 이렇게 하면 가장 빠르고, 저 일은 저렇게 하는게 가장 효과적이다. 싫단다. 자기는 자기의 방식이 있단다. 나는 여기서 두 가지에 무척 놀랐는데, 일을 가르쳐주는 방식이 '숨이 막힌다'고 표현한 것이 첫째였고 그것은 사수에게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는 점이었다. 나는 어땠나? 나는 그냥 하라는대로 했다. 시간이 흐르고서는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했다. (물론 내가 그 분위기에 익숙해졌을 수도 있다)
그리고 회사에는 시스템이 있지 않은가. 그 직급체계같은 것을 무시하는 경우도 있었다. (물론 이 경우가 아주 일반적이진 않다) 그리고 이런 질문도 한다. 9-6 근무이면 딱 9시에 도착하면 안 되냐는 것이다. 10분 전에는 도착하는 게 좋지 않을까? 했더니 10분 일찍 오면 돈을 더 주냐고 묻는다... 10분 늦게 온다고 덜 주진 않잖아? (물론 근태 점수가 깎인다) 그런 진심인지 뭔지 모를 문답을 하고 있자면 뭔가... 오묘한 감정이 드는 것이다. 미지의 세계에 발을 들인 느낌.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어떻게 이런 행동을 하지? 어떻게, 어떻게, 어떻게. 그러다 결국 깨닫는 거다. 아, 내가 더 이해해야겠구나. 내가 더 알아야겠구나. 공부해야겠구나.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읽어볼만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사회를 이끌어갈 세대들을 이해하기 위한 첫번째 발자국을 뗀다는 의미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