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블로그 전체검색
싯다르타

[도서] 싯다르타

헤르만 헤세 저/권혁준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혼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싶어 이 책을 샀다. 헤르만 헤세의 글은 학창 시절에만 읽었고, 가장 최근에 봤던 작품이 『데미안』이었다. 그래서 나는 헤세의 작품 세계에 대해 잘 모른다. 한때는 지드와 헤세를 헷갈리곤 했는데 두 사람 다 구도의 여정을 작품 속에 그려냈기 때문인 듯했다. 헤세의 작품은 지드 보다는 읽기 편하다. 헤세의 글 역시 시적 언어로 가득하지만 지드의 글보다는 좀 더 편안하게 마음을 감싸주는 것이다. 지드의 글은 읽고 생각하고 또 고민해야 하는데 헤세의 글은 살포시 그 분위기에 젖어드는 듯하다.


앞서 말했듯이 이 책을 선택한 이유는 나름의 정신적 고통 때문이기도 했지만, 역자의 이름을 보았기 때문이었다. 권혁준 교수님의 이름은 카프카의 『성』에서부터 또렷이 기억했다. 카프카 작품 중에서는 『변신』을 완독하였고... 아주 예전에 『심판』도 보았다. 아마도 그 때 『성』도 보았을 것이다. 대학에서 독문학을 전공했던 친구에게 물어 보았다. 카프카의 『성』이라는게 'K가 주인공이고 성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계속 못 들어가고 또 들어가려고 하는데 못 들어가고 결국 못 들어가는 얘기 아냐?' 했더니 맞다고 한다. 그러면서 그 책을 번역한 사람은 진짜 대단한 사람이라고 하는 것이다...


카프카가 소설 장르를 완성시켰다는 평을 듣는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데,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더니 다른 친구가 또 끼어드는 것이다. '결말을 지은 적이 없어서 그런 거 아니야?' 꽤 그럴 듯한 이야기라 생각했다. 나야 카프카 소설을 제대로 읽은 적이 없어 그 작품 세계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한 가지는 안다. 소설 깨나 읽었노라 잘난 척 하는 이들이 늘 카프카를 거들먹거리지만 실제로 그 작품세계를 알알이 알지는 못한다는 것 말이다. 어쨌든 그런 작품을 번역한 이이기에 이름을 제대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 『싯다르타』도 사서 읽게 된 것이다.


내가 아는 그 부처는 이 소설에 등장하긴 하지만 주인공은 아니다. 주인공 싯다르타는 왕족 출신으로 열반에 든 고타마 싯다르타가 아닌 방황을 거듭하는 다른 싯다르타다. 친구와 출가하여 고행도 해보고 여러 사람을 만나보지만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라며 방황하는 싯다르타는 색의 즐거움도 알고, 부의 즐거움도 누려본다. 도를 얻기 위해 고행과 명상을 거듭하는 이들과 다르게 세속적인 가치에 몸을 담갔다 결국 고통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희노애락을 다 누려본다. 그래서일까? 싯다르타에게 가르침을 주는 건 오히려 가진 것 없는 뱃사공 노인이다. 강을 보라며, 흐르는 강 아래 시간도 흐르고 모든 것이 흐른다고.


짧은 소설이지만 꽤 오랜 시간 곱씹어가며 읽었는데... 잘 소화해내지는 못한 것 같다. 하지만 『전쟁과 평화』에서 모든 것을 잃은 피에르가 우연히 만나게 된 소박한 농부 플라톤의 이야기에 구원되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은 것처럼 싯다르타에게는 바수데바가 그런 존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작품이 시로 쓴 소설이라는 것은 알겠다. 분명 소설인데 시처럼 읽힌다. 아름답고 명상적이다. 그래서 별 다섯을 준다. 앞으로도 몇 번이고 다시 읽게 될 것이기에.

 
취소

댓글쓰기

저장
덧글 작성
0/1,000

댓글 수 0

댓글쓰기
첫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PYBLOGWEB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