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명이 그림으로 연결되어 어느 날 당신과 만날 것이다"
이 문장이 너무 좋았다. 이 책을 관통하는 시작의 문장인 것 같다.
그리고 중국의 유홍준 타이틀을 붙인 주용 박사의 그림 에세이 책 띠지가 눈에 띈다.
저자인 주용은 베이징 고궁박물원 시청각연구소 소장이자, 예술학 박사로 많은 저서가 있다.
우리가 아는 자금성이 베이징 고궁박물원이다. 고궁전문가로서 펴낸 책이 12권이라고 한다.
글을 읽다보면 정말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읽는 기분이 든다.
중국의 동진 시대부터 청나라까지 진귀한 그림들의 소개와 깊이 있는 해석, 역사를 아우르고 있다.
부분컷 확대로 인해 더 세세히 볼 수 있었고, 그의 설명을 옆에서 듣는 것 같다. 직접 베이징 고궁박물원에서 그의 설명을 듣고 싶을 지경이다.
책 내용은 본문만 620페이지에 달하고 중간중간에 그림이 많이 삽입되어 있지만, 중국 역사에 대한 방대한 내용이 있다. 중국 역사에 관심 있는 사람과 중국 회화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라면 적극 추천한다. 그러나 단순히 서양 미술사에 관심 있는 사람이 이 중국 회화사를 읽으려 한다면 글쎄... 좀 어렵지 않을까 한다. 나또한 서양 역사와 미술사에 관심이 많고, 요즘 많은 책과 미술을 공부하고 있다. 한편으론 동양사를 공부했고, 중국 역사와 드라마 등에 관심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금은 내용이 방대해서 읽는데 시간이 걸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읽었던 것은 내가 아는 내용이 나오기 때문이다. 중국 드라마 사극을 자주 보면 삼국지, 초한지는 말할 것도 없고, 당나라·송나라·원나라·명나라·청나라 시대의 황제가 나오고 주요 사건들이 나온다. 최근에도 본 사극에선 송나라·명나라를 기반으로 주인공의 역경이 나왔다.
한국에서도 흥행한 <보보경심>이라든지 옛날에 <황제의 딸>이라든지. 로맨스를 벗어나더라도 <판관 포청천>이 있지 않았던가! 물론 동북공정과 관련해서 자기네들 것인냥 은근슬쩍 스리슬쩍 끼어넣는 부분도 있지만 이런 것은 잘 살펴봐야 한다.
이 책은 15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서문부터가 마음에 와닿는다. 어느 한 옛날 화가가 자신의 그림을 봐주는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있다.
명작이 되기까지 한 세대 한 세대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으로 백 년, 천 년이 걸린다는 사실과 한 명의 천재가 아닌 문명의 체계 속에서 만들어진다고 했다.
그림의 가치는 시간이 부여하는 경우가 많다.
중국 회화사의 시작은 "고개지"의 두루마리로 시작된다. 화가의 이름을 알 수 있는 유일한 이유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아는 세로로 긴 족자나 쪽병풍은 북송 시대에 유행하기 시작했고, 그 이전엔 옆으로 길게 펼쳐 보는 두루마리 그림이었다.
이렇게 그린 이유는 중국사람들이 세상을 보는 방식과 연관되어 있다. 그들의 시선은 세계는 수평이고 옆으로 펼쳐지고 모든 사물이 자기를 둘러싸고 있다. 중국의 고전 건축, 서예, 그림 모두가 수평으로 발전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지평선 사유'라 할 수 있고, 또한 '선'의 예술이라 할 수 있다. 중국 그림과 글씨는 다 '선'으로 시작한다. 서양의 그림이 '면'으로 시작한다면.
두루마리는 무한을 느끼게 한다. 옆으로 펼쳐지는 화폭은 서양 액자, 중국 족자와 다르다. 한 번에 다 보지 못하고 조금씩 펼쳐보는 것이 대지의 풍경이 끝없이 이어지고 끝나지 않게 느껴진다.
고개지의 <낙신부도>를 시작으로 주문구의 <중병회기도>, 고굉중의 <한희재야연도>, 장택단의 <청명산하도>의 직업 화가들 그림. 조맹부, 황공망, 예찬, 당인 등의 문인화가들 그림. 송 휘종, 송 고종, 명 선덕제, 청 건륭제의 그림과 서예 등이 이어진다.
중국의 회화 작품들 중에 어떤 것이 중요하고 유명한지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자금성을 방문할 계획이라면 조금은 어려울지라도 이 책의 그림들을 보고 내용을 읽고 간다면 도움이 될 것 같다. 덧붙여 그림에 숨겨진 배경과 역사에 대해 깊이 있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기억하는 문장*
"모든 예술은 훔쳐보기다. 훔쳐보기를 통해서 관찰자와 그림 속 인물이 '보고', '보여지는' 관계를 형성한다."
"'최후의 만찬'은 중국 예술이 쉼없이 반복하는 '영원한 주제'다."
"그림은 사람보다 오래 살고 더 멀리 간다"
"'하늘과 사람이 하나'라는 관념이 고대 중국의 핵심사상이자 예술 관념이었다."
"'여행'과 '행려'는 다르다."
"조화를 스승으로 삼는다는 중국인은 언제나 복제해서 생산하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았다."
"황제는 적어도 잠과 관련해서는 하늘 아래 가장 불쌍한 이였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