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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

[도서] 길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

박지연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길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

 

삶에 있어 길이란

만남과 스침과 바람의 길이다

그리고 길은 떠나는 길이고

돌아오는 길이고 모험의 길이다

 

당신과 나 사이 

멀고도 가까운 인연과 

무심의 길이다

길은 이곳과 저곳 사이를 방황하고 헤매다가 어느 날

먼 길 돌아서 겨우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이다

 

박지연의 길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이란 시로 이 도서의 제목으로 쓰이기도 했다. 이 시를 읽으면서 나름 감성적인 면을 들여다 보려 했고, 삶과 만남, 그리고 여러 갈래의 길에 대해 생각을 하게 했다. 밤하늘의 철새 떼의 이동이 인상적인 표지와 '먼 길을 돌아서 겨우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이라는 문장에 많은 여운이 남는 시집이다. 

 

시를 읽으면 시적 자아를 찾고, 시인의 감성을 이해하며, 시 구절의 내용을 연구하느라 '시' 자체를 즐겨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래서 단순하게 읽히면서 함축적 의미보다는 읽기 쉽게(?) 쓰인 시를 읽거나 그도 아니면 읽지 않거나를 반복했다. 시에서 숨겨진 의미를 찾아 애쓰지 않아도 되었고, 쉽게 읽히는 시를 통해 감상을 편하게 해보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그렇지만 내가 아는 만큼 보이고, 더욱더 즐겁게 깨달을 수 있는 것은 배경지식이 있을 때 더욱더 깊게 읽을 수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물론, 이제는 어느 쪽이라도 읽는 것에 대한 즐거움, 그것이 시인의 뜻이 아니라도 나 혼자 오해하면서 '이랬을 것이다!'하고 믿어버리는 것 역시 좋은 읽기라고 생각한다. 사람의 여러 갈래의 감정처럼 어떤 때는 그저 읽는 것만으로 위로를 받고, 즐겁고, 따뜻하고 싶기 때문이다. 시를 통해 내가 바라는 것은 그것이고 혹여라도 후에 시인의 배경에 대해 더욱 깊게 알게 된다면 더 맛있는 시를 만날 수 있으리란 기대도 재미있으니까. 

 

전체적으로 이 시집은 인생에 대해 어느 정도 살아본 중년의 모습이 시에 많이 나타나 중후하면서도 잔잔한 분위기의 시이다. 쉽게 읽히는가 싶으면서도 어느 한 단어, 문장에서 나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고, 좀 더 어른스러운 모습을 발견하며 서서히 깨달음을 주는 시라고 생각된다. 

 


 

정해진 장을 지날 때마다 소개되는 베로니까 박의 그림들도 시를 읽다가 잠시 그림으로 마음과 시선을 옮겨 다음 장을 기대하게 만드는 배려가 있다. (베로니까 박이 궁금했는데 해설을 보니 저자의 동생으로 시집을 위해 그림을 제공했다고 한다) 꽃이나 사람들의 일상을 그린 그림들이 순박하면서도 깔끔하다. 

 

 

사람

 

우리의 탄생은 어머니가 목숨을 걸었고

아버지가 일용할 양식을 구하기 위해

삶의 공터에서 죽을힘을 다해 일했다

그리고 어른이 될 때까지

수많은 시행착오와 성장통을 겪었다

그러나 다시 또 용기를 내서 일어섰고

그러다 시간이 흘러서 중년이 되었다

 

우리도 한 어머니의 어머니, 아버지의 아버지처럼

대를 이어서 자식을 키우고 삶의 수고를 다해야 하는 

사람이라는 운명을 타고 세상에 태어났다

 

우리가 짐승이나 벌레로 태어나지 않고

사람이라는 사피엔스로 태어나서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호모 사피엔스, 우리는 모든 생먕의 빚을 지고 사는 

최상위 포식자다

그래서 살아가면서 모든 생명을 배려해야 하고

이웃을 사랑해야 하고 서로에게 다정해야 하고

친절한 사람으로 살아가야 한다

 

이처럼 살면서 깊은 생각과 깨달음으로 지어진 시가 대부분이다. 내가 사람으로 태어난 것에 대한 부모님과 주변에 대한 생각과 감사, 그리고 내가 성장하여 한 사람으로 살아가면서 살아야 할 삶의 태도를 다시 한번 일깨워준다. 나는 누군가에게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 되고 싶지만 정작 나의 삶에 대한 태도와 사람들에 대한 자세가 어떠했나 생각하게 한다. 삶에 수고를 다 해야 하고 사람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내가 이만큼 자란 것을 부모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지금 이런 시를 읽지 않으면 진지하게 생각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실제로 타인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힘든지, 인간이 살아가는데 얼마나 많은 것이 필요한지, 내가 오늘을 살아가면서 얼마나 많은 주변의 희생이 있는지, 지구를 오염시키는 쓰레기는 얼마나 배출하고 있는지 등등 많은 생각을 하면서 나의 자세도 달라지고 있는 것 같다. 예전이라면 단순하게 생각했던 일, 그리고 삶에 대한 진지함을 생각할 여유보다 삶을 살아내기 바빴던 과거를 생각해보면, 어쩌면 이렇게 '시'를 통해 생각을 할 수 있는 것만으로 '시'가 주는 인생의 또 다른 자유에 빠져볼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단 하나의 밑줄이라도 그을 수 있다면 책값을 충분히 회수하고도 남는 성과를 올릴 수 있다' 라는 <그들은 책 어디에 밑줄을 긋는가>의 저자 도이 에이지의 말처럼 시의 전부를 공감할 수 없을지라도 시 한 편의 한 문장이라도 마음을 울리고,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생각하며 삶이 달라질 수 있다면 오늘도 시 한 편을 읽는 일이 나의 삶에 변화를 가져오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지식과감성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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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Joy

    길은 나에게로 돌아오는 길
    길에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 함께 하는 사람도 그저 스쳐간 사람도 다시는 마주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도 또 그들과 함께한 풍경, 바람, 햇살..이런저런 생각들이 일렁입니다.
    그러고보면 '시'라는 건 참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구요.

    2021.02.23 21:03 댓글쓰기
    • 몽고

      어렵지만 잘 함축된 문장을 보면 시인이 존경스럽기도 합니다. 읽을 수 있는 많은 것을 접하는게 감사하지요~ 일렁인다는 표현이 오랜만이라 셀레는 마음이 됩니다. 오늘 우리집 개에게 일렁이라고 한 번 불러도 이해해줄 것 같아요. ㅎㅎ (냥이와 댕댕이의 이름을 막 바꾸어부르지만 아는 척 해주는 착한 펫들이 있습니다)

      2021.02.24 17:56
  • 스타블로거 부자의우주

    마음을 울리고 ... 삶을 달라지게 할 수 있다면
    한 문장, 한 단어가!
    그럴 것 같습니다. 그럴 수 있을 것 같아요!

    힘이 나게 하는 리뷰 감사합니다!

    2021.02.23 21:25 댓글쓰기
    • 몽고

      어떤 책에서든 그런 문장을 찾으면 힘이 또 나고 그런 것 같아요. 힘이 나는 리뷰라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1.02.24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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