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나를 바꾸는 일이다.
누구에게나 앎에 대한 갈증은 무의식적으로도, 의식적으로도 높은 것 같다. 이유야 다르겠지만 그 앎에 대한 욕구를 채우기 위해, 읽거나, 시청하거나, 공부하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경험을 하고 있지 않은가. 그래서 독서를 할 때 교양에 관한 도서는 늘 관심의 대상이 아닌가 싶다. 그런 도서를 찾아 읽으면 알게 되어서 안심이 되는 부분도 있고, 알게 된 정보로 삶에 대해 달라지길 바라면서 흥미롭게 찾아 읽게 되는 것 같다.
저자가 고전을 통해 만난 옛사람들의 삶은, 철학, 예술, 역사, 정치, 경제의 다섯 가지 분야를 통한 것이었고, 그로 인해 자신이 생각한 틀을 독자에게 전하고 싶어 이 도서를 출간하게 되었다고 한다. 30인의 희대 사상가들의 시행착오와 번민을 통해 얻게 된 지식을 독자와 나누고 싶어 하는 책이다. 이 도서를 통해 보니 대가들은 끊임없이 정신적으로 독립하려고 애썼던 존재들이며 5가지 분야를 통해 '삶의 문제에 대한 해결'이라는 시각으로 재정의하려는 저자의 의도 역시 보인다. 그리하여 맞춤화된 콘텐츠를 추천하는 시대에 자신의 의견없는 선택을 버리고 스스로 살아가야 하는 세상에서 어른의 교양을 통해 필요한 자양분을 얻기를 바라는 것이 저자의 바람이라 여겨진다.
다섯 가지 분야를 통해 만난 대가들은 이름만으로 무척 반가운 존재가 많았고, 개인적으로는 자세히 소개하고 싶은 대가도 많았지만 예술분야의 '바흐', 정치분야의 '공자'가 인상적인 인물이어서 그들에 대해 관심이 높았다.
노가다로 역사를 만든 천재, '음악의 아버지' 바흐
p.57 천재들은 의외로 소위 '노가다'에 강하다. 번쩍 떠오른 생각으로 별안간 역사를 바꾸는 천재는 없다. 작은 생각을 이리저리 굴리고 반복 실험하며 좌충우돌한 끝에 어마어마한 성과가 쌓였을 뿐이다.
17~18세기 독일의 작곡가로 바흐(Johann Sebastian Bach, 1685년 3월 21일 ~ 1750년 7월 28일)는 스물여덟이라는 젊은 나이에 궁중 악장이 되었다고 하며 평생 매월 한 곡의 칸타타를 썼다고 한다. 이는 교회 예배에서 연주할 합창곡이 필요했기 때문인데, 신에게 천정하는 곳은 허튼 내용이 없어야 했기에 바흐는 수십 년간 여러 나라에서 연주된 곡들은 정리해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를 만들고, 의미 있는 부분만을 뽑아 자신의 스토리에 넣었다고 한다. 솔직히 음악의 아버지라고 외우기만 했었지, 그의 음악적 노력이나 삶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그렇지만 이 책을 읽게 되면서 바흐에 대해 더욱 알게 되었으니 그는 반복적인 노력과 함께 곡에 열정을 갈아 넣는 음악가로 기억에 남게 되었다. 바흐는 음악을 착실히 공부할 수 있는 어린 시절을 보내지 못했고, 바이올린과 오르간에 천재적 소질이 있음에도 어려운 삶을 살아가며 가난과 싸워야 했다. 음악계에서 실력에 비해 박한 평가를 받으면서도 실력은 한 번도 폄하 당하지 않았다고 하니 그가 무척이나 노력했음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미지 출처 구글
환경적인 요소도 있었겠지만, 성공으로 얻은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여유에도 스스로 예술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독일 전역을 돌아다니고, 아무리 돈을 많이 주어도 작곡가의 순수성이 침해당할 수 있는 곳은 과감히 피했다고 하니, 삶에서 오는 유혹을 떨쳐버리는 일이 인간에게 쉽지 않음에도 그것을 해내는 바흐를 보며 존경스러운 마음이 절로 든다. 그러하기에 훗날 많은 사람이 바흐의 음악을 '또 하나의 우주'로 평가하는 것이 깊은 영성과 인간에 대한 통찰이 작품에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바흐의 음악 안으로 들어갔다가 빠져나가지 못했다고 하는 이유는 다 원인이 있었다.
무척이나 감성적이고 창의적인 바흐는 반복적인 일상이 쌓여 역사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몸소 증명해 보이는 음악가였고 인간이 만드는 모든 것은 시간이 걸리지만 그를 통해 많은 사람이 깨달을 수 있는 진리를 알려주는 스스로의 가치를 높일 줄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된다. 좌절할 수 있는 많은 순간을 자신의 재능을 닦아 역사에 남긴 것만 보아도 그는 열심히 하면서도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을까?
사람을 알려면 말하는 방식을 보라.
도서의 정치 분야에서 인상적이었던 공자가 살았던 시대는 도리가 땅에 떨어지고 정치적으로도 불안정한 나라가 많았다고 한다. 그렇게 혼란스러운 시기에는 영웅이 필요하듯, 공자는 그런 시대를 안정시키기 위한 기본으로 '말'에 대한 자세를 중히 여겼으며 도덕적으로 올바른 군자를 찾는데 힘쓴 인물이었다.
p.164 어지러운 국가를 제대로 운영하려면 거창한 구조 개혁이 아니라 말부터 먼저 바로 세워야 한다는 것이 공자의 생각이었다. 그러다보면, 자연히 리더의 생각도 바뀌고, 인간적으로나 정치적으로나 옳은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바람을 담았던 듯하다.
공자는 중국 춘추시대의 정치가, 사상가, 교육가, 시인이며 작가이면서도 덕망이 높아져서 외교직과 재판관도 겸하게 되었다고 하니 여러 방면에서 두각을 나타낼만큼 뛰어난 인물이었다고 한다. 당시 순장으로 인해 아이가 죽을뻔한 것을 보고 순장을 폐지하도록 왕에게 끈질기게 요청하여 악습을 폐지하였다고 하니 공자의 생명을 소중히하는 바른 마음가짐과 올바른 것에 대한 포기하지 않는 노력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관료 생활을 하는 내내, 박학다식함과 고매한 인품으로 인해 여러 곳에서 스카웃 제의도 많았던 공자는 국정을 쇄신하며 학문적 이상을 현실 정치에서 실현해 줄 군주를 찾아 여러 해를 애썼지만 그의 도덕 정치는 외면을 당했고, 더 이상 정치에서 희망을 볼 수 없었던 공자는 교육자의 삶을 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 부분에서는 현대의 정치와 오버랩시켜 보게 된다. 길이 아니라면 무의미하게 자리를 지킬 것이 아니라 자신이 빛나는 자리를 만들거나 옮기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지 싶다. 이것을 '포기'로 바라보지 말고 '선택'으로 바라보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구글 - 다른 곳에서 이미지로 만난다면 알아보기 힘든 공자님이지만 그의 사상은 오래 기억하고 싶다.
다시 책 속으로 돌아가면, 공자는 좋은 말과 행동을 갖추었지만 정치적인 행보는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그런데도 정치 분야에 공자가 소개된 것은 수백 년이 지난 현재에도 많은 나라와 사람들이 그의 체제 이념을 중히 여기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실제로 많은 이들이 그의 말과 책과 생을 계속 기억하려 애쓰고 있지 않은가.
도서 속에서 옛 인물들을 만나면서 생각해 본 각 장은 짧은 이야기를 통해 전해지고 있지만, 그들의 삶을 더욱 배워가면서 원인과 결과를 알게 하고 강렬한 메세지를 새로 만날 수 있기도 한 도서이다. 다만, 앞서 말한 바와 같이 분야별로 짧은 소개와 저자의 이야기가 합쳐져 적은 분량으로 여러 인물을 만나기 때문에 인물에 대한 개인적 조사를 통해 어른의 교양을 더욱 깊게 쌓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섯 분야의 모든 것이 인간이 살아가면서 삶을 통해 만나는 분야이기 때문에 고전을 통해 알아가는 앎의 재미와 깨달음의 미학이 큰 도서였다. 공자의 교육 목표가 군자의 양성이었던 것처럼 만약 후대를 위해 필요한 한 가지를 선택하라면 나는 망설임 없이 '교육'을 택할 것 같다. 교육을 통해 얻는 수많은 이익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면서, 어른으로서의 최대의 교양을 쌓을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