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 트인 표지가 전 세계의 멋진 곳을 다 보여줄 것 같아 기대하게 만드는 책으로 한 회사를 25년간 다니던 성실한 저자가 100여 개국의 세계 여행을 마치고 쓴 책이다. 그가 여행하면서 만난 사람들, 명소, 자연 속의 자신의 모습 등을 사진과 자신의 글을 함께 보여주는 여행기록으로 자연의 위대함과 그 속의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깨닫는 동시에 죽어도 좋을 만큼 굉장한 풍경에 이런 감탄스러운 제목을 지었다고 생각이 된다.
도서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 이렇게나 두근거린 것은 코로나19 시대가 시작되어서 행동반경이 좁아져 아무 곳이나 갈 수 없는 현실과, 그전에는 현실에 순응하며 살아가느라 여행을 미루다 미처 보지 못했던 여러 풍경을 이렇게 도서로나마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기 때문이다. 한 장 한 장 아끼며 읽어나가던 책 속에는 감탄사를 연발하게 하는 세계의 광대한 자연과 현실을 떠나 느끼는 여행이 주는 기쁨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신들의 신비로운 이야기가 펼쳐질 것 같은 사진을 보면서 저자는 언젠가 자신의 눈으로 꼭 확인하리라는 다짐을 하였고 그것이 버킷리스트가 되어 감동적인 여행기를 느껴보지 못한 이들에게 감동과 경이로움, 따스함 등의 감정을 느낄 수 있도록 대리만족을 선사한다.
뤼세피오르의 장관을 내려다볼 수 있는 프레케스톨렌.
노르웨이의 남부 전역에 펼쳐져 있는 세계적인 트레킹 코스지만, 걷는 길 대부분이 돌로 되어 있어 짧은 거리만 걸어도 피로감을 준다. 그러나 여행자를 맞이하는 다양한 모습의 돌은 기꺼이 그 수고로움을 감내할 만큼의 즐거움을 내준다. ㅡ p.16
이탈리아 돌로미티 서쪽에 위치한 알페 디시우시. 개미만큼 작아보이는 인간의 모습이 나무와 비교되어 자연에 대한 경이로움을 저절로 깨닫게 해 준다.
여름에는 해가 지지 않는 백야(White Night, Midnight sun)지만, 겨울철에는 해가 뜨지 않는 극야(Polar night)이다. 이곳에서 얼어 죽지 않을 만한 잠자리를 구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할 따름이다. 숙소가 있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예약을 해야 한다. ㅡ p.38
처음부터 만나게 되는 자연은 그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를 깨닫게 해 준다. 어마어마하게 커다랗고 늘 모두를 품어주는 자연의 고마움과 함께 마음에 걸렸던 여러 모습이 자연 속에 있는 것만으로 치유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이렇게 평소에 익숙하게 볼 수 없는 세계의 여러 모습을 통해 삶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이 자연 치유의 매력이 아닐까 싶다.
고흐는 네덜란드 누에넨에서 성장기를 보냈고, 프랑스 생레마에서는 화가로서의 일대 전환기를 맞이했지만 정신병으로 병원에 입원해야 했고, 1890년 7월 29일 프랑스 오베르 쉬르 우아즈에서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생의 고통스러운 시기와 마지막 순간을 지켜준 사람은 동생 테오로, 테오는 죽어서도 형 고흐의 곁을 지키며 누워 있다. ㅡ p.65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 {수선화}에 영감을 준 호수로 영국 레이크 디스트릭트에 있는 얼스호. ㅡ p.79
버지니아 울프는 '여성이 소설을 쓰고자 한다면, 돈과 자기만의 방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저자가 여행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서재로 영국, 안토니하우스) ㅡ p.161
이 서재를 보고 있으니 버지니아 울프의 주장에 공감을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도서의 중반은 많은 예술가들의 삶과 발자취를 따라가 볼 수 있는 명소의 소개도 많다.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아는 많은 예술가들의 흔적이 그들의 삶을 이해하게 도와 주고, 그들의 예술적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다시금 눈을 돌리게 한다.
독일 발헨 호수.
저자의 말처럼 온전한 평화를 느낄 수 있는 사진 속의 풍경은, 연인과 함께 자전거를 타고 호수에서 보내는 시간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시원한 청량감이 도시의 바쁜 발걸음과 소음을 잊게 해 준다.
이 오후의 풍경만큼은 어디인지도 중요하고, 누구와 함께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아이슬란드는 시리도록 차갑고 하얀 겨울을 보여준다. 그 아름다운 광경에 속도 없이 기뻐하고 감동...(중략).
이미 일어난 일을 두고 가슴 졸일 필요는 없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두려워할 필요도 없다.
결국 두려움도 선택이 아닐까? ㅡ p.197
테이블 마운틴에서 내려다 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입법수도인 케이프타운.
개인적으로 가까운 곳을 여행하면 삶이 포함된 현실을 잊어버리고 여행을 즐기고 누렸다면, 좀 더 먼 곳으로 여행을 하게 되면 현실을 생각 못함은 물론 가슴이 웅장해지면서 내 안의 모든 옵션을 바꿔주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돌아가면 나라도 구하고, 신기술도 개발하고, 이루지 못한 것들을 다 처리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도 생기곤 했었다. 그래서 여행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혹은 자주 내 안에 오래되고 고정돼버린 옵션을 바꾸어 줄 필요가 있기에.
영국 버터미어 호수의 봄날은 푸르고 파랗다. 파란 호수 빛이 가시금작화의 노란색과 어우러지는 사이, 푸른 산과 초원은 조연이 되어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한다. ㅡ p.232
솔직히 이렇게 볼 거리 많은 도서에 나의 생각을 꾸역꾸역 집어넣어 글을 쓴다는 것이 게임에서 반칙을 한 기분과 유사한 생각을 들게 한다. 그저 보며 마음을 치유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빠져드는 나보다 커다란 자연이라는 세계에 말없이 응시하는 것만으로 마음은 이미 생동감 있고, 위로 받은 것 같고, 이온음료마냥 상쾌한 청량감에 빠진 기분이기 때문이다. 그냥 바라보면서 삶에 대한 힘을 얻는 것만으로도 이 책이 주는 커다란 선물이라 생각해 본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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