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블로그

리뷰 【 높고 푸른 사다리 】내게는 높고 푸른 종소리

누군가 책을 선물해 주겠다고 하면 보통은 ‘어떤 책으로 할까?’ 하고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이 책은 생각할 필요도 없이 바로 입에서 튀어 나왔었는데, 아마도 묵직한 글을 읽고 싶다는 나의 기대에, 제목에도 쓰인 ‘높고’, ‘푸른’이라는 단어가 이런 나의 마음을 가시화시켜 주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게다가 감히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수도의 공간… 침묵 너머 침묵의 소리를 듣기 위한 공간 수도원… 그 수도원에 대한 호기심도 있었음을 숨기지 않겠다.   이 이야기는 베네딕도 수도회의 정요한이라는 신부가 젊은 수사시절 사...

2015.03.31 공감 횟수 6 댓글 수 13

리뷰 【 천자봉 일기 】나는 해군장교가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났을 때 딱 드는 생각은 ‘문장을 정말 잘 썼구나’하는 것이었다. 이 책은 저자가 해군 장교로 임관하기 전 훈련기간 동안 일기형식으로 쓴 기록이다.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글, 초등학교 시절 일기처럼 정성을 다해 쓰는 경우가 과연 얼마나 될까? 그런데 저자는 이 수양록을 정말 자기수양의 발판으로 삼았다. 이왕 하는 것, 헛되이 하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명이다. 천자봉은 해군이나 해병에 입대하면 한 번은 다녀와야 하는 곳인데 진해 동쪽에 우뚝 솟아있는 산으로 밑으로는 덕산비행장이 있다. 8부 능선에는 진해 어느 곳에...

2015.01.23 공감 횟수 7 댓글 수 21

리뷰 【 용서로 가는 네가지 길 】깨달음 그리고 용서 혹은 사랑

전작이 너무 철학적인 느낌이어서인지 이 책은 접하기도 전에 덜컥 겁부터 났었다. ‘또 얼마나 철학적일까’ 하지만 네 가지 이야기 중에 첫 번째 이야기를 다 읽을 즈음에는 그것이 기우였음을 알았다. 네 가지 이야기가 가볍다는 뜻은 아니다. 이 네 개의 이야기 속에는 깨달음을 기점으로 그 이전과 그 이후의 생각들이 잘 표현되어 있다. 음… 이 책의 교훈이라고 하면 ‘현재 내가 알고 있는 것만이 다는 아닐지도 모른다’ 라고 할까? 용서와 화해 그리고 사랑의 이야기가 흘러가는 동안에 작가 세대의 사랑방법이 그대로 재연되는 것을 보고 조금은...

2015.01.23 공감 횟수 4 댓글 수 7

리뷰 【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

책의 제목은 항상 어떤 기대감을 갖게 한다. 이 책의 제목에 들어 있는 ‘어두운’ 이라는 말은 고뇌하는 인간을 떠올렸다. 그런데 기억을 찾아가는 이야기라고 하니 끝이 우울하게 끝나겠구나 짐작하게 하기도 하는데 이 책은… 음… 시종일관 참 담담하기도 하다. 이미 기억을 잃은 지 한참 후의 이야기이기 때문일까?   CM위트흥신소의 위트는 8년간 같이 일했던 기에게 자신의 사무실과 아파트 임대계약을 남겨 주고 니스로 간다. 기는 이 기회에 자신의 과거를 찾는 여행을 시작하고자 하고 위트는 기를 위해서 자신의 지인들에게 도움...

2015.01.21 공감 횟수 3 댓글 수 10

리뷰 【 천사는 여기 머문다 】

작가의 이름이 낯이 익다. 하지만 글은 낯이 설다. 책 날개를 읽다 보니 내 느낌의 근거를 알게 되었다. ‘풀밭 위의 식사’. 시작하고 몇 장 읽지 못한 채 덮어둔 책. 그 몇 권 되지도 않는 미뤄둔 책의 작가 중 한 명이 ‘전경린’이라는 작가였던 것. 그래서였을까? 밀쳐둔 작가, 불편한 단편소설, 솔직히 글에 대한 기대감은 줄어들었다. ‘그래 작가에 대한 나의 호감도를 개선할 기회를 갖자’   맥도날드 멜랑콜리아 이혼 후 이제는 아무 일도 하지 않는 나정은 수요일과 금요일 아침 열 시경에 맥도날드에 가서 늘 같은 ...

2015.01.21 공감 횟수 5 댓글 수 10

리뷰 【 산시로 】

사실대로 고백하자면 ‘산시로’라는 책 제목을 보았을 때 이 말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전혀 몰랐다. 지금까지 내가 접해봤던 일본식 이름과는 전혀 달랐기에 나는 무슨 열매이름인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네?   도쿄에 있는 대학에 가기 위해 기차에 오른 산시로는 한 여인과 우연히 동행하게 된다. 어떤 사정으로 인해 그 여인과 하룻밤 여관에서 묵게 되지만 결국엔 그 여인으로부터 ‘배짱이 없는 남자’라는 소리를 듣게 됨으로써 충격을 받는다. 그리고 이후 다시 환승한 기차에서는 한 사내와 동행하게 되는데 그의 시니컬한 말에 또 한...

2015.01.19 공감 횟수 1 댓글 수 2

리뷰 【 그후 】이제는 삶 속으로 뛰어 들어가야 할 때

지금까지 나쓰메 소세키의 작품들은 사실 조금은 가벼운 마음으로 대했었던 것 같다. 문장 하나하나를 신중하게 읽도록 하는 필력이야 두 말하면 입 아플 일이지만, 내용상 너무 무겁지도 아니 오히려 조금은 가벼운 듯한 느낌이 편하게 책을 읽게 만드는 이유였던 것 같다. 그런데 ‘산시로’와 이 책 ‘그 후’를 읽으면서는 살짝 멈칫했다. 주인공들의 진지한 고민과 그에 따른 행동들이 작가의 심중에 변화가 있나 하는 조심스런 추측을 해보게 한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것에 대한 중요한 판단기준은 소위 ‘일을...

2015.01.17 공감 횟수 2 댓글 수 4

리뷰 【 어둠의 왼손 】빛은 어둠의 왼손, 그리고 어둠은 빛의 오른손

이 책을 읽는 동안의 첫 번째 난관은 ‘작가의 말’이었다. 작가의 말이 이렇게 어려울 수 있다니… 그래서 책의 3장까지 읽다가 되돌아와 이 ‘작가의 말’을 다시 읽어 보았더니 그제서야 이해가 좀 되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다른 나라 말로 된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다른 별, 다른 나라, 다른 특징을 가진 인간들. 역시 인간의 이야기는 미래보다는 과거와 맞물린 묘사가 이해를 더 쉽도록 하는 것 같다.   겐리 아이는 지구에서 파견되어 카르히데에 특사로 왔지만 카르히데에서의 그는 그저 외계인이...

2015.01.14 공감 횟수 2 댓글 수 4

리뷰 【 갱부 】자살 또는 자멸을 향한 여정

솔직히 갱부라는 표현은 처음 들어보았다. 보통은 광부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에 이 ‘갱부’가 광부일꺼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하기사 제목만 보고서 ‘이것이다’라고 추측하지 못한 경우가 처음은 아니다. 어떻게 보면 ‘그 후’의 그 후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데,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하는 ‘그 후’의 주인공 다이스케와 가출을 하며 자멸을 생각하는 도련님의 사회진출기라는 점이 두 작품의 연관성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내 생각엔 주인공이 그저 배부른 도련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5.01.08 공감 횟수 3 댓글 수 6

리뷰 【다음 인간】미래도 우리의 선택이다.

누구도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는 없다. 과거의 어느 시대나 ‘세상이 어찌 될런지…’ 와 함께 ‘요즘 아이들은 참 문제야’라는 우려가 있어 왔다. 그럼에도 세상은 이만큼 유지되어 왔고 또 똑같은 말로 세상을 걱정하면서 현재의 우리는 미래를 걱정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지금 우리가 처한 현실은 과거 그들의 그것과는 또 다른 것 같다. 현재의 우리는 과거의 그들보다 훨씬 더 빠른 시간의 흐름 속에 있기 때문인데, 우주 여행이나, 유학을 가지 않고도 공부를 할 수 있는 등 언어의 장벽 해소와 같은 기술 발전에 의한 미래가 우리...

2014.09.22 공감 횟수 4 댓글 수 6

리뷰 【우미인초】

지금까지 나쓰메 소세키 전집을 읽으면서 이 번 책이 꽤 오랫동안 출간되지 않아 정말 궁금했었다. 그리고 혹시라도 소세키 작가에 대한 느낌의 흐름이 끊기는 것은 아닌지 살며시 걱정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웬걸, 이 책을 읽으면서 이루 말 할 수 없는 반가움이 밀려들었다. 소세키 특유의 만담같은 대화체나 등장인물들, 그리고 이야기의 흐름이 기존과 다름없이 그대로 전해졌고, 깔끔한 문장이 책을 읽는 속도감을 다시 느끼게끔 해 주었다, 다른 사람들의 ‘잘 읽히지 않더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말이다. 이번 책은 표지가 자주색이다. 제목에...

2014.09.22 공감 횟수 4 댓글 수 12

리뷰 【우주의 끝을 찾아서】상상도 할 수 없을만큼 먼...

어려서 시골에서 자랄 때 밤이면 평상에 누워 밤하늘을 바라보곤 했었는데, 그렇게 밤하늘을 보고 있노라면 별이 내게로 쏟아져 내리는 것 같은 아찔함을 느끼곤 했었다. 비록 지금도 내가 찾을 수 있는 별자리라고는 북극성, 북두칠성, 카시오페이아 뿐이지만 그들 사이로 교교히 흐르던 은하수는 정말 장관이었다. 중학생이 되어서는 친구와 함께 사춘기적 공상 가득한 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그 아이와 나의 상상 속에는 늘 지구별과 안드로메다 성운이 있었다. 먼 우주를 상상하며 그 별 어딘가에서 서로 안부를 묻는 이야기를 만들어 편지를 주고 받는 것...

2014.07.31 공감 횟수 4 댓글 수 12

리뷰 【사형집행인의 딸 2 검은 수도사】숨겨진 보물을 찾아라

어느 겨울 알텐슈타트의 성 로렌츠 성당의 코프마이어 신부가 성당 제단에 엎드려 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원인은 도너츠에 묻어 있던 꿀. 평소에 식탐이 많았던 코프마이어 신부였기에 과식에 의한 것은 아닌지 의심해 보지만 사인은 분명히 꿀에 든 독이었음이 지몬과 야콥 퀴슬에 의해 밝혀진다. 하지만 독보다도 그들의 시선을 끈 것은 신부가 회중석 위에 쓰러져 죽어 있었다는 것과 특정한 글자에 동그라미를 그려 놓았다는 것. 그것을 시작으로 수수께끼는 하나씩 꼬리에 꼬리를 물고 나타난다. 코프마이어 신부의 여동생 베네딕타가 오빠의 장례식을 치르...

2014.07.31 공감 횟수 5 댓글 수 8

리뷰 【사형집행인의 딸】사건을 파헤치는 사형집행인

30년간의 종교전쟁이 끝난 17세기 독일 바바리아 주에 있는 마을 숀가우의 강변에서 남자아이의시체가 발견되면서 이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런데 이 일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두 명의 사내아이가 더 시체로 발견된다. 아이들의 몸에 새겨진 독특한 기호는 곧 마녀의 기호라고 인식되고, 사람들은 마녀가 나타났다며 웅성거리기 시작했으며, 결국 마을의 산파인 마리아 슈테흘린이 마녀로 지목되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하지만 숀가우의 사형집행인인 야콥 퀴슬은 이 사건을 다른 각도에서 보려고 하고 자신의 딸인 막달레나 그리고 마을 의사의 아들인 지몬...

2014.07.16 공감 횟수 6 댓글 수 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