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여행’이라고 누가 그랬었더라… 맞다, 인생은 여행이라는 말에 충분히 동의한다. 우리는 한번도 경험해 본적 없는 새로운 시간속을 계속해서 지나고 있는 것이고, 그런 의미에서 인생은 분명 낯선 시간속으로의 여행임에 틀림없다.
누구에게나 설레이는 단어 ‘여행’, 그런 기대감으로 시작한 이 책은 사실 생각과는 조금 많이 달랐다. 그래서 어렵지않게 읽기는 했는데… 글쎄…
과거의 일들을 기억하며 썼기 때문에 여행이라기보다는 일기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다. 예전에 썼던 일기들중에서 여행과 관련된 것들만 묶은 듯한 느낌이었다. 사진이 있었더라면 좋았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함께 하는 책이었지만 작가의 문장들은 쉽게 읽혔다. 시종일관 들뜨지않고 차분했으며, 문장도 매끄러워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목차만 보았을 때는 이 제목들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전혀 예측할 수 없었다. 그런데 책의 첫 페이지를 여니 목차에는 없었던 제목이 보인다.
1. “여행은 아무리 혹독해도 추억만큼은 멋지게 남는 법” 그러니 그 순간이 힘들어도 기운내라는 것이겠지? 작가는 모든 여행이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얘기하고 있다. 몸이 아프지만 여행을 강행하기도 하고, 해초를 따러 가기도 하고, 낯선 잠자리가 불편하지만 일본에서 몽골을 느껴보기도 한다. 그리고 이벤트처럼 여러 나이대의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거리 음식점의 포장마차를 아쉬워하며 그런 곳에서 생길 수 있는 추억의 기회를 아쉬워하기도 한다.
2. “내가 아닌 생명에 살며시 기대는 그런 행위가 인생에 참맛을 선사해 준다” 최근에 갖게 된 관심분야가 반려동물이다. 알레르기를 가지고 있기도 하고, 풍족하지도 않고, 부지런하지도 않기에 선뜻 반려동물을 들일 수가 없기에 다른 이들의 블로그를 기웃거리며 그들의 반려동물을 훔쳐보고 그들의 사랑스러움에 엄마미소를 짓기도 한다. 반려동물이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잠시 힘듦을 잊게 해주는 역할을 하면서 그들의 사랑스러움으로 마음을 녹여주는 것은 우리의 인생에도 분명 좋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리라. 그리고 반려식물… 그들은 반려동물들처럼 나와 어떤 상호교류를 가질 수는 없겠지만 나에게 마음의 휴식과 전환을 가져다준다. 회사 나의 자리 근처에는 반려식물들이 있다. 내가 구입한 아이들도 있지만 그 구입의 이유가 언젠가 과거에 그 아이를 제대로 키우지 못했음에 대한 아쉬움에서 연유하기도 하고, 동료 직원이 전근가면서 방치하고 간 아이를 내가 거둔 경우도 있다. 사람들은 내가 그 아이들의 이름을 로맨스 소설에서 따와서 부르면 나 답다고 웃기도 하지만 그만큼 나는 그 아이들을 애정으로 돌보고 있고 그들은 되살아남 또는 잘 자람으로 나에게 응답해 주고 있다. 작가는 선인장, 꽃, 금붕어, 다육식물, 강아지, 고양이, 거북이 등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을 걸고 부탁을 하기도 한다. 사실 반려식물이라는 말은 최근에서야 듣게 되었다. ‘반려’라는 말이 함부로 붙일 수 없다고 생각하는 한 사람으로써 참 적절한 표현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에게는 책임감이라는 단어도 함께 주는 걸 보면 말이다. 그러니 반려 사람이 아니더라도 참맛을 선사해 주는 것은 명백하다.
3. “이 세상 어떤 일도 언젠가는 사라지고 아무리 가고 싶은 곳도 언젠가는 갈 수 없어진다. 그러니, 이 생애에서 추억을 한가득 모으고 싶다” 작가가 특정 지역만을 한정지어서 얘기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어느 시간, 어느 장소든 낭비하지 말고 추억으로 채우라는 말일 것이다. 사라져 버린 것 중에서 나에게 추억이 되는 것은 추억과 그리움으로 남을 것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그냥 섭섭함 정도로 남을 것이다.
과거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추억을 얘기하다보니 솔직히 기운이 좀 떨어지는 감도 없지는 않다. 흐름을 늦추는 듯한 느낌을 나는 받았으니까. 늙어감에 대한 현실을 돌아보게 하니 기분도 썩 명랑하지는 않다. 작가의 나이 들어감이 보인다.
이 책을 여행이라는 단어에만 중심을 맞출 필요는 없다. 여행에서의 감상들이 아닌 인생에서의 감상들이기 때문이다. 일기를 써보면 좋을 것 같다. 이런 기록을 가지고 있다면, 미래의 어느날 나도 이런 책 한 권쯤 가지고 있는 것과 다를 바 없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