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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수련

[도서] 검은 수련

미셸 뷔시 저/최성웅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이 책의 표지는 처음 봤을 때도 그렇지만 상당히 몽환적이다. 온통 어두운 초록이 바탕을 이루는데 그 초록색 물 위에 어린 처녀가 빨간 끈에 손이 묶인 채 둥둥 떠있다. 그리고 그녀는 필시 죽어 있는 것 같다. 때문에 책에 대한 기대감은 한껏 부풀려지고 책을 펼쳐 들었을 때는 그 기대감이 더 상승한다.

내가 가진 첫 번째 궁금증은 ‘모네의 그림과 무슨 관련이 있는가?’ 하는 것이었다. 모네의 정원에서 일어나는 살인사건. 표지가 주는 느낌이 암시인 것일까? 게다가 이야기의 시작은 오랜 동화의 시작을 읽는 듯하다. 하지만 ‘옛날 아주 먼 옛날~’로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첫 번째 심술쟁이, 두 번째 거짓말쟁이, 세 번째는 이기주의자’로 시작하는 것이 왠지 음습한 기운을 더해 준다. 게다가 특이하면서도 음습한 느낌이 하나 더 있다. 노파가 첫 번째, 두 번째 여자들의 이름을 알려주면서 정작 세 번째인 자신의 이름은 알려주지 않는다. 아마도 독자로 하여금 궁금증과 기대감을 갖게 하기 위한 의도인가 보다.

 

2010 5 13일 프랑스 지베르니에 있는 모네의 정원 시냇물에서 한 시체가 발견된다. 개와 함께 나온 짙은 옷을 입은 노파가 그 시체를 발견하지만 바로 그 자리를 벗어나 버릴 뿐 신고하지 않는다. 베르농 경찰서에 부임해 온 로랑스 세레낙 형사와 그의 보좌관 실비오 베나비드가 그 사건을 맡게 되는데 그 시체는 제롬 모르발이라는 사람이었고 시체의 지갑에서 열한 살 생일을 축하해라고 쓰여진 엽서 한 장을 발견한다. 사건을 파헤치는 중 제롬 모르발이 마을의 교사인 스테파니에게 공을 들이고 있었음을 알게 되고 로랑스가 스테파니를 만나 엽서에 인쇄돼 있던 문구 ‘우리는 꿈이라는 죄 만들었지’가 루이 아라공의 시임을 알게 된다. 어느 날 무명인으로부터 경찰서 우체통으로 제롬 모르발의 애인들 사진이 날아 들고 둘은 그녀들에 대해서 조사하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스테파니의 남편 자끄가 강력한 용의자 선상에 오르게 되고 로랑스는 자끄를 범죄자로 지목하지만 스테파니는 그를 변호한다.


각 장에 살인 사건이 일어난 날부터 날짜가 적혀 있었지만 그것은 함정이었다. 각 장마다 세 여인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알고 보니 그것은 세 번째 여자인 노파의 시선 속에 잡히는 허상이었을 뿐이었다. 그리고 넵튠. 노파의 이야기 속에 등장하기에 이 또한 반전의 한 가지로 작용하게 되고 독자로 하여금 다른 것을 의심하지 못하게 한다.

 

어린 파네트는 마을을 떠나고 싶어하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림을 매우 잘 그리는 그녀는 자신의 꿈을 펼칠 기회를 놓치게 되었고, 자신이 사랑하는 친구 폴은 죽어 버렸다. 엄마는 현실이 너무 버거워 파네트를 세심히 돌볼 수 없었고 그렇게 어린 시절의 꿈은 길을 잃고 만다.

아름다운 스테파니는 마을학교의 교사이다. 아이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을 하지만 마음은 늘 공허하다. 자신의 아이를 갖고 싶은 그녀의 바램은 이뤄지지 않고 마을을 떠나기 위해 그녀가 희망을 걸었던 마지막 바램도 끔찍한 방법으로 차단당하고 말았다.

짙은 옷의 노파는 늘 자신의 집에서 모네의 정원에 드나드는 사람들을 지켜본다. 많은 사람들과 교류하지 않고 그저 정확한 시간에 맞춰 느릿느릿 움직일 뿐이다. 그나마 넵튠이 그녀의 유일한 친구이다. 그러던 어느날, 병들어 누워 있던 남편의 고백은 그녀를 당황하게 만들고 그녀에게 새로운 결심을 할 빌미를 제공한다. 평생 꿈꾸었던 마을로부터의 탈출을 이루지는 못하지만 그 결심을 행동으로 옮김으로써 그녀는 비로소 한 남자의 집착으로부터 완전한 자유를 얻는다.

 

추리소설을 읽을 때는 등장인물에 대한 기대감 같은 게 생기는데 이 책도 예외는 아니었다. 노파의 음산함이 사건을 굉장히 심도 깊게 파헤치는 그 어떤 단서를 제공할 것 같았고, 아름다운 스테파니나 어린 파네트가 그 추리에 따라 뛰어난 활약을 보여줄 줄 알았다. 그런데 그런 생각은 여지없이 빗나가고 말았다. 게다가 당혹스러운 캐릭터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형사 로랑스라는 것. 형사가 뭐 이렇게 깊이도 없고 그런지… 실비오도 로랑스를 의심하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 이것도 다른 책들과는 다른 부분이라면 다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을까? 등장인물 구성이 너무 허술해서 읽으면서 처음엔 눈이 반짝반짝 하다가 ‘어? 이 사람 어디 갔지?’하고 찾게 되는 것은 뭐냔 말이다~

세 번째 여인의 행보를 닮은 삶을 살게 된다면 그 마지막에는 그 삶을 뭐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 허무? 답답함? 억울함? 분노? 뛰어난 반전과 더불어 이해할 수 없는 마지막 부분이었지만 뭐 그 반전이 꽤 신선했으니 나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다. 책 토론 모임에서 책에 적힌 찬사들 때문에 기대가 많았다고 얘기했더니 이웃님들이 ‘아직도 그걸 믿냐~’ 하던 말들이 지금도 생각난다.

이 이야기의 반전은 정말 기발하고 신선했다. 정말 오랜만의 반전의 재미를 느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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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하늘

    추리소설이 그래서 어렵나 봅니다. 논리적이어야 하고 독자들에게 등장인물들의 캐릭터도 전달해야 하고 복선도 깔아주면서 마지막에 멋진 반전으로 희열을 주어야 하니까요. 그리고 무엇보다 재미있어야 하구요. ㅎㅎ
    그래서, 추리소설을 사랑하는 저는 입증된 또는 선호하는 작가들의 책만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독서모임이 좋은 점이 다양한 책을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있네요. 그 점이 부럽네요.

    2015.04.30 16:57 댓글쓰기
    • 파랑뉨

      추리소설은 아무래도 책을 손에서 넣을 수 없을 정도로 견고한 스토리를 기대하게 되지요. 그런 부분이 이 책에서는 부족하더라구요. 나름 신선했으니 선방했다고 봐야할것 같아요^^

      2015.05.01 00:35
  • 우루사

    오오~ 반전이 기가막힌가보군요! 기대됩니다. ㅎ

    2015.04.30 23:28 댓글쓰기
    • 파랑뉨

      쓰신 분이 식스센스를 보고 영감을 받으셨답니다. 반전은 좋았어요. 하지만 다른 부분들이 ㅋㅋ

      2015.05.01 00:35
  • 파워블로그 세상의중심예란

    앗! 등장인물 반전은 2개였군요..ㅋ
    전 문학성도 뛰어나고.. 의외의 반전에도 깜놀이었거든요~ㅎㅎ

    2015.05.02 04:07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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