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편지를 하겠어요~~~
누군가는 그렇게 노래를 했다. 가을엔 편지를 하겠다고… 하지만 난 가을엔 시라고 생각한다. 생각해보면 정작 내 마음을 울린 시들은 봄보다는 가을을 노래했었고, 희망보다는 슬픔, 이별, 기다림을 노래했었다. 슬프고 우울하고 이별하고… 이런 느낌들을 총망라해서 가을이라는 계절과 엮어 놓으면 그 감정은 증폭된다. 때문에 이 책을 접한 것은 봄이었지만 정작 읽기 시작한 것은 얼마되지 않았다. 봄에는 느낌이 살지 않아서, 여름에는 너무 더워서… 그리고 시라는 것이 소설과는 분명히 다르기에 한 장씩 한 장씩 그 느낌을 살리기 위해 천천히 읽었다.
이 책은 그저 훑어 보는 것만으로도 시선을 빼앗긴다. 시화집이다 보니 시와 그림이 함께 어우러져 있는데 사람 느낌이 난다고 해야 할까? 그냥 손가는 대로 그렸다기 보다는 마음이 닿도록 그렸다는 느낌이다. 그렇다 보니 시들이 각각의 색을 입고 더 분명한 느낌을 전달해 오는데,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수묵화의 느낌과 낙관 때문인 것 같다.
책을 읽다 보면 세 가지로 분류하게 된다. 시 자체가 더 좋거나, 그림이 더 좋거나, 설명이 더 좋거나. 그 중에서도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시는 첫 번째 시인 ‘시작’인데, 처연했다. 시작부터 처연했다. 정작 그 시는 ‘기존의 나의 안일함과 연속성을 단칼에 내치는 것’을 이야기 한 것이라고 하던데 내가 받은 느낌은 주군을 배신해야만 하는 역사 속 인물의 서사의 한 장면 같았다. 그래서 그런가? 시가 주는 느낌이 싸~하다.
너무 무겁지도 너무 가볍지도 너무 치우치지도 않은 시들 속에는 간간한 웃음과 삶의 아픈 조각들이 잘 버무려져 있다. 시인은 시 안에서 사랑을 이야기하고 삶을 이야기한다. 세상이 그저 아름다운 것이라고 이야기 하지도 않고, 이별이 마냥 가슴 저민다고 이야기 하지도 않는다. 모든 감정들에 대해서 ‘그것은 이런 것’이라고 목소리 높여 정의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던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이 책의 시들을 읽어 가면서 안타까웠던 점도 분명히 있다. 각 시에 대한 마음 속 여백을 느낄 여지가 적었다는 것이 바로 그것. 그림도 좋고 시도 좋지만 시 구절이 내 맘속에 들어오기도 전에 같은 공간에 있는 설명으로 눈이 가 버린다. 차라리 설명을 다음 페이지에 적었다면 오롯이 시를 접할 수 있었을텐데 못내 아쉬웠기에 어느 순간부터는 가급적 설명은 읽는 방법을 취할 수 밖에 없더라
내가 시의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했던 때가 언제였던가 기억을 더듬어 본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한국시인의 집’에 우표를 보내고, 시화엽서를 받고, 시화포스터를 받곤 했었다. 가장 처음 받았던 시 엽서가 이해인 수녀님의 ‘해바라기 연가’였던 기억이 난다. 그 다음 시가 아마도 유치환 님의 ‘행복’ 이었지? 지난 책모임에서 시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 했는데 한동안 빠졌던 시의 한 구절들이 떠오름을 느끼며 애틋한 감정을 잠시나마 소환했었던 것 같다. 유치환 ‘행복’, 이형기 ‘낙화’, 서정윤 ‘홀로서기’ 도종환 ‘접시꽃 당신’ 하지만 지금 내게 다가오는 시들이 마냥 서정적으로만 보이지 않는 것은 이미 내가 어른이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왜 어른이 되면서 시를 멀리하게 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