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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호텔

[도서] 북호텔

외젠 다비 저/원윤수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또 프랑스문학을 만나게 되었다. 사실 내가 생각하는 프랑스문학은 모호함이다. 우리나라 단편들처럼(물론 이것은 선입견일 것이다) 한번에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장르라고 해야 할까? 그런데 책 소개글에 작가의 감정을 배제하고 담담하게 표현했다고 하니 우선 기대감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작품은 작가 외젠 다비의 첫 소설로 작가는 이 작품으로 1929년 프랑스에서 제정된 포퓰리스트 상을 받았다. 여기서 말하는 포퓰리스트는 대중주의가 아니고 1920년대 프랑스에서 일어난 민중문학운동으로 이데올로기를 배제하고 평범한 서민의 삶을 새롭게 조명하고자 하는 운동이라고 한다. 그때서야 왜 이 책이 이 상을 받았는지 확실하게 이해가 되었다. 우리나라 식으로 보자면 장기투숙여관인 이 북호텔, 이 소설을 읽다 보면 어느 나라, 어느 시대이건 사람의 삶이란 형태만 조금씩 다를 뿐이라는 사실에 안도감과 씁쓸함을 느끼게 된다.

 

배달마차꾼이었던 에밀 르쿠브뢰르와 아내 루이즈는 처남의 소개로 제마프 강가에 있는 북호텔을 인수하고 영업을 시작한다. 그들은 투숙인들의 생활패턴을 고려해서 아침 일찍 질 좋은 커피를 준비해 두고 호텔을 항상 깨끗하게 유지한다. 심지어 루이즈는 늑막염이 걸렸을 때도 며칠만에 일어나 일을 시작할 정도로 이 호텔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이 호텔에는 대장장이, 인쇄공, 마차꾼, 방직공장과 모자공장의 여직공들, 석수장이, 지하철 종업원, 경찰관, 폐병환자, 수문지기, 오입쟁이, 배우, 권투선수, 가정부, 이발쟁이와 그의 부인 등 노동자 계급의 서민들이 투숙객으로 또는 손님으로 드나든다. 이들은 불법적인 행동으로 다른 사람의 돈을 뜯어 내기도 하고(수문지기 쥘로), 아내가 이미 다른 남자의 정부가 되어 있기도 하고(경찰인 프로스페르의 아내 지네트는 투숙한지 한 달도 안되어 케넬의 정부가 된다. 그리고 마리위슈는 아내가 다른 남자의 정부가 되었음을 마리위슈 자신만 모른다.) 가족에게 폭력을 쓰기도 하고(마차꾼 샤르돈로 부인은 아들을 때리고 이발쟁이 라미용은 아내를 때린다), 틈만 보이면 다른 여자를 유혹하기도 하고(전기공 베르나르는 청소부 르네가 혼자가 되자 그녀를 유혹한다), 심지어는 호텔에서 청소부 일을 하면서 투숙객들의 사생활을 캐내고 그들의 물건에 손을 대기도 한다(마차꾼 샤르돈로 부인, 그녀는 먼저 가정부로 일할 때는 침대 아래 떨어진 안주인의 속옷을 가져다가 호텔투숙객에게 팔았다)

이당시 프랑스에서도 남녀관계는 자유로웠고 동성교제를 하는 사람도 있었고(아드리앵) 사회주의자가 사람들을 선동했으며(베니토) 폐병이 만연했고(라드베즈, 미마르의 아내 뤼시) 직장을 구하는 것은 어려웠다(드라마 배우인 라울의 가족). 나이 든 언니는 같이 사는 역시 나이 든 여동생이 남자와 데이트하는 것을 막고 동생은 울면서도 그것을 자신의 숙명이라며 받아들인다.(쥘리 자매)

 

이 이야기는 1920년대 프랑스 파리의 외곽지역의 서민들 이야기로 한 부부가 북호텔이라는 한 호텔을 사기로 결심하는 순간부터 토지수용으로 인해 호텔이 허물리게 되는 순간까지 북호텔에서 일어났던 일과 그곳을 거쳐간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는 시종일관 담담하게 묘사되어 있는데 그래서 더 그 당시 파리외곽 사람들의 삶에 대해 사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소설을 따라가다 보면 한 가지 생각이 드는데 어느 시대나 사람들이 사는 모습은 결국은 같구나 하는 것이다. 이 소설의 배경은 외국이지만 그네들의 삶이 현재 우리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고 느껴진다. 그 당시에도 사람들은 버려지고 절망하고 자살하고, 더러는 희망을 붙잡고 끈질기게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고, 밥벌이를 위한 고된 노동을 했다.

이들의 자유로운 남녀관계는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그 당시에도 이미 프랑스는 동거자체가 흔한 일이었고 책임으로부터 조금은 더 자유로웠다. 그런 과정에서 여자들은 약자일수밖에 없었고 절망한 여자들의 말로는 임신내지는 타락이었다. 이 호텔의 청소부로 일했던 두 여자의 경우에도 이 삶은 비껴가지 않았고 그들은 나름의 비극을 맞이했다. 철공장 직원인 피에르와 동거했던 르네는 임신한 채 버려졌고 그 아이는 죽어버렸다. 그녀는 결국 타락의 길을 걷고 호텔에서 매춘을 하다가 루이자에게 쫓겨난다. 그 다음으로 청소부를 했던 잔느 역시 여러 남자들과 사귀지만 결국은 이용만 당한 셈이 되었고 그녀 역시 임신한 채 호텔을 나가게 되었다.

내가 느낀 아쉬움, ,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그리고 부지런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면모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차지하고 다행히도 이 호텔의 두 부부는 부지런하고 마음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 처음에 호텔을 시작할 때도 투숙인들의 생활패턴을 고려하여 아침 일찍 질 좋은 커피를 제공해 주고 항상 호텔을 깨끗하게 유지한다. 종업원을 다그치지 않고 야단치지도 않고 때에 따라서는 쉬도록 해준다. 그리고 언제나 상담해주고 그들의 편의를 봐준다. 게다가 호텔을 한번 거쳐간 사람(드보르제 영감은 한때 이 호텔에 투숙했고 지금은 양로원에서 생활하며 외출허가가 나는 날 호텔에 들른다. 주인 부부는 그를 환대하며 음식을 접대하고 용돈을 주기도 한다.)에게는 더 마음을 쓴다.

이 소설의 영화가 있다고 해서 찾아보니 르네와 피에르의 이야기만 다룬 듯하고 영화는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 아쉽다.

이제 이 호텔이 토지수용으로 인해 헐리면서 주인부부는 자신들의 생활의 터전을 잃었고 그곳에 투숙하던 사람들은 다른 숙소를 찾아야 했으며 이곳을 드나들던 사람들은 추억 속에서나 이 호텔을 떠올리게 되었다. 그들은 또 다른 장소를 찾겠지만 이렇듯 마음 편하게 드나들던 곳이 또 있을지는 알 수 없다.

역시 자전적인 소설은 설득력이 있다. 작가의 첫 소설이었다는 이 작품이 작가의 부모가 운영하던 북호텔에서의 일들을 배경으로 하고 있으므로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서민들의 모습에 가감이 없을 것이다. 프랑스 소설이 내게 준 편견을 깨준 편하게 접할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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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수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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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두목원숭이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글에 자신의 경험이 녹아 있을때 사람들에게 더 많은 공감는 듯 합니다. 저도 어서 읽어봐야겠습니다~살짝 스포일러가..ㅋㅋ

    2015.10.11 21:52 댓글쓰기
    • 파랑뉨

      엄청 스포일러지요^^ 어서 읽어보세요. 그리고 토론하자구요~

      2015.10.11 23:05
  • 파워블로그 샨티샨티

    부모가 운영하던 북호텔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자전적 소설이라니 흥미가 더하네요. 호텔 내에서 함께 일하며 애증의 반복이 개인의 파멸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 싶네요.

    2015.10.11 22:56 댓글쓰기
    • 파랑뉨

      다행히 그런 내용은 아니구요, 그저 사람들의 삶을 객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어서 감정이입은 덜한 소설입니다. 그시대 프랑스 파리 외곽의 서민들의 삶을 이해하는데 좋은 책이랍니다^^

      2015.10.11 23:06
  • 파워블로그 뻑공

    아, 쉽지 않네요... 제가 그동안 프랑스 문학을 만난 게 몇권 안 되지만, 그마저도 쉽다고 느낀 게 많지 않았어요. 이야기 흐름 그 자체로 즐길 수 있기도 했는데, 아 역시 프랑스 문학은 어렵구나, 하는 생각을 했던 게 기억 납니다.

    자전적 소설이라... 배경이 된 북호텔에서의 시간이 들려주는 게 역시 우리네 살아가는 모습인 건가요? 어려울 듯하지만 그럼에도, 궁금한 소설입니다.

    2015.10.11 23:06 댓글쓰기
    • 파랑뉨

      특별할 것 없는데 담담하게 잘 읽힙니다. 저는 프랑스문학은 많이 두려워요^^;;

      2015.10.12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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