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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분 지나고까지

[도서] 춘분 지나고까지

나쓰메 소세키 저/송태욱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이렇게 자신의 책에 대한 제목을 짓는데 있어서 대충인 작가가 있을까? 나쓰메 소세키의 이번 책은 제목이 춘분 지나기까지인데 이 이유가 새해 첫날부터 시작해서 춘분 지나고까지 쓸 예정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긴 이보단 앞선 이라는 소설도 알고 보면 신문사 후배가 책이름을 지은 것이었다고 했었다. 그럼에도 책의 제목과 내용이 너무 잘 맞았다는 것은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 것일까? 우연치고는 너무나도 잘 들어맞아서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여기 두 청년이 있다. 한 청년은 대학을 졸업하고 하숙에 살면서 취직을 하기 위해 여기저기 일자리를 부탁하면서도 모험적인 삶을 살아보고자 하는 바램을 가지고 있는 게이타로이다. 그리고 또 한 청년은 아버지가 남겨 주신 좋은 집에서 어머니와 함께 살며 좋은 성적으로 대학을 졸업했지만 취직은 뒷전이다. 그는 자의식이 강하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에 대한 사랑을 쉽게 인정하지 않고 또 사랑한다는 이유만으로 결혼이라는 현실속으로 뛰어 들어갈 만큼 모험적이지 않은 스나가이다. 그리고 이외에도 이 책에는 스나가의 이모부와 그의 딸 지요코, 그리고 외삼촌이 등장한다.

 

<목욕탕에 다녀온 후> 이 글은 게이타로가 화자로써 게이타로와 그의 하숙집 이웃인 모로타로에 대한 이야기이다. 구직활동중인 게이타로는 특이한 경험을 동경한다. 때문에 같은 하숙집에 있는 모리모토를 동경하여 같이 목욕을 가고 술을 마신다. 하지만 일주일 후부터 모리모토가 보이지 않고 출장을 갔나 했지만 하숙비 6개월치를 밀리고 잠적한 것. 며칠 후 모리모토는 다롄에 있다며 편지를 보내오고 게이타로에게 자신의 지팡이를 남긴다.

<정거장> 게이타로가 스나가의 이모부 다구치로부터 의뢰를 받고 두 남녀를 미행하는 이야기이다. 스나가의 주선으로 게이타로는 스나가의 이모부 다구치에게 취직자리를 부탁하게 되는데 그러던 어느날 다구치로부터 누군가를 미행해 달라는 의뢰를 받게 된다. 며칠전 점쟁이의 말이 생각난 게이타로는 모리모토의 지팡이를 가지고 가고 정거장에서 마주친 어느 여자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한참을 기다린 후에 한 남자가 여자에게 다가오는데 그 남자가 바로 게이타로가 찾던 그 남자였던 것. 게이타로는 그들을 미행하고 마지막에는 남자를 따라가지만 놓치고 만다.

<비오는 날> 마쓰모토가 비오는 날 손님을 받지 않게 된 이유를 들려준다. 마쓰모토에게는 아이들이 여섯이 있는데 막내 딸아이가 그만 돌연하게 사망하게 된다. 마침 장례식 날 비가 오고 마쓰모토는 그 이후로 비 오는 날 손님을 받지 않게 되었다.

<스나가의 이야기> 스나가와 지요코가 서로 정혼으로 얽히게 된 이야기이다. 둘은 어려서부터 보았기에 서로 친근하다. 하지만 스나가는 지요코가 원하는 남편감이 될 수 없기에 결혼을 경계한다. 하지만 스나가의 어머니는 지요코가 태어났을 때 그녀를 이미 스나가의 아내감으로 점 찍어 놓고 어느 시기마다 스나가에게 결혼을 종용하고 있다. 어느 여름 바닷가로 모두 피서를 갔을 때 지요코의 별장 아래에 다카기라는 청년이 오게 되고 묘하게 그에게 신경이 쓰인 스나가는 드디어 지요코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다해도 스나가의 결혼을 경계하는 마음에는 변화가 없고 다른 가족들보다 일찍 어머니를 모시고 돌아온 지요코와 이야기를 하던 중 다카기의 이야기를 꺼내는 바람에 서로 다투게 되고 심지어 지요코로부터 비겁한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다.

<마쓰모토 이야기> 마쓰모토가 스나가에 대해 게이타로에게 이야기한다. 마쓰모토는 스나가가 유일하게 존경하는 집안의 어른이다. 하지만 사람들이 자신을 싫어한다는 스나가의 말에 대답을 해주다가 그만 스나가로부터 혐오감을 엿보게 된다. 결국 마쓰모토는 스나가에게 그의 출생에 얽힌 이야기를 해주게 되고 스나가는 어머니가 자신의 생모가 아니라는 것에 낙담하지만 여행이라는 시간을 통해서 천천히 마음을 치유해 나가기 시작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두 청년과 한 쌍의 남녀의 대비를 보여준다.

게이타로는 스나가에게 동경심과 질투심을 동시에 가지고 있지만 분명 믿고 의지할 친구임에는 틀림이 없다. 하지만 학교를 부진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취직을 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인생에 늘 뭔가 모험이라고 부를만한 일이 일어나기를 바란다. 철 없고, 자신의 처지는 생각 못하고 이상만 있고 모험만 추구한다. 내가 보기에는 결정을 최대한 유보하고 당장의 호기심에 고개를 돌리는듯하다. 의리보다는 실리를 추구하는 쪽이고 즉흥적이다. 그래도 직장을 구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현실적이기도 하다. 그런 반면에 스나가는 게이타로의 친구이면서 우수한 성적으로 학교를 졸업하고서도 구직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인생에 무슨 일이 생기기 전에 차단해 버리려고 노력하는 사람이다. 게이타로는 하숙을 하지만 스나가는 아버지가 타계했음에도 부유한 삶을 살고 어려서 정혼한 여자도 있다. 그럼에도 출생에 대한 부분은 그의 마음속에 무거움을 증가시킨다.

스나가와 지요코는 어려서부터 집안끼리 정혼이 되어 있는 사이다. 결혼에 대한 생각은 각자가 너무 다르다. 지요코는 스나가를 사랑하지만 독촉하지 않다가 스나가가 다카기를 통해 자신에 대해 질투하자 스나가에게 비겁하다고 타박하기도 한다. 하지만 스나가의 마음에는 아직 결혼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P274 나는 나를 좋아하지 않는 여자를 억지로 안는 기쁨보다는 상대의 사랑을 자유의 들판에 놓아주었을 때의 남자다운 기분으로 내 실연의 상처를 쓸쓸하게 지켜보는 것이 양심에 비추어 훨씬 더 만족스럽다고 생각한다.

 

이번 책은 지금까지의 소세키 시리즈와는 다르게 각 장마다 제목이 붙어 있다. 알고 보니 각각의 서로 다른 단편을 엮듯이 했다고 하는데 이것도 실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신 아라비안나이트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란다. 그래서 그런지 마치 각각의 이야기를 같은 등장인물들을 통해 연결만 시켜 놓은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지금까지 읽었던 소세키 시리즈 중에서는 가장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기가 힘들지 않았나 싶다. 모로타로가 게이타로에게 놓고 간 지팡이와 점쟁이의 이야기가 스토리를 끌어가는 복선이 되어 줄까 했는데 그것도 아니고 마지막에 등장한 마쓰모토를 통한 스나가의 출생의 비밀에 대한 부분도 소설에 대한 기대감을 낮추는 빌미가 되지 않았나 싶다.

머리말을 보면 건강상 제 때에 연재를 시작하지 못한 점, 늦게 시작함에도 글이 어떨지 확신할 수 없고 또 늦게라도 시작하게 돼서 부담감을 줄일 수 있게 된 점, 어느 문학경향에 속하지 않고 자신만의 쓰리라는 다짐등이 보인다. 그리고 독자들이 문단도 들여다보지 못한데 비해 교육받은 평범한 교양인들 앞에 작품을 내놓을 수 있는 자신을 행복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다는데 그의 약력으로 보이는 불우한 환경에 대한 소심증과 위궤양에 대한 내용과는 맞지 않다. 그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었을까? 하는 의문점이 드는 것이 무리는 아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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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블루

    연작 단편인 모양입니다.
    이렇게 여러 편의 나쓰메 소세키 전집이 나오다보니 나중에 구매하더라도 그냥 보관해 둘 가능성이 많을것 같아요.
    한편 한편 시간내어 읽기가 버거울 듯.
    구매하지도 않았으면서...... ㅋㅋㅋ

    2016.01.22 13:38 댓글쓰기
  • 파란하늘

    잘 지내시나요? 정말 오랜만이지요. 요즘은 블로그에 자주 안 들어오다 보니..이웃의 업데이트를 놓친답니다.
    아무리 잘 쓰는 작가라 하더라도 모든 장르에 능하지는 않겠지요. 오히려 인간적이라 느껴집니다. 저는 이 분의 책을 단 한 권도 안 읽은 흔하지 않은 사람인데요..정말 언젠가는 읽어보고 싶네요. 짙은_파랑님의 리뷰는 늘 섬세하고 객관적인 관점을 잃지 않으려 하면서도 장황하지 않는 매력이 있습니다.

    2016.02.16 16:23 댓글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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