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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팔기

[도서] 한눈팔기

나쓰메 소세키 저/송태욱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4점

지금까지의 소세키 책이 소세키 자신을 조연 내지는 단역으로 출연시켰다면 이 책 한눈팔기에서는 주인공 그 자체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는 동안 소세키의 삶을 직접 바라보는 느낌이었고 어느 정도는 그의 삶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기도 하다

소세키는 자신의 과거를 묻고 앞으로만 나가고 싶지만 그의 주변인들(양부, 양모, 처가)은 그의 과거속에서 튀어 나와 과거의 일을 빌미로 그에게 돈을 요구하며 현재의 그를 붙잡는다. 하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대단하지않은 소세키는 특별히 더 나을 것 없는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거절하지 못해 계속 돈을 주게 되고 그런 상황들을 해결하느라고 좀처럼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이 소설은 어린 시절 소세키가 입양되었던 사실을 모티브로 해서 겐조라는 등장인물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 겐조는 어린 시절 시마다 부부의 양자로 보내졌지만 두 사람의 이혼으로 다시 본가로 돌아오게 되고 다시 돌아온 본가에서 그는 환영받지 못한다. 이후 어른이 된 겐조는 결혼하고 유학을 다녀온 후 교사가 되었지만 그는 가난하다. 어린 시절 그를 입양했던 시마다가 잦은 방문을 해오고 어린 시절의 은혜를 빌미로 돈을 요구한다. 겐조는 조금씩 돈을 융통해 주지만 자신의 사정도 좋지 못한 관계로 더 이상의 도움을 거절하게 되고 시마다는 화를 내고 돌아가서는 다른 사람을 통해 파양 당시 겐조가 써 주었던 서류를 빌미로 목돈을 요구한다. 겐조는 고심끝에 100엔을 주기로 한다.

 

생각해보면 참 고달픈 인생이다. 그 당시의 엘리트로 유학을 다녀왔지만 고국에 돌아왔을 때 그에게 남은 것은 빈 지갑과 친정에 맡겨두었던 아내와 두 딸들이다. 게다가 곧 셋째 딸도 태어난다. 어떻게든 경제활동을 해야 하지만 월급은 넉넉하지 않고 부유하던 장인은 퇴직 후 주식투자로 엄청난 손해를 보게 된다. 때문에 장인도 나몰라라 할 수 없고 이제는 어린시절 입양했던 일을 빌미로 돈을 요구하는 시미다도 그의 이혼한 부인도 그에게 돈을 요구하는 등 이래저래 주변인들로부터 금전적인 도움을 요청받는 겐조는 가슴이 답답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족쇄를 달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교사직에 있는 겐조는 다른 사람들 눈에는 사정이 좋아보이지만 사실 겐조의 사정은 썩 좋지 않다. 가정에 무관심하고 자기 직업에 대한 자신감도 부족하고 돈은 없고 빚도 있고 무뚝뚝한 아내와 아이는 셋이다. 게다가 심약한 정신은 겐조에게 신경쇠약의 원인이다. 주변인들과의 관계를 명쾌하게 이끌어가지 못하고 관조하는 겐조는 상황을 더 어렵게 끌고 가고 있는 것이다. 과거의 그가 현재의 그를 만들었는데 현재의 그가 미래의 그를 만들 것에 대해서는 별로 생각해보지 않고 있다. 허무주의가 가슴속 깊이 스며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글의 내용 어디에도 한눈팔기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이런 일들을 모두 마치고 이제 다른 곳으로 시선을 돌리는 이야기가 나오나 했지만 이야기의 끝은 겐조가 시마다에게 넘겨줄 100엔을 구했다는 이야기가 다였다. 알고보니 원래 제목인 도초라는 단어에는 한눈팔다아니면 길가에 난 풀이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현실적이지 않은 남자의 현실 고난기라고 소설가 정이현은 얘기하고 있고 나도 그 의견에 동의하는 바이다. 특별하지 않은 그저 길가의 풀 한 포기 같은 자신을 보면서 자신에게 닥친 많은 문제들을 그저 해결해 나가야 하는 것이다.

 

P287 “세상에 매듭지어지는 일은 거의 없어. 한번 일어난 일은 언제까지고 계속되지. 다만 여러가지 형태로 변하니까 남들도 자신도 알 수 없을 뿐이야.”

 

지금까지 소세키의 소설이 회자되는 이유를 다시 한번 상기하게 된다. 그 당시에도 세상은 살수록 어려운 문제인데 지금도 그 말은 계속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아이들은 철이 없고 세상은 살기가 점점 팍팍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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