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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도서] 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저/김선욱 감수/김명철 역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우리에게는 소장하고 싶은 책, 읽어보고 싶은 책이 있다. 그런데 또 반면에 끝까지 읽지 못한 책들이 존재한다. 우리 집에 있는 책.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이 그렇다. 거의 다 읽었는데 왠지 완독할 욕심이 나지 않는다. 이 책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기 시작했을 때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책도 가지고는 있지만 끝까지 읽지 않은 책이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 최근에 책 모임에서 선정된 책들을 완독하지 못하고 있는 나의 상황을 봤을 때 확률이 거의 70%!. 그런데 이 책을 완독했다. 중간에 활자만 읽고 있을 때도 분명 있었지만 끝까지 다 읽었다. 그리고 멀지 않은 미래에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기로 마음을 먹어 버렸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정의란 무엇인가를 떠올렸을 때 딱 떠오르는 생각은 한가지였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서 일관성있게 주장하는 것. 그것이 자신의 정의라고 생각했다.  물론 나의 이런 생각은 단순하게 우리가 일상생활을 살아가면서 갖는 소소한 주장 같은 것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저자는 폭넓게 생각하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가 생각하고 있는 정의란 무엇일까?

 

P55 이 책의 목적은 독자들로 하여금 정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립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도록 만들어, 자신이 무엇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도록 하는 데 있다.

 

1장에서부터 나는 혼란을 느꼈다. 저자가 뜨거운 감자 같은 주제들을 도마 위에 버젓이 올려 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어떤 사안에 대해서(그것이 정치적인 것이든 다른 것이든너무나도 쉽게 좋다 나쁘다를 얘기한다. 하지만 왜 그런가하는 물음에 대해서는 '그냥'이라고 얼버무리거나 억지스러운 이유를 들어 제대로 된 논의가 불가능해지기도 한다. 물론 나 또한 그들과 다르지 않고 오히려 그냥으로 답을 대신하는 경우가 훨씬 많기도 하다.

 

P52 민주사회에서 살다 보면 옳고 그름, 정의와 부당함에 관한 이견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낙태의 권리를 옹호하는 사람들도 있고 낙태를 살인으로 간주하는 사람들도 있다. 부자에게 세금을 거두어 가난한 사람을 도와야 공정하다고 믿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노력으로 번 돈을 세금으로 빼앗는 행위는 공정치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대학 입시에서 소수 집단 우대 정책이 잘못을 바로잡는 정책이라고 옹호하는가 하면, 다른 사람들은 인재를 역차별하는 공정치 못한 정책이라고 비난한다. 테러 용의자를 고문하는 행위를 자유 사회에 걸맞지 않은 혐오스러운 짓이라고 반대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테러를 막을 수 있는 최후의 예방 수단이라고 찬성하는 이들도 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공리주의, 자유지상주의, 칸트의 이론, 존 롤스의 이론,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에 대해서 이야기하며 그 이론들이 갖는 각각의 문제점들을 제시하고 있다.

표류중인 보트에서 먹을 것이 떨어지자 아픈 사환소년을 식인한 사건, 로마인들의 행복을 위해 기독교인들을 사자가 있는 원형경기장에 넣는 것을 예로 들면서 최대행복이 원칙인 공리주의 입장에서 봤을 때 희생당한 사람들과 같이 불합리하고 억울한 상황이 생기는 것이 옳은 것인가 묻고, 안락사, 낙태, 동성애등에 대해서도 개인에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자유지상주의가 세금과 분배에 대해서는 부당하다고 얘기하면서 사회적 책임에 대해서 전혀 고려하지 않음이 옳은지 묻고 있다.

자유시장 논리에 따른 도덕성 문제와 대리인 고용 문제는 내가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문제였다. 모병제에서 다른 사람을 대리고용하는 것과 임신을 위해 대리모를 하는 것의 문제는 아직도 어떤 것이 맞다 틀리다고 얘기할 수 없다. 전쟁등의 상황에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않고 다른 사람을 고용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은 저자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전쟁중이고 내게 지불능력이 있으며 누군가 돈을 받고 내 대신 나선다면 나는 끝까지 내가 져야 할 책임이라며 스스로 나설 수 있을까? 실제가 아님에도 그렇다고 쉽게 답할 수 없음이 솔직한 마음이다.

가장 현실적인 문제였던 것은 소수집단우대정책에 대한 논쟁이었다. 대학입학의 소수집단우대정책과 관련하여(특히 인종) 불이익을 빌미로 한 소송은 계속되고 있지만 이것은 차별이라기보다는 그 단체가 존재하는 사명과 관계가 있으므로 법률상 차별이 아니란다. 하지만 대학의 목적은 수입극대화가 아닌 교육과 연구로 공공선에 기여하는 것인데 그 일을 하자면 돈이 많이 드니 기부를 받되 무엇이 우선인지 분명히 해야 한다고 저자는 얘기하고 있다.

 

P263 홉우드처럼 입학을 거절당한 지원자들은 만족할 수 없겠지만, 그러한 결정은 분명 도덕적이다. 텍사스 법학대학원은 홉우드가 열등하다거나 대신 입학한 소수 집단 학생들이 홉우드에 비해 우대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하지는 않는다. 단지 학교와 법조계에서 인종적, 민족적 다양성을 확보하는 것이 학교의 교육 목적에 부합한다고 말할 뿐이다. 또한 그러한 목적 추구가 입학을 거절당한 사람들의 권리를 어떤 식으로든 침해하지 않는 한, 실망한 지원자들은 부당하게 대우받았다고 법적으로 저항할 수 없다.

9장에서는 저자의 생각이 많이 보인다. 저자는 공공에 대한 의무를 정의하는데 도덕적 부분도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애국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에 의문을 가진다면 나는 국가에게 나를 보호해야하는 의무를 지울 수 있을까? 내가 위험한 상황에 노출돼 있을 때 국가로부터 구원의 손길을 요청할 수 있을까? 저자는 독일의 보상문제나 미국의 흑인노예보상문제, 일본의 위안부 문제등의 국가적 배상문제도 마찬가지라고 말하고 있다. 현재 지금 내가 누리는 환경은 과거로부터 기인한 것이므로 서로에 대한 의무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보상을 받을 사람이 그 당시의 피해자가 아니더라도 말이다.

 

P328 우리는 누구나 특정한 사회의 정체성을 지닌 자로서 우리를 둘러싼 환경을 이해한다. 나는 누군가의 아들이거나 딸, 또는 사촌이거나 삼촌이다. 나는 이런저런 도시의 시민이며, 이런저런 조합 또는 전문가 집단의 일원이다. 나는 이런저런 친족, 부족, 나라에 속한다. 그러므로 내게 좋은 것은 소속 집단 사람들에게도 좋아야 한다. 이처럼 나는 내 가족, 내 도시, 내 친족, 내 나라의 과거로부터 다양한 빚, 유산, 정당한 기대와 의무를 물려받는다. 이런 것들이 내 삶의 기정사실을 구성하며 내 도덕의 출발점이다. 또한 이는 부분적으로 내 삶에 도덕적 특수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저자는 10장 정의와 공동선에서 많은 예를 들어가며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풀어 놓고 있다. 그것에 대한 설득이든 내가 그동안 가지고 있던 이론이든 나의 생각과 많은 부분에서 일치한다는 것이 마음에 든다.

 

P433 우리는 다양한 입장과 관점들을 경청하고, 다른 사람들 편에 서서 이해를 시도하면서 어떤 생각이 해당 문제에 더 좋은지 고민하고 판단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우리의 사유가 확장되고, 이해가 넓어지면서 우리 사회를 구성하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과 더불어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접하는 많은 것들에서 정의가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게 된다. 하지만 모두들 자기생각이 있고 이유가 있는데 과연 누구의 말이 정의에 가까운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요즘처럼 정보가 홍수인 시대에 어떤 것이 진짜인지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 지금은 절대적이라고 판단되는 것도 여러 세대가 지나고 난 뒤에 그것은 잘못되었다라고 판명이 나기도 하는데 말이다. 이러다보니 판단의 보류가 일어나기도 하고 혼란이 일어나기도 한다. 물론 저자가 얘기한 것처럼 도덕적 측면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단순히 맞다 틀리다로 딱 나눠서 구분할 수 없기에 여전히 내게 정의는 어렵다.

 

나는 절대로 이 책이 쉽다고 말하지 않는다. 실제로 책장이 잘 넘어가지도 않았다. 심지어는 몇 번씩 다시 읽어봐야 하는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추천하고 싶은 책임에는 분명하다. 누군가의 생각을 강요하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자신이 직접 여러가지 예들을 보면서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에 대해서 배경을 가져보는 것은 꼭 해봐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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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란하늘

    짙은파랑님, 반갑습니다. 오랜만이네요.
    저도 이 책을 읽고 학생들과 토론도 했었습니다. 정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이론들과 관점들이 있지만 마이클 샌댈의 정의, 특히 생명과 노동과 도덕성에 대한 정의에 공감이 가더군요. 그의 정의도 혼돈과 공허와 같은 현실에서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정의지요. 정의보다는 권력에 의지하는 현실 속에서 내게, 우리 국민에게 정의란 과연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2017.04.11 14:10 댓글쓰기
    • 파랑뉨

      안녕하세요 파란하늘님~ 제가 엄청 소원하네요 두루두루^^ 이 책은 쉽지 않음에도 꼭 읽어봐야할 필독서인것 같아요. 말씀하신 생명,노동,도덕성에 대한 부분 저도 200% 이상 공감하는 바입니다. 오랜만인데도 이리 방문해주시니 넘넘 감사합니다~(__)

      2017.04.11 17:39
  • 파워블로그 후안

    오랜만에 글을 올리셨습니다. 봄날에 잘 지내고 계시지요. 아마도 정의에 관한 마이클 샐던 교수의 책이 우리나라에서 그리 공저의 히트를 기록한것은 이 사회가 그만큼 정의롭지 못하다는 증거이겠지요. 전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일이라고 하더라구요. 인문학서적이고 저리 어려운 내용이 베스트 셀러로 등극한다는 것이 말입니다. 리뷰를 보니 이 책을 읽고 마이클 샐던교수의 강의 영상을 유튜브로 찾아보고 들었던 기억이 남니다. 그만큼 감흥이 많이 남는 책이었지요. 돈으로 살수없는 것들도 만나보시면 그 만큼의 감흠이 있으실겁니다. ^^

    2017.04.14 11:00 댓글쓰기
    • 파랑뉨

      안녕하세요. 후안님~ 책과 하는 만남을 가지고 계시다고 들었어요. 정말 잘 되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후안님 안에 가득한 그 좋고 의미있는 것들 다른 분들께도 전달되면 더 없이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로맨스를 제외하고 책을 너무 오래 쉬어서... 읽기도 쓰기도 쉽지 않지만 다시 시작하는 마음입니다.
      정의라는 게 저마다 갖고 있는 것이라서 이것이다 라고 말하기 어렵지만 말씀처럼 정의롭지 못한 환경속에 살다보니 더 눈에 들어오네요. ㅎㅎ

      2017.04.14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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