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가우의 사형집행인인 야콥 퀴슬은 사이가 좋지 않은 동생 바르톨로메우스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또 밤베르크의 사형집행인인 바르틀의 도제로 있는 게오르크를 보기 위해 온 가족을 이끌고 밤베르크시로 오게 온다. 하지만 이들은 밤베르크에 들어오기전부터 잘려진 시체의 한 부분을 발견하는 등 예상치 못한 상황과 맞닥트리게 되고 항상 그렇듯이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곳 밤베르크시는 40여년전에 이미 끔찍한 마녀사냥을 겪었던 곳으로 주변에는 아직도 빈집이 즐비하고 최근에는 사람들이 사라지거나 살해당하면서 늑대인간이 나타났다는 소문으로 흉흉한 곳이기도 하다. 한편 밤베르크의 부주교는 다시 마녀재판을 부활시키려고 사람들을 부추기고 지몬을 위시한 사람들은 이를 우려하는데, 쇤보른 주교의 방문 기념 연극공연이 펼쳐지던 날 공수병에 걸린 부주교가 군중속에서 날뛰고 그가 늑대인간이었다는 소문이 퍼져나가면서 거리는 더욱 더 흉포해진다. 그런데 그 와중에 바르틀의 약혼녀인 카타리나의 아버지와 집을 뛰쳐 나갔던 바르바라가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고 퀴슬 일가는 그들을 찾기 위해 다시 한번 뭉쳐 사건의 중심으로 뛰어들어간다.
이 ‘사형집행인의 딸’시리즈의 중심에는 종교와 마녀사냥이라는 사건이 깔려 있다. 그리고 이 ‘밤베르크의 늑대인간’에서도 이 마녀사냥이 사건의 중요한 핵심을 이루고 있는데 이 사건의 본질은 이 마녀사냥이라는 기회를 통해 자신의 경쟁자를 제거하여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는 것에 있었다. 때문에 이 희생당한 재력가의 후계자가 자라 복수를 하게 되는 이야기였던 것이다. 흔치 않은 이야기를 접하게 되는 것은 항상 즐거움인데 더 다행인 것은 끔찍한 고문장면은 등장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작가에게 감사를.
이 시리즈는 회를 거듭할수록 퀴슬 일가의 구성원이 한 사람씩 추가로 등장하고 있다. 3편까지는 주로 숀가우의 사형집행인인 야콥 퀴슬과 그의 딸 막달레나 그리고 연인인 지몬이 주인공이었다면 4편에서는 결혼한 막달레나와 지몬의 아이들이 새로 등장하고, 5편에서는 야콥의 동생인 밤베르크의 사형집행인인 바르톨로메우스가 등장하고 막달레나의 동생들인 쌍둥이 게오르크와 바르바라가 활약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이야기가 더욱 더 풍성해지고 있다. 그런데 설마 또 다른 일원이 또 있을까? 몰랐던 형제라던가… 숨겨졌던 형제라던가…
4편과 5편을 보면 이제 야콥이 나이를 먹었음을 느낄 수 있고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는 부분이 많이 나온다. 세대 교체인 걸까? 다음 이야기는 어떻게 될까? 지몬과 막달레나의 쌍둥이 아들들의 활약을 기대해봐도 좋을까? 아직은 섣부른 기대일 것이나 흐뭇하게 상상해 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듯하다.
솔직히 나는 이 5편을 가장 재미있게 봤다. 1편부터 4편까지는 중간에 지루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 5편은 조금의 지루함도 없이 쓱쓱 읽혀졌다. 그리고 추리물의 묘미인 누가 범인일까를 생각해 보는 것은 꽤나 즐거운 일이었는데 내가 추측했던 범인은 밤베르크의 전 사형집행인이었다가, 극단장인 말콤이었다가, 부주교였다가, 잠시 바르톨로메우스이기도 했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과연 그 어린 아이가 이모가 불러주는 복수의 대상들의 이름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모두 외우고 있다가 성인이 되어서 복수하는 것이 가능한가 하는 점이다. 오히려 어떤 표식을 보고 그것을 기억해 두고 있다가 실마리를 찾아 결국은 복수한다는 내용이 더 신빙성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었다.
5권을 읽기 시작했을 때에는 이 시리즈가 마지막인줄 알았는데 책장을 덮을 때에는 다른 이야기가 더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근거는 없다. 그리고 또 하나 아쉬운 것은 예전에는 책의 앞쪽에 지역안내도가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이것이 그래도 꽤 소소한 즐거움에 들었는데 아쉽다.
이들 형제에게는 해묵은 앙금이 남아 있고 이것은 이야기가 진행되는 내내 그들의 입을 통해 나온다. 밤베르크에서 바르톨로메우스는 공무원 신분을 불안정하나마 보장받은 듯하고 끝에는 사건이 잘 해결되어 주교의 주선으로 교회에서 결혼식도 올린다. 이런 상황들이 야콥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지막에 막달레나가 억지로 화해를 이끌어내려고 했어도 끝까지 그들의 화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앞으로 나올 어느 시리즈에선가는 그들의 화해를 보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