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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눈부신 친구

[도서] 나의 눈부신 친구

엘레나 페란테 저/김지우 역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이 이야기는 레누(엘레나 레누차 그레코)가 그녀의 친구인 릴라의 아들 리노로부터 전화를 받았으면서 시작한다. 릴리가 집에서도 레누에게서도 자신의 흔적을 없애 버린 것으로 보아 릴라는 이미 사라지기로 작정한 것임에 틀림없다. 절망하여 우는 리노의 전화에 대고 릴라를 그냥 내버려두라며 매몰차게 말하고 전화를 끊어 버린 레누는 좋아. 이번엔 누가 이기는지 보자하는 생각을 하며 컴퓨터에 60년이 넘는 두 사람만의 기억을 써내려 가기 시작하고, 이 이야기는 그렇게 써 내려간 이야기가 되겠다.


레누와 릴라는 같은 동네 같은 건물에 사는 친구다. 똑똑하지만 소심하고 상상력 풍부한 시청 경비의 딸 레누와 똑똑면서도 대범하고 직설적인 구두수선공의 딸 릴라. 소심한 레누는 격정적이고 과격한 릴라에게 늘 밀리는 느낌이다. 겨우 릴라에게 자신을 내세울 일이 생겨도 릴라는 말 한디로 그것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이미 그것을 따라 잡았거나 또는 더 뛰어난 실력을 보이는데 심지어는 욕이나 폭력적인 면에서도 남자애들에게도 절대 밀리지 않는다. 그나마 몸의 변화는 릴라를 앞서갔다고 자만했지만 그것도 그저 시간차였을뿐 그 변화는 릴라에게도 나타났고 심지어 릴라는 날씬하고 매력적인 분위기로 주변 남자들을 끌어 당긴다. 레누가 중학교, 고등학교로 진학하는 동안 릴라는 명석한 두뇌에도 집안의 반대로 진학을 하지 못해 레누가 잠시 우월감에 빠졌었지만 릴라는 학교에 가지 않고도 레누 스스로 패배를 인정할 정도로 뛰어난 실력들을 선보인다.


P299 릴라는 글로써 이야기를 할 줄 알았다. 내 글이나 도나토 아저씨가 쓴 기사나 시와는 달랐다. 과거에 읽었거나 그 당시에 즐겨 읽던 작가들의 글과도 달랐다. 릴라의 글은 섬세했고 학교에 다니지 않았는데도 문법이 완벽했다. 부자연스러운 느낌이 전혀 없었고 문어체의 어색함도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글을 읽는 동안 그녀의 모습이 보이고,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이들은 50년대의 격정적 변화속에 있던 나폴리에서 어린 시절과 사춘기 시절을 보낸다. 가장들은 가족을 길들인다는 미명하에 과격한 폭력(언어적, 육제적)을 행사하고 아이들은 가난하고 지저분한 거리에서 심한 사투리와 욕을 주고 받을 뿐만 아니라 그들이 싫어하는 사람들을 폭행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는다. 마을의 악의 축이었던 고리대금업자 돈 아킬레가 살해당하기도 하고 이후 고리대금업자의 장부는 마피아와 관련되어 있다고 소문난 또 다른 마을 부자가 소유하기도 한다. 동네의 누군가는 살인자이고 또 누군가는 불륜관계이고 그래서 가족이 동네를 떠나기도 한다. 어릴적부터 한 동네에 살던 이들은 자라면서 서로 굉장히 미워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하며 커서 상대의 반려자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폭력과 질시와 가난과 여성비하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레누나 릴라가 그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요원해 보인다. 사춘기까지는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들의 꿈은 꿈으로 머물 수 밖에 없다. 릴라는 더 이상의 교육을 거부하는 아버지로 인해 가업인 구두제작을 하게 되고 부유한 스테파노와 결혼하게 된다. 그레코는 우수한 성적을 무기로 선생님이 부모님을 설득해준 덕분에 중.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고 앞으로 어떻게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된다. 아직 이 이야기는 네 권 중의 한 권에 지나지 않기에 우리는 그들이 자신들의 인생을 스스로 선택할 기회를 얻을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


귀를 기울이며이후로 또다시 지나간 나의 사춘기시절에 대해 아쉬워하며 그녀들을 질투하는 나를 발견한다. 읽기를 시작했을 때 소녀들이 주인공인 이야기이므로 빨강머리 앤식의 우정을 다루었을 것이라고 당연시했었다. 하지만 뭐랄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소녀적 감성은 빨강머리 앤으로 순수하게 두고 현실 소녀들의 너무나도 사실적인 이야기라고 해야 할까? 게다가 이탈리아의 자유분방함을 가미해서 이미 파격적이고 성적인 관심과 행동에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열정이라는 기질을 몸에 장착한 채 각 상황마다 그 열정을 드러내고 때문에 이야기의 흐름에 (순전히 나의 관점에서) 좀 더 과한 행동을 보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과연 릴라는 엘레나에게 좋은 친구일까? 엘레나의 공부를 끌어 올려줄 수 있다는 점에서는 좋은 친구일 수 있다.  하지만 때로는 시험하고 질투하고 나아가지 못하게 하기도 하는 면에서는 나쁜 친구라고 말 할 수 있지 않을까?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잠시 일탈했던 그때 다시 되돌아온 릴라의 진심은 무엇이었을까?


P99 설마 그런 걸까? 릴라는 부모님이 벌로 내 중학교 진학을 취소하게 하려고 나를 꼬드긴 걸까? 아니면 정말로 내가 중학교에 가지 못할까봐 그렇게 서둘러서 나를 다시 데려온 걸까? 세월이 흘러 오늘에 와서야 나는 생각해본다. 사실 릴라는 때에 따라서 이 두 가지를 모두 원했던 것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뭐 좋은 친구인지 나쁜 친구인지에 대한 정의는 별로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기도 하다. 사람이 인생을 살아가는 동안에는 여러가지 감정이 동반되고 온전한 마음으로 누군가의 행복을 빌어주는 사람보다는 그 반대의 사람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레누는 릴라를 상대로 항상 자신이 이번만큼은 그녀를 이겼기를 바라지만 머지 않아 그렇지 않음에 절망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하지만 인생은 길고, 이 이야기의 시작점에서 레누가 사라져버린 릴라를 향해 이번엔 누가 이기나 두고 보자고 얘기하고 있다. 4편의 이야기 끝에는(이 책은 나폴리시리즈의 1편이다) 과연 누가 이겼다는 결론을 낼 수 있을까? 결국은 모두 지나간 일에 지나지 않았고 중요한 것은 그 안에 그들이 함께 했다는 것이 결론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는 누가 이겼다는 식의 결론을 기대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독자가 남자라면 이 갈피를 잡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여자와 사춘기라는 극한(?) 교집합속의 소녀들에게 주먹을 꽉 쥐고 이를 꼭 물지도 모르겠다. 책이 가벼워 좋았는데, 내 사춘기적 기억 속의 나와 맞물려 지난 시간을 더듬느라고도 특히 더 좋은 시간이었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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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키미스

    한 권이 아니라 네 권이라니... 레누와 릴라. 둘 사이에 어떤 일이 벌어질 지 기대가 되네요. 릴라는 어디로 사라진 걸까요? 저는 사춘기를 넘 사춘기같지 않게 대충 넘겼던 거 같아요. ^^;;

    2017.08.05 21:16 댓글쓰기
    • 파랑뉨

      저도 크게 사춘기를 겪지는 않았는데 생각이 참 많았던것 같아요. 늘 비극적 상상을 곁에 두고 살았었죠. ㅋㅋ 그때로 돌아가고 싶다기보다는 아쉬움이 참 많이 남는 시절인것 같아요

      2017.08.05 21:44
  • 두목원숭이

    후딱 읽으셨군요~ 전 아직 시작도 못했습니다..ㅋㅋ 아마도 모임 즈음 읽지 않을까 싶은데요..ㅋㅋ 여튼 여자니까 그녀들을 이해할 수 있을거란 막연한 기대를 품고 있겠습니다.^^

    2017.08.06 16:08 댓글쓰기
    • 파랑뉨

      저는 까딱하면 책이 밀릴 수 있어서 시간있을때 시작했는데 책장이 잘 넘어가서 후딱 읽었지요. 리뷰도 오래걸리지 않았구나 어찌나 다행인지... 계획 잘하셔서 읽으세요^^ 님은 너무 부지런함~

      2017.08.06 16:19
  • 파워블로그 세상의중심예란

    ㅋㅋ 위에는 나쁜 친구, 아래로는 눈부신 친구.. 상반된 이미지를 가진 제목이지만 폭력과 가난에 노출되었다는 점에서 주변 환경은 그다지 차이가 없는 것 같네요..ㅠㅠ 그래도 특별한 우정을 가졌으니 그것으로 충분히 눈부십니다. 그런데 상당한 분량이네요.. 4권 중에 한 권이라니..

    2017.08.07 22:02 댓글쓰기
    • 파랑뉨

      완독하신 분들이 좋았다고 말씀하시네요. 지금 2권 읽고 있는데 약간 주춤하고 있어요. 그래도 4권이 상에 노미네이트도 되었었다니 기대하는 중입니다^^

      2017.08.08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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