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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택시

[도서] 아무튼, 택시

금정연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5점

인터넷 서점 알라딘 인문 MD로 일했고, 지금은 '서평가'로 유명한 금정연의 <아무튼, 택시>.

'내가 읽고 싶은 책을 낸다'라는 모토가 재미있는 아무튼 시리즈. 그래서인지 이 시리즈에는 재기발랄한 책들이 많다. 특히 코난북스에서 나온 책들은 인문서 저자들이 인문서에는 쓰지 못했던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좋다. 필력은 검증된 분들이 '진지한' 책에서 보지 못한 의외성을 보여줘서 그게 좋아해서 재미있게 읽고 있다. 특히 저자들이 나와 비슷한 시대에 자라서 경험이 비슷해서 그런지 더 공감하며 읽게 된다.

<아무튼, 피트니스>, <아무튼, 스릴러>, <아무튼, 트위터>에 이어 읽은 <아무튼, 택시>

운전면허는 있으나 연수 받다 포기하고 마음 편하게 택시를 타고 다닌다는 서평가 금정연. <아무튼, 택시>는 모두가 자가용을 선호하는 시대에 택시 예찬을 하는 책이다. 나는 운전면허가 없어 어쩔 수 없이 택시를 타지만, 한편 운전면허증을 안 딴 건 자발적 선택이니 나 역시 자발적 택시 이용자다.

저자가 택시를 이용하는 것은 차를 사서 유지하는 것보다 택시비가 적게 들기 때문도 있지만, 그냥 어릴 때부터 택시를 좋아했단다. 엄마의 증언에 의하면 '버스 한 정거장 거리만 돼도 택시를 타자고 졸랐던 아이'였단다. 게다가 결혼한 부인도 택시를 좋아한다. 택시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그는 어린 시절 읽은 <피너츠>의 한 장면을 이야기한다.

라이너스를 왜 그렇게 좋아하냐는 질문에 샐리 브라운은 이렇게 대답한다.

"누군가를 싫어하는 이유를 물어보는 건 괜찮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이유를 물어보는 건 안 돼. 왜냐하면 그게 더 어려우니까." - 38쪽

태어나서 한 번도 택시를 안 타본 사람은 없을 테니 택시와 얽힌 이야기 하나쯤은 다들 가지고 있지 않나. 회사는 집에서 지하철과 버스로 1시간 20분 거리였고, 새벽에 택시를 타면 50분 남짓 걸렸다. 거리도 멀고 할증도 붙으니 택시비가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회사 사람들과 술이라도 한잔하는 날이면 택시비를 아끼기 위해 옆 동네 사는 선배와 늘 택시를 같이 타고 왔다. 택시비를 아꼈다는 생각에 택시비보다 더 많은 술을 부어 넣은 게 함정.

그날도 머리끝까지 술을 마시고 택시를 탔는데, 뜨뜻하고 답답한 택시 안 온기에 술기운이 점점 오르고, 차멀미까지 섞여 죽을 지경이었다. 얼굴이 하얗게 질리며 현기증이 나고 곧 무슨 일이 벌어질려 할 때, 옆에서 꾸벅꾸벅 졸던 선배가 잠깐 깨었단 내 상태를 보고 깜짝 놀라며, 택시 아저씨에게 택시를 멈춰달라 부탁했다. 하지만 아저씨는 조금만 가면 되는데 참으라고 했다.

"애가 다 죽게 생겼잖아요. 빨리 세워요!"

선배의 기세에 눌린 택시 아저씨는 택시를 세웠고, 나는 바로 내려 가로수를 붙들고 속에 있는 것을 확인했다. 그 이후 그 선배한테는 대들지를 못했다.

<아무튼, 택시>를 읽으며 예전 택시 탔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돌아 나올 때 빈차로 나와야 한다고 거부하는 택시도 만났고, 집까지 가는 동안 택시 아저씨의 인생사를 듣기도 했고, 자식 자랑에 손주 사진까지 본 적도 있고, 집에 지갑을 놓고 나와 식은땀을 흘리며 집에 돌아갔다 나온 적도 있고, 하여간 저자가 경험한 일들과 비슷한 일들을 겪으며 택시를 이용해왔다. 다른 점이라면 저자는 그것을 택시일지로 꼼꼼하게 적어두고, 결국 책까지 냈고, 나는 나도 그런 일이 있었지 하며 깔깔 웃는다는 것?

얇은 책으로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이다. 한 번이라도 택시를 타본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우리는 모두 어딘가로 가려 한다. 물론 우리는 그곳이 아닌 지금 이곳에 있다. 여기와 저기, 그러나 저기까지 가는 길을 정하는 건 내가 아니다. 돌아갈 수도 있고, 아무것도 아닌 곳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다. 심지어 전혀 다른 곳에 도착하기도 한다. 매순간 우리는 원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했던 지점을 지난다. 우리가 원하는 곳으로 가고 있기를 희망하면서.... 내 생각에, 택시도 비슷하다.- 8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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