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간 <GQ KOREA>의 전 편집장이기도 했던 그의 프롤로그조차 나는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졌다. 정말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한 글자도 놓치고 싶지 않은 글이었다.
최백호, 강백호, 법륜, 강유미, 정현채, 강경화, 진태옥, 김대진, 장석주, 차준환, 박정자까지 11인의 인터뷰가 담겨있다. 이름만 들어도 대개 알만한 사람들이지만, 이렇게 한 사람씩 자신의 가치관과 철학 마인드에 대해 접하는 것은 생소한 만남이었다.
내가 느낀 11인의 공통점은 평온함 속에 강인함이 느껴졌던 것 같다. 상황에 따른 불안을 넘어서는 여유로움과 평온함이 느껴지면서도, 그 속에 있는 각자의 흔들리지 않는 강인함이 인상적이었다.
그들의 사색에 자신의 해석을 덧붙이고, 기호를 곁들이고, 마지막 순간에 그것들을 조직했다는 말 그 자체가 이 책에 고스란히 나타나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내면의 깊이를 볼 수 있었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지금껏 읽었던 인터뷰집 중에 가장 의미있었다.
이 책을 덮자, 11인의 이야기가 마음 속에 새겨진다. 낭만에 대하여가 듣고싶어지는 시간이다. 오랜만에 마음 속 깊이 담기는 뜻깊은 책을 만났다.
?? 그들의 이야기는 희망 대신 도그마를 재생산하는지도 몰랐다. 양초 심지에 붙은 불꽃처럼, 도그마가 깊이 새겨질 때 희망은 흔들릴 것이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덧없음 속에서. 그러나 음악을 그토록 달콤하게 만드는 것은 연주자가 영원히 연주할 수는 없다는 사실 아닌가?
?? 나는 곧 알게 되었다. 그들이 들려주는 것은 표현의 방식이 아니라 표현의 목적이라는 것을. 모든 것이 전적인 실망과 사라지는 욕망에 달려 있다 해도, 이렇게 나약한 인생의 한 코너에 그들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 그가 이해한 세상이 물리적인 것이든 아니든, 인생은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의 몫. 결국 자기가 이해하는 풍경의 아름다움만이 스스로를 건져 올릴 것이다. 노자 같은 생존법으로 피겨 정글북의 모글리가 된 소년이 그런 것처럼.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