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대일》이란 영화가 다시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일대일》배경 해석하면 1천만 원 상금 주겠다, 라는 김기덕 감독의 발언 때문에..
전부터 보고 싶긴 했는데, 나도 이 발언에 혹했다. 내가 해석하고 말겠어, 라는 치기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홀로 걷는 여학생.. 그런 그녀를 쫓는 무리들이 있다. 여학생이 눈치채고 달리기 시작하나 역부족.. 결국 여학생, '오민주'는 살해된다...
연인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여자가 남자에게 일은 할 만하냐며 묻는데, 남자의 반응이 영 시원찮다.
"시키니까 그냥 하는 거지."
"시킨다고 다 해? 나쁜 일도 할 거야? 신념이 있어야지."
그러나 남자에게 '신념'이라고는 없는 듯하다.
어느새 날은 저물고, 연인이 차 안에서 키스를 나눈다. 여자는 내리고 남자는 남는다. 그 남자에게 검은 무리들이 달려든다. 남자는 속수무책으로 무리들에게 끌려간다. 군복을 입은 사람들.. 그 중 선글라스를 낀 사내, 그림자 리더(마동석)가 작년 5월 9일을 기억하냐고 묻는다. 그 말에 남자의 낯빛이 달라진다. 하지만 애써 표정을 관리하며 모른다고 대꾸한다. 그러자 주먹이 바로 날라 온다. 거듭된 폭력과 고문에 남자는 결국 백기를 들고, '그날'에 대해 적는다. 그림자 리더가 적은 것을 보고는 만족해하자, 옆에 서 있던 여성, 그림자4(안지혜)가 피범벅된 남자의 손을 종이에 꾹 누른다..
그리고 다음 남자, 다다음 남자들이 납치되고, 처음 남자와 같은 수순을 밟는다. 그 사이사이에는 그림자들의 일상생활을 보여준다. 그들의 일상생활에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은 처음 납치된 남자와 동일 인물인데, 1인 8역을 맡았다고 한다.(나는 그것도 모르고 처음 남자가 엄청 바람둥이라고 생각했었다는..) 제작비 절감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은데, 내 생각에는 '오민주'를 죽이는데 일조한 사람이나, 소시민들에게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이나 결국은 똑같은 사람이 아닐까, 라는 의미로 그런 것 같다. 1인 8역을 맡은 김영민 씨, 김기덕 감독이 신뢰하는 배우라는데, 놀라운 연기력을 펼쳐 보인다.(마치 예전에 윌리를 찾는 것처럼 볼 때마다 괜히 반가웠다. 저번에 극장에서 봤는데 사인이라도 받아둘 걸 그랬다!) 그리고 마지막.. 스포일러가 되고 싶지 않아 말할 수 없지만, 김기덕 감독 영화답게(?) 충격적이다.
이 영화의 배경, 최근 몇 년 내 있었던 민주주의를 훼손한 사건.. 솔직히 모르겠다. '민주주의 훼손', '5월 9일', '7인 민주주의' 등으로 검색을 해봤는데, 명료하게 떠오르는 사건이 없었다.(그렇게 해서 찾을 수 있는 사건이면 상금을 걸지 않았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왕 열심히 본 영화, 리뷰는 써야겠다는 마음으로 계속해서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일대일.. 사전적 의미로 "양쪽이 같은 비율이나 같은 권리로 상대함. 또는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상대함."이다. '오민주'를 죽이는데 일조한 사람들도 7인, 그들을 납치해서 혼내는 그림자들도 7인.. 정말 일대일이긴 하다. 근데 어떻게 '같은 비율이나 같은 권리'라고 할 수 있겠는가. 한쪽은 "내가 누군줄 알아? 책임자 나오라고 해!"라는 말부터 내뱉는 권력자, 나머지 한쪽은 그림자처럼 숨죽여 살 수밖에 없는 소시민들인데.. 민주주의 훼손을 모티브로 삼았다고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오민주'가 '훼손'되는 게 아니라 아예 살해당한다. 민주의 말살이다. 그럼에도 책임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시켜서 했다, 나 살려고 했다.. 그러면 다른 사람은 죽어도 된다는 것인지..
초반 여자의 말이 잊히지 않는다.
"시킨다고 다 해? 나쁜 일도 할 거야? 신념이 있어야지."
신념.. 굳게 믿는 마음이다. 근데 우리는 무엇을 굳게 믿어야 하는 걸까. 일대일로 묻고 싶은데,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