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이면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 없으므로, 추상적인 생각을 갖기 위해서 구체성을 접으라는 메시지가 주된 메시지로 남는다. 누군가 남의 집에 들어가 도둑질을 하다 걸렸다. 그 도둑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당연히 그 도둑은 감옥에 가면 된다고 우리는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만약, 그 도둑이 우리의 부모라면, 배우자라면, 또는 자식이라면. 우리는 구체성의 함정에 말려들어 추상적으로 생각하기 어려워 진다.
그러나, 정작 책 말미에 등장하는 이야기인 정원을 가꾸는 저자의 구체적인 이야기가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
사실 책은 좀 별로다. 독도의 영유권 주장을 연상시키는 대목도 그렇고, 한국사람으로서 추상적으로만 생각하기 어려운 대목이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지인께서 명절마다 보내주신 마지막 책이라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번
명절에 그분의 부고를 들었다. 책을 더 이상 받지 못해서가 아니라, 나를
기억하고 책을 고르던 그 분의 마음이 더 이상 나와 함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이 책을 볼 때 마다 다시 떠오를 것 같다. 이경란 변리사님의 명복을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