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후기/책 추천)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
그림보는 안목은 없지만, 뭔가 교양을 쌓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미술 작품을 감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그림에 담긴 비하인드나 시대상을 알고 보면 더 집중하게 된다.
나에게 의미있는 '천지창조' 이야기도 나오는데,
바티칸 박물관에 갔을 때 대기줄이 길어서 입장 몇 시간 전부터 기다리면서 작품들을 미리 공부한 덕분에 그 유명한 천지창조를 놓치지 않고 고개 들어 감상하고 친구들에게 알려줬던 추억이 있다.
천지창조를 그린 미켈란젤로와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과의 관계는 유명하니 잘 알테고
돈을 쌓을 줄 알고 쓸 줄 알았던 메디치 가문은 비록 현재에는 후계가 단절됐지만, '르네상스'라는 거대한 문화 부흥기를 이끌었고 사회에 환원하면서 여전히 그 이름이 남아 레전드로 남은 것 같다.
책을 읽다보면 "부의 절대 법칙을 탄생시킨 유럽의 결정적 순간 29"이라는 부제에 격하게 공감하게 된다.
평화롭던 나라를 집요하게 망가뜨리는 식민지 시대의 약탈과 학살의 잔혹함에 읽다가 화가 나는 대목이 많았다.
서양 열강이 제국주의 시대에 약탈과 침략으로 부를 축적하여 현대에 선진국으로서 책임론은 따로 꼭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는 또 다른 세계걍제 변화에 발 빠르게 대처해야 한다.
그 변화의 밑바탕에는 이미 우리보다 먼저 살았던 이들이 걸어온 길이 깔려 있기에 과거를 알면 그 어떤 변화에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으리라.
거듭 강조하지만 과거를 돌이켜보면서 객관적인 경제 패턴을 익히고 배운다면 새로윤 경제적 변화를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는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역사책을 읽어야 하고,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커피 원두가 원유 다음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활발히 거래되는 재화라니..!
어쩐지 길거리에 커피숍이 하도 많다 했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는 기본 옵션이니까!
책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올리브, 소금, 맥주, 대구, 후추, 목재, 커피, 굴 뿐만 아니라
길, 중계무역, 용병, 분업화, 정보력 등 예상하지 못한 주제도 다룬다.
그래서 더 재밌는 것 같다.
한자동맹, 정기시 등 몰랐던 키워드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 중에서 제조업의 혁신이 낳은 분업화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헨리 포드의 컨베이어벨트가 가져온 제조업의 분업화 시스템은 익히 들어봤는데 미술 작품 세계에서 분업화라니?!
유럽 전역에서 쏟아지는 작품 의뢰를 혼자서 감당하기 힘들었던 루벤스는 작업실을 열어 문하생을 100여 명 두었는데, 본인은 전체적인 구상이나 디자인과 마무리를 담당하고 배경, 옷, 장신구를 각각의 단계를 나눠 제자들에게 맡겼다고 한다. 심지어 외주를 주기도 했다고 한다.
마치 오늘날의 웹툰 산업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인드 자체가 시대를 앞서 간 사람인 것 같다.
흥미로운 그림이 많이 나와서 감상하게 되는데, 그림에 대한 설명까지 덧붙여 있어서 더 좋다.
살짝 아쉬운 점은 대부분 그림이 이야기의 중반에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다.
초입에 키워드와 함께 나오면 더 관심을 환기시킬 것 같다고 생각했다.
책 제목이 무려 "그림으로 배우는" 경제사이기 때문에 글을 읽기 전에 그림에 집중하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책의 내용이 그림만을 중점으로 두고 설명하는 구성이 아니라, 키워드를 중심으로 경제사 이야기가 진행되며 키워드를 주제로 그린 그림이 함께 나오는 구성이라서 당시 시대상을 살펴보기 좋다.
명화를 두고 키워드를 풀어가기도 한다.
피터르 브뤼헐의 <죽음의 승리>에서는 페스트에 대한 두려움과 절망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그리구 디테일을 유심히 들여다보게 된다. 나아가 백년전쟁 휴전과 칭기즈칸의 정벌 중단, 봉건제 붕괴, 식민지까지 역사가 전개된다.
무엇보다 작가의 해박한 지식에 몰입하게 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