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후기/책 추천) 자연은 협력한다
기후위기로 인한 지구종말론자에 가까운 내게 책 「자연은 협력한다」는 구미가 당길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이 망쳐놓은 지구를 자연이 협력해서 멸망을 막는다는 이야기인가? 읽기 전부터 이런 호기심이 들었다.
그러나 실상은 생각보다 더 복잡했다.
1장 복잡성, 2장 조화, 3장 복잡한 연결망, 4장 임계성, 5장 티핑 포인트, 6장 집단행동, 7장 협력 등 총 7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한편으로는 자연의 복잡한 현상과 다른 한편으로는 우리 사회의 복잡한 구조 사이의 공통점을 인식하고 연관 지어 그 연결성에서 배우는 일이 보편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얼마나 고심해서 제목을 지었는지 느껴진다.
창발: 표면적으로 드러난 원인이 없어 복잡한 혼란 속에서 갑자기 질서나 구조가 생겨나는 것
→ 집단행동 양상: 새들이 무리지어 이동하는 모습, 고속도로에서 발생하는 갑장스런 교통 체증, 소셜 네트워크의 여론 형성 안에는 복잡한 개별적 요소(각각의 새들, 자동차 운전자들, 페이스북 사용자들 등)들이 벌이는 수많은 상호작용이 있다
수많은 개별적이고 각기 다른 요소가 명확히 알기 힘든 규칙에 따라 반복적으로 서로 협력하면서 예상치 못한 총체적 움직임이 만들어지며, 지도자도 관리인도 없이 저절로 조직되는 집단행동과 같은 복잡한 시스템의 예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퍼진 과정을 생각하니 이해가 쉬웠다. 그 어느 때보다 국가간 인적, 물적 교류와 여행이 활발해지면서 더 복잡해진 항공노선처럼. 3년째 종식되지 않는 코로나19가 계속해서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는게 너무 절망적이라서 전세계가 얼마간만 국경을 잠그고 전 인류가 집에서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해졌다. 정말 코로나19는 언제쯤 끝날까?
한편, 문득 나비의 날개 짓이 지구 반대편에선 태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가 생각난다.
특히 기후위기가 인류의 업보라고 생각하던 내게 지구의 역사에 나타났던 생물종 중 99.9%가 멸종했고 우리가 속한 사람속은 다른 종에 비해 짧게 살고 사라지는 경향이 있는 생명체이며, 호모 사피엔스가 지구의 환경을 장기적이고 비가역적으로 대격변시킨 유일한 생명체가 아니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인류발 기후위기로 인한 지구종말론자로서 기후변화를 세상 비관적으로 바라보고 있던 차에 기후 위기, 디지털화와 세계화에 따른 위기, 생물 다양성 손실, 금융 및 경제 위기, 인구 과밀, 식량난 등은 하찮은 우리 종을 구하려다가 발생한 것이며, 현재로서 우리는 위기를 극복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은 아주 흥미롭다.
인공구름으로 지구온난화를 늦추려던 실험이 생각난다.
자연 앞에서 인간은 한없이 나약한 것 같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