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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루다 시선

[도서] 네루다 시선

파블로 네루다 저/정현종 역

내용 평점 3점

구성 평점 5점

파블로 네루다 Pablo Neruda. 1971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는 이 칠레 시인에 관심을 가진 건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라는 문장을 보게 되었을 때다. (아마도 광화문 교보문고에 대형 걸개가 걸렸던 그때일 것이다) 뭔가 가슴 속에서 짜릿한 전율이 돋고 그때부터 이 시인의 이름을 찾고 그의 글을 읽었었다.


44 [질문의 책]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속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내가 그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그는 알까

그리고 그는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는 걸?


왜 우리는 헤어지기 위해 자라는데

그렇게 많은 시간을 썼을까?


(생략)….



어떤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렸다는 아래 시도 참 마음에 들었다.


우리는 질문하다가 사라진다 [류시화 옮김]


(생략)….


우리가

아는 것은 한줌 먼지만도 못하고

짐작하는 것만이 산더미 같다


그토록 열심히 배우건만

이렇게 우리는 마침내 질문하다 사라진다


우리는 질문하다 마침내 사라진다

사라지긴 사라질까...  



아래 시도 가끔 음미한다.


우리는 잃어버렸다 [스무 편의 사랑의 시와 한 편의 절망의 노래]


우리는 황혼조차 잃어버렸다.

푸른 밤이 세계 위에 내리는

이 저녁 손을 잡고 있는 우리를 본 사람이 없다.


나는 내 창에서 보았다

먼 산 꼭대기 석양의 잔치를.


때로는 태양 한 조각이

내 손가락 사이의 동전처럼 타는 것 같았다.


나는 너를 기억했다 너도 알고 있는

슬픔으로 단단해진 내 영혼으로.

 

(생략)….



서설이 길었다.

독서동아리에 파블로 네루다의 시집을 한번 읽자고 추천을 했고, 어떤 책을 살 것인가 찾아보다가


이 시선에는 모두 9권의 시집에서 고른 35편의 시가 실려 있다. 1924년 대학을 다니던 열아홉 때 발표한 『스무 편…』부터 시작해, 미얀마, 태국, 중국, 일본, 인도 등지에서 지내던 극동 주재 영사 시절의 시들을 모은 『지상의 거처ⅠㆍⅡㆍⅢ』(1933, 1947) , 곤살레스 비델라의 독재 정권에 저항하다 쫓겨 망명 생활을 하던 시절의 『모두의 노래』(1950), 그가 사랑했던 이슬라 네그라의 한적한 바닷가에서 쓴 『단순한 것들을 기리는 노래』(1956), 예순 생일을 기념해 출간된 『이슬라 네그라 비망록』(1964) 에 이르기까지, 여러 시집에서 뽑은 시들은 그대로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시 세계가 거쳐온 변화를 보여준다.


그 속에는 젊은 날의 초상이 있고, 네루다 스스로 가장 외롭고 고립되었던 시절이라고 말한 극동 주재 영사 시절에 바라본 세상의 모습, 독재 정권 아래 노동과 굶주림에 지쳐가는 민중의 모습, 그리고 만물에 대한 애정이 엿보이는 이슬라 네그라 시절의 시선이 있다.


이런 소개평을 읽고, 파블로 네루다의 전체적 흐름을 알 수 있겠다 싶어 민음사에서 나온 『네루다 시선』을 선택했다.


한마디로 '미스' 선택이다. 1차 토론 때 독서팀의 표정이 탐탁잖다. 모두 그냥 씁쓰레한 웃음만 띠고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일단 드는 생각으론 문체가 건조하고 올드하다. 그러니 고루하고 답답하게 느껴졌다.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해야 할 것이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고 서걱거리니 도통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는다. 역자는 이 분야 최고인 듯한데... 네루다의 시가 원래 이런 거였나? (하긴, 남미 작가의 책을 읽을 때마다 나는 좀 힘들게 읽긴 했다.)

독후기를 길게 쓸 거 없이 파블로 네루다의 시를 알려면 이 시집으론 '아니다' 이런 느낌이다. (그냥 나의 시적 감각이 떨어지는 탓이라 하자….)



혹시

파블로 네루다의 시에 관심 있는 분은 다른 책, 그리고 다른 번역자의 책도 한번 훑어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한다. 9권에서 고른 35편의 시 선정 코드가 어쨌든 나와는 좀 맞지 않았다.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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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타블로거 초보

    저는 [질문의 책]이라는 네루다 시집을 가지고 잇는데 번역자가 같은 분이네요..ㅎ

    2020.11.26 06:2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eunbi

      정현종님의 이력이 대단하더군요. 그래서 믿고 구매했습니다만, 이 시선집은 좀 저에겐 아니었습니다. (시를 잘 아는 분은 그게 아닐지 몰라도 저에겐 그랬습니다). 이 책으로 인해 네루다에 대한 환상이 많이 깨졌습니다...음...

      2020.11.27 12:21
  • 파워블로그 Aslan

    와우. 얼마전에 영화에서 네루다 시인을 보고 언제 읽어보고 싶다 했는데.. 멋집니다.
    사진이 정말 영화 속 배우랑 닮았어요^^ 저도 네루다 뭐가 좋은지 모르겠는 1인 ㅎㅎ

    2020.11.28 21:17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eunbi

      중남미 문학은 읽을 때마다 이해력이 떨어져 곤혹스럽습니다.
      이 시선도 그나마 좋은 글귀 하나 쯤 인용하려고 몇 번을 뒤적거렸는데 아무 것도 건질 수 없었습니다. 어렵군요... 에궁...

      2020.11.30 2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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