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 도서관에 들렀다가 눈에 띈 책입니다. 아주 마음에 들어 소장본으로 구매했습니다.
일단 이 책을 펼치면, 책 속에서 청량한 바람이 불어와 막힌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듭니다.
한쪽엔 글, 다른 한쪽엔 나무의 세밀화가 그려져 있습니다. 195*265mm이니 B5 크기로 작은 책은 아니지요. 지질, 편집 모두 A급입니다.
100가지 나무에 얽힌 이야기가 간단하면서도 참 읽을만합니다.
○ 예를 들어, 유명한 고급음식 재료 송로버섯(트러플 truffle)이 나는 나무가 있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털가시나무'라네요, 마치 소나무와 송이 같은 관계군요. 이 나무는 와인 통으로도 사용되었으며, 미래를 알려주는 능력이 있어 고대 그리스인들은 관(冠)을 만들어 쓰고 다녔답니다.
○ 돌무화과 나무는 고대 이집트에서 생명을 주는 신성한 나무였다고 하며, 투탕카멘의 명예를 상징한다네요. 우리나라 성경에서 무화과나무(시편 105:33)로 표현한 것이 바로 돌무화과 나무인데, 이집트의 7대 재앙으로 완전히 사라졌다고 나옵니다.
○ 세계에서 2번째로 비싼 목재가 백단향이라네요. (1위는? 흑단). 이 나무는 각종 종교의 분향 의식에 사용되었답니다. 중국 난징의 한 사원 밑에서 백단향 도예품을 발견했는데 들어 있는 인간의 해골 조각이 불교 창시자의 것으로 믿어진다네요.
○ 어떤 책을 보니 유럽의 미인은 크로아티아에 다 있다더군요. 그 나라가 가장 사랑하는 과일은? 인시티티아자두나무라고 합니다. 영국의 경우 초봄에 핀 새하얀 꽃이 탁한 흰색으로 변하면서 조그만 남색과 보라색 열매를 맺는다는군요.
○ 아래 이미지의 마지막 보라색 나무는 '시험 나무' 자카란다인데요, 개화 시기가 대학교 기말시험과 겹치면서 이 꽃이 학생의 머리애 떨어지면 시험 운이 되어 아주 좋은 성적을 받는다는 전설이 생겼다고 합니다. 꽃이 만개하는 봄에는 숨 막히게 아름답다는군요.
○ 은엽아카시아, 특히 그 꽃은 최근 이탈리아에서 열렬하게 기념하는 세계 여성의 날(3/8) 상징이라네요. 이 날 여성들은 연대의 상징으로 은엽아카시아 가지를 주고 받는답니다.
이런 간략하면서도 흥미롭고 신비로운 이야기가 100개의 나무와 함께 수록되어 있습니다.
간혹 세밀화가 진짜 나무와 조금 다르게 그려진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이런저런 트집(?)에도 불구하고, 2020년에 제가 손에 들어본 책 중 최고가 아닐까 합니다.
책을 구매하지 않더라도 도서관 등에서 한번 빌려 보시면, 여백의 미를 살린 편집이 마음을 상쾌하게 한다는 걸 느끼실 겁니다.
정말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