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쓰 홍당무
한국 | 드라마,코미디 | 18세이상관람가
2008년 제작 | 2008년 10월 개봉
출연 : 공효진,서우,이종혁
조금 늦게 극장에 들어갔다. 앞부분 몇 분을 놓쳤다. 미쓰 홍당무가 의사에게 열심히 하소연을 하는 대목이다. 모든 원인을 이유미라는 여자에게 돌리는 그 장면을 뒤늦게 보아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미쓰 홍당무의 활약이 시작된다.
이 영화는 드라마의 완성도로 승부하지 않는다. 등장인물들의 성격이 만들어내는 재미로 승부한다. 그만큼 재미난 인물들이 나온다. 주인공인 미쓰 홍당무 양 선생, 그녀의 학창시절 선생이자 짝사랑 대상인 서 선생, 뛰어난 미모로 학교 뭇 남성을 사로잡은 이유미 선생 그리고 서 선생의 딸인 종희가 있다. 각각 강한 개성을 품어내면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미쓰 홍당무가 안면홍조증으로 붉어진 얼굴을 들이밀면서 이 선생에 대한 악의를 쏟아낸다면 학교 왕따인 종희는 자신의 가정을 깬 이 선생에 대해 살의를 내품는다. 이 둘의 콤비가 이 선생을 떼어내기 위해 펼치는 노력은 눈물겹다. 이들의 작전에 쉽게 넘어간 이 선생의 순진하면서 학구적(?)인 모습은 코믹함을 표출하는데 아주 적당하다. 덕분에 보는 내내 지루함을 느낄 수가 없었다. 이 영화의 장점이다.
이런 개성 강한 사람들이 등장하여 웃음을 전해주는 것이 장점이라면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힘과 세부적이면서 하나로 관통하는 느낌이 부족하다. 그래서인지 재미있게 보고 나왔지만 왠지 허전함을 느낀다. 공효진의 열연과 새로운 얼굴들을 멋진 조화는 분명히 매력적이다. 허나 그 매력이 가슴으로 파고들지 못한다. 그렇다고 나의 머리가 빠르게 돌면서 이 영화를 분석적으로 풀어내지도 못한다. 만약 누군가가 재미난 영화를 추천해 달라면 이 영화를 추천할 것이다. 하지만 좋은 영화를 추천해달라면 글쎄 어떨까?
개인적으로 서우와 황우슬혜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발견한 최고의 보물들이다. 낯선 그들이 보여주는 감정의 기복과 표정과 대사들은 감독의 연출에 의한 작품이라고 하여도 근래 보기 드문 호연이다. 특히 황우슬혜는 백치미 넘치는 모습으로 공효진의 반대편에서 영화의 긴장감과 재미를 높여주는데 상당한 공헌을 하였다. 공효진과 그녀의 술자리에서의 전화 장면은 그녀의 순진함과 매력을 최대한 보여준다. 나도 또한 넘어갔다.(?) 하지만 최고의 장면은 역시 양 선생과 종희의 고도를 기다리며 연기 장면이다. 그들이 기다린 고도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