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 아이
미국 | 액션 | 12세이상관람가
2008년 제작 | 2008년 10월 개봉
출연 : 로자리오 도슨,빌리 밥 손튼,미셸 모나한
만약 우리 삶에서 전자제품을 제외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수많은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현대인의 삶에서 이런 전자제품은 생필품으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 점점 사람의 손을 타지 않는 전자제품이 개발되고, 우리의 삶은 그런 제품에 기대어 움직임의 폭은 더욱 좁아진다. 앉아서 지구의 반대편과 대화를 나누고, 정보를 알 수 있게 되었고, 리모컨으로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본다. 집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온라인으로 모든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이것은 달리 말하면 나의 모든 삶의 정보가 한 곳으로 집중될 경우 나의 행동이나 사고방식이 분석되어지고 예측될 가능성이 있음을 알려준다. 만약 누군가가 이 정보를 가지고 주변에 있는 전자기기를 통해 나를 감시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영화는 바로 이런 가능성을 극대화하여 진행한다.
남자 주인공 제리는 그냥 평범한 일반인이다. 그런데 어느 날 자신의 쌍둥이 형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는다. 뛰어난 재능을 가졌던 형이다. 그는 뛰어난 형의 그늘에서 삶을 살아왔다. 그러니 대충 그의 감정을 알 수 있다. 이런 그에게 황당한 사건이 발생한다. 텅 비어 있던 계좌에 엄청난 금액이 들어있고, 늘 집세를 독촉 당하던 방엔 알 수 없는 무기들이 가득하다. 어리둥절한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온다. FBI가 오니 도망가라는 것이다. 한데 이 상황에서 어떻게 달아날 수 있단 말인가? 내용도 이유도 모르고 말이다.
또 다른 여자 주인공 레이첼은 아들을 연주회에 보내놓고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그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만약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 기차를 탈선시켜 아들을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그리고 보여주는 영상은 그녀를 얼어붙게 만든다.
이렇게 별개의 두 남녀가 알 수 없는 누군가의 조작에 의해 만나게 되고, 그 지시에 의해 움직이게 된다. 처음엔 반항도 하지만 주변에 널려 있는 전자기기를 통해 그들은 감시당한다. 생활을 편리하게 도와주는 물건에 의해 그들이 통제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영화는 왜? 라는 의문을 제기하기보다 볼거리에 집중한다. 알 수 없는 누군가가 끊임없이 감시하고, 조종하는 현실에서 두 남녀는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끌려 다닌다. 개인의 존재가 타인에 의해 조종되는데 이것은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딘가 벽이 나타나면 또 다른 누군가가 핸드폰을 들고 나타나 그들을 도와준다. 그들도 누군가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것이다.
쉴 새 없는 액션과 질주는 눈을 즐겁게 만들어준다. 풍부한 볼거리는 생각할 틈을 주지 않는다. 하지만 잠시만 생각에 빠지면 허술한 이야기에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낀다. 엄청나게 이야기를 벌려놓았지만 그 마무리는 과장된 이야기만큼 급속하게 내려앉는다. 만약 이런 상황이 벌어진다면 하는 의문과 두려움이 볼거리의 화려함에 묻힌다. 또 지극히 할리우드적인 마무리는 역시 할리우드! 라는 감탄사를 터트리며 더욱 아쉽게 만든다. 물론 기대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정답일 수 있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힘이 느껴지지 않으니 부실한 토대 위에 화려하게 치장한 정도일 뿐이다. 잠시 즐기기엔 부족함이 없지만 곱씹으면서 되돌아볼만한 영화는 아니다. 뭐 그런 기대를 하고 극장에 입장하지도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