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살인
한국 | 미스테리 | 15세이상관람가
2008년 제작 | 2009년 04월 개봉
출연 : 황정민,류덕환,엄지원
한국 미스터리 영화가 제대로 나온 것을 본 기억이 거의 없다. 한국 미스터리 문학 자체가 침체기를 좀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영화로 좋은 미스터리를 만나기는 더욱 힘들다. 괜찮은 호평을 받았던 몇 편을 보면서 그 허술함과 뻔함에 질린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럼 이번 영화 그림자 살인은 어떤가? 큰 범주에서 본다면 별차이 없다. 누군가가 평하길 스릴러 영화를 만만하게 보지 말라고 했는데 그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에 공감한다.
황정민이란 배우가 없었다면 과연 이 영화가 이렇게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다. 그의 연기가 탁월하게 뛰어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 역할을 능청스럽게 역기했다는 말이다. 이 영화에서 황정민은 자신의 연기를 뛰어나게 돋보이려는 노력(?)을 보여주지 않는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냥 무난하고, 그가 지닌 매력에 자연스럽게 빠져든다. 화려한 외모도 아니고, 뛰어난 액션이나 탁월한 몸매를 보여주지 않지만 약간 빈 틈이 있는 듯한 모습은 보는 내내 그를 받아들이게 만든다. 홍진호란 탐정에 잘 어울린다.
시체가 있는 산 속에 누군가 나타난다. 장면은 바뀌어 탐정 홍진호가 바람난 아내를 남편에게 알려주고 돈을 버는 장면으로 넘어간다. 여기서 홍진호의 모습은 정의감에 불타지 않고,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자세를 보여준다. 또 장면은 바뀌어 대신의 집안에 피가 낭자한 장면과 코믹하게 순사가 등장한다. 대신의 아들이 사라진 것이다. 그리고 그의 방은 온통 피로 가득하다. 대신은 아들이 죽지 않았을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순사를 독촉한다. 순사는 황당한 이론을 내세워 범인을 추리한다. 그런데 이 대신의 아들이 첫 장면에서 산 속에 버려진 시체다. 이것을 의학용 해부를 위해 의생이 훔쳐온 것이다. 아들을 찾는 대신의 벽보를 보고 나서 자신이 저지른 잘못을 깨닫는다. 이미 늦었다. 그러다 우연히 탐정 홍진호가 붙인 광고 벽보를 본다. 위험한 일은 멀리하고 바람난 아내들이나 쫓으려고 한 그가 큰 돈의 유혹에 넘아가 위험한 살인범 찾기에 나서기 까지가 도입부다. 그런데 감독은 단서를 너무 쉽게 드러내면서 관객을 속여넘기려고 한다. 마지막 반전을 준비해 두었다는 것을 눈치 빠른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게 만들어놓고 말이다.
대단히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나쁜 영화도 아니다. 많은 영화에서 차용한 듯한 장면들이나 액션은 나름대로 볼 만하다. 과거 속에 구현한 현대의 모습은 실소를 터트리게 하지만 재미난 소품 같다. 이 영화가 미스터리 영화로 성공하지 못한 일등 공신은 아마도 순사들에게 있지 않나 생각한다. 치밀하지도 진실된 모습도 보여주지 못하고 코믹한 장면으로 희극화된 그들이 극에 긴장감을 불러오기는 무리다. 그리고 마지막 반전과 최종 처리도 역시 너무 안일하다. 가벼운 마음으로 기대없이 본다면 나쁘지 않지만 잘 만들어진 미스터리를 기대했다면 부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