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스캔들
한국 | 드라마,범죄,액션 | 15세이상관람가
2008년 제작 | 2009년 04월 개봉
출연 : 김래원,엄정화
기대하지 않은 영화가 예상하지 못한 재미를 주는 경우가 가끔 있다. 바로 인사동 스캔들이 그렇다. 최근에 본 몇 편의 한국 영화에서 허술한 구성 때문에 스릴러의 재미를 누리지 못했다. 다른 재미를 준 경우라면 어느 정도 큰 아쉬움 없겠지만 비디오로 봐도 아쉬움이 남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이 영화는 그런 아쉬움을 날려주었다.
한 갤러리가 일본에서 몽유도원도의 답화인 벽안도를 발견한다. 한국 고미술에 무지한 나지만 안견의 작품이 어떤 명성을 누리는지는 알고 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이 그림은 많은 부분 손상되었다. 이를 복원하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전문가의 감정으로 진품으로 확인되었으니 이제 적당한 복원가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제대로 복원할 단 한 명의 복원가가 있다. 그가 바로 김래원이 연기한 이강준이다. 그의 등장은 화려했다. 하지만 아픔이 있다. 그의 명성을 널리 알린 강화병풍의 도난으로 경찰등으로부터 의심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일까? 그는 도박에 몰입하면서 자신을 황폐화시킨다.
탁월한 재능을 가지고 있고, 뛰어난 감식안을 가진 그를 드러내는 앞부분은 사실 그의 실체를 숨기는 장치다. 이것은 바로 벽안도를 일본에서 가져온 배태진(엄정화)을 속이기 위한 의도적인 행동이다. 실제와 연기를 교묘하게 감독은 연출한다. 또 배태진은 벽안도의 존재를 매스컴에 알려 그 가치를 더욱 높인다. 만약 제대로 복원만 된다면 400억원의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관객들을 놀라게 만들고,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영화는 두 개의 이야기로 진행된다. 김래원이 맡은 이강준의 이중생활과 엄정화가 맡은 배태진의 욕망이 교차하면서 나아간다. 이강준의 정체가 초반에 너무 빨리 드러나면서 긴장감은 조금 반감된다. 하지만 이것도 뒤에 나올 반전을 위한 장치다. 이강준 패거리가 펼치는 강탈과 협박과 사기는 영화 중간 중간을 즐겁게 만든다. 이것은 또한 조연들의 힘이기도 하다. 이 영화도 긴장감을 풀어주고,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을 짓게 하는 것은 바로 조연들이다. 위작을 만드는 공장에서 보여준 고창석의 어리숙한 모습은 <영화는 영화다>의 감독을 다시 연상시키면서 웃게 만든다. 앞이 기대되는 조연이다. 그의 말투와 행동은 아마 몇 년은 힘을 발휘할 것 같다.
미술과 관련된 영화다 보니 미술계를 둘러싼 수많은 비리와 위작과 의문을 이야기한다.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복마전처럼 숨겨지고, 전문가 집단으로 대변되는 사람들의 세계다. 권마담이 자신의 가게를 찾아온 사람에게 거짓을 말하는 장면이나 위작을 만들어 진품처럼 꾸며 판매하는 모습은 투명한 시장의 모습이 아니다. 물론 이것은 영화를 위해 과장한 것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일반사람들이 전문가로 대변되는 그들의 사기를 판별할 수는 없다. 속이고자 한다면 그냥 당할 수밖에.
기대하지 않은 재미를 주었고, 배우들은 좋은 연기는 약간은 아쉬운 구성을 가려주기에 충분하다. 연출자만 알고 있는 장면들이 마지막에 이어지는데 이것은 사실 이 영화의 완성도를 떨어트린다. 회음수로 대변되는 신화 같은 작업은 사실성을 바탕으로 하는 영화에서 환상을 더할 뿐이다. 재미라는 한 측면에서 어느 정도 도움을 줄지 모르지만 전체적인 구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차라리 전문분야를 더 세분화한 것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또 다른 아쉬움은 배태진으로 대변되는 팜므 파탈이 너무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이것은 뒤로 가면서 더욱 허술해지는데 상대적인 것이라고 하여도 아쉽다. 벽안도를 둘러싼 마지막 반전도 역시 그런 연장선에 있다. 그렇지만 이 사기꾼들이 엮어내는 재미는 상당하다. 혹시 다음 이야기도 만든다면 어떨까 생각한다. 김래원이 군에서 제대해야 가능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