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접하는 마이크 해머 시리즈다. 전작에 비해 문장이 더 좋아진 듯하다. 좀 더 여유가 있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전작의 대성공을 무난하게 잘 벗어났다고 해야 하나?
이번 소설도 역시 범인은 생각한 사람이었다. 앞으로 더 읽을 시리즈이지만 범인에 대한 규칙이 너무 쉽게 드러난다. 그래도 마이크의 매력은 살아있다. 이번엔 여기저기에서 얻어터지기도 한다. 생사의 고비를 운 좋게 뛰어넘어 단서를 하나씩 파헤친다. 그의 주변엔 변함없이 그에게 첫 눈에 반한 여자와 뛰어난 형사 팻이 있다.
시작에서 나아가는 전개 부분이 사실 조금 불만이다. 어느 날 밤 우연히 만난 매춘부를 위해 그가 힘들게 조사를 하고 추적한다는 설정이 나에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억지로 만든 듯하다 고나 할까? 아니면 나만의 편견인 것일까?
빨강 머리의 그녀가 교통사고를 위장한 살인으로 죽자 이를 파헤치는 마이크 해머 사립탐정은 변함없이 터프하고 거침이 없다. 그 거침없는 행동 덕분에 생사의 고비를 여러 번 겪게 되는 것이 이번 소설에서의 가장 큰 특징이랄까? 이 부분에서는 왠지 레이먼드 챈들러의 주인공을 떠올리게 된다.
우연히 알게 된 여자의 죽음을 파헤치는 조그마한 사건에서 시작한 수사가 뒤로 가면서 도시 전체를 덮고 있는 범죄와 마주치는 부분으로의 발전에 다시 그의 이야기 솜씨에 감탄을 자아낸다. 현대의 작가들에게서 많이 본 모습이지만 그 설정이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느껴진다.
흠이라면 역시 처음에 생각한 범인의 모습이 쉽게 드러난 것과 빨강 머리와의 관계에 대한 생각과 일치한다는 점이다. 다행히 그 관계가 생각한 것만큼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그리고 너무 쉽게 여자들이 그에게 빠져든다는 것 정도랄까? 이 부분은 아마 약간의 부러움도 섞여 있다.
흠이라는 것들이 전체적인 구성과 완성도를 훼손하지만 재미라는 측면에서는 역시 변함이 없다. 한창 무협 등을 보든 때라면 이 소설에 아마도 극찬을 하고 정신없이 빨려 들어갔을 것이다. 지금도 어느 정도는 빨려 들어갔지만 후대에 영향을 미친 몇 권의 소설과 영화 덕분에 냉정히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시리즈 두 편을 본 후 느낀 것 중의 하나는 마지막 장면에서의 동일함이다. 언제나 총의 방아쇠를 잡아당긴다는 것이다. 법의 집행보다 개인적 복수심을 앞세우는 그가 있는 것이다. 이 부분에서 쾌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어떻게 상황을 설명하고 법의 그늘을 벗어날까? 생각하게 된다.
아쉬움도 역시 있다. 그의 여비서인 벨다와의 관계다. 첫 편에서 뭔가 이루어질 듯하다 다른 사람의 개입으로 무산되어 아쉬움을 남겼는데 이번엔 그 비중이 더욱 줄어든 것이다. 두 사람의 멋진 관계가 이루어지길 바라는 입장이다 보니 그렇다.
이제 남은 한 권을 조심스럽게 기다리면서 다시 그의 총이 불을 품어내는 장면을 상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