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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사바(모녀귀)나 흉가 등을 쓴 몇 되지 않는 한국 호러 작가의 초기작이다. 극단적으로 평가한다면 습작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와 구성과 문장에서 아마추어의 티가 너무 난다.

처음 사건을 예고하고 유체이동을 배우는 과정까지의 초반에서 어색함이 가시지 않고, 그 수련 이후 보여주는 주인공의 행동과 여주인공의 심리 상태가 너무나도 현실적이지 않다. 현실의 모습을 살려내기보다 윤리적인 족쇄에 감겨있는 느낌이 강하다. 그래서 어색함이 자연스러운 진행과 등장인물의 성격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

복수와 유체이동이라는 초능력을 두 축으로 전개하는 이 소설이 시대라는 것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30년 전 이라는 1965년의 시간적 배경은 왠지 우리가 알고 있든 시대의 모습이 아니다. 전국구 조폭과 마약이라는 물건이 강한 힘을 발휘하기도 쉽지 않았고, 형사를 가볍게 살해하는 조폭도, 형사를 살해한 조폭이 법의 심판을 쉽게 벗어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든 시절이다. 뭐 군사 정권 아래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히 아는 것은 힘들지만 납득하기 힘든 전개이다.

그리고 살인을 하는 마성철의 잔혹한 모습은 필요 이상의 잔혹한 묘사라고 생각한다. 의도적으로 공포감이나 잔혹함을 배가시키기 위해 집어넣은 장면 같은데 공포감보다 혐오감이 더 많이 생긴다.

마동식에게 의해 강간당한 후 그에게 끌리고 아들을 낳은 백선에 대한 이야기는 페미니스트가 본다면 많은 비판을 가할 장면이다. 스톡홀롬 신드롬 같은 경우도 있지만 강간에 대한 피해를 너무 남성 중심적으로 그려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억지스러운 구성과 전개가 유체이동이라는 소재와 잘 섞이지 못한 것은 아쉽다. 호러의 느낌을 살리려는 장면도 있지만 캐릭터의 힘이 딸리면서 사실성과 공포감이 살지 못했다.

이후 나온 그의 소설들에서 좀 더 발전한 모습을 보았다는 것에 점수를 주고 싶다.

만약 한국 공포소설을 원한다면 하이텔에서 한 때 엄청난 인기를 얻었고, 책으로도 여러 권 나온 유일한의 ‘어느 날 갑자기’를 추천하고 싶다. 이전 느낌대로라면 강한 흡입력과 무시무시한 장면이 많았다. 단편으로 구성되어 읽기에 부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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