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1회 메피스토 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상을 받은 책을 좋아하는 나로써 이 소설을 그냥 보아 넘기기는 어려웠다. 이전에 이 상을 수상한 작품을 재미있게 읽은 기억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총3권으로 나누어진 이 소설이 처음부터 마음에 든 것은 아니었다. 멈추어선 시간과 고등학교라는 한정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묘한 사건이 약간 진부한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었다. 그리고 고등학생의 자살과 그 또는 그녀에 대한 기억을 잃은 8명의 학생들의 범인 찾기라는 형식에서 약간의 지루함도 예상하였다.
초반에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부분과 사건을 암시하는 부분에서 지루함을 느꼈다. 사건이 발생하면서 약간의 긴장감을 가지게 되었지만 범인을 마주하는 사람들의 과거로 돌아가 자신들의 아픔을 다루는 부분에서 약간의 실망도 가지게 되었어나 후반으로 가면서 이것이 매력이 되었다. 학생들의 고민과 의식이 나름대로 잘 살아있고 그들의 현재와 과거를 연결하여 그들을 유기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이 재미있게 느껴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살인이나 실종 같은 약간은 잔혹한 장면을 기대하였기 때문인지 조금 실망도 하였다. 결말에 가서 모든 의문이 풀리고 그들의 현재 모습과 미래를 상상하면서 그것이 최선의 전개와 결말이었음을 느꼈다.
사실 장르를 나누라면 어떤 장르가 될지 의문이 생긴다. 미스터리가 있는 환상소설? 아니면 공포소설? 성장소설? 뭐 장르를 구분하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묘한 느낌과 울림을 주는 소설임에는 틀림없다. 공간과 시간의 한정과 사람의 실종이 사람의 뇌 속에서 벌어진다는 것이 왠지 사이버 세상을 느끼게 하였다. 게임처럼 한 단계씩 마무리하여 가는 과정을 밟아가며 최종 목적지에 도착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범인이 누군가 읽으면서 몇몇을 용의선상에 올려놓았다. 가장 가능성이 많은 인물은 제외하고 아닌 것 같은 인물을 선정하였지만 얼마 가지 못해 용의자는 사라지고 다른 용의자를 찾게 되었지만 설마한 인물이 범인인 것을 보고 놀라움보다 아쉬움을 느꼈다. 사카키의 이야기를 듣고, 결말을 본 후 감탄을 자아내었지만 그 과정에서 너무 일방적인 전개만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독자에게 정보를 너무 많이 숨겨 정확한 추론을 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범인에 대해서는 맞출 수 있을지 모르지만 8번째 사람에 대해서는 알기가 어려울 것이다. 아는 사람이 있다면 나의 감탄과 존경을 드리고 싶다.
미스터리나 공포보다 성장하는 고등학생을 다룬 소설로 읽고 싶은 마음이 현재는 더 크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고 마지막에 가서 모든 관계가 밝혀지면서 좋은 느낌을 받았지만 미스터리나 공포를 느낀 것이 많지 않기 때문이다.
범인을 열심히 찾는 분에게 주고 싶은 단서가 하나 있다. 그것은 자살자는 등장인물 모두와 관계가 되고 가장 많이 언급되는 사람이면서 가장 생각하지 못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그럼 열심히 찾아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