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의 경계’를 처음으로 만난 곳은 우습게도 옥션이었다. 한정판에 대한 낙찰금액이 10만원 정도 하길래 뭔지 상당히 궁금하였다. 이 작품이 그렇게 대단한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한정판에 대한 프리미엄 때문인가? 뭐 수집가에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책 소개글을 찾아보고 직사의 마안이라는 단어에 고개를 갸웃하였다. 얼마 전에 본 일본 애니 ‘진월담 월희’에서 주인공이 가진 능력이었기에 게임의 연속인 애니의 원작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기기도 하였다. 나중에 같은 작가에 의한 세계관의 공유라는 정보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었다.
일본의 동인지에 연재된 전설적인 작품이었다는 것과 메이저 출판사에서 출간되어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이 매니아의 세계에서 대중적으로 변신한 수많은 일본 애니메이션 작가들을 생각하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들의 두터운 아마추어 층이 애니와 만화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실은 많은 것을 생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동인지에 연재 된 것이고 보니 전체적인 구성이 약간은 어색하다. 단편의 연작 소설 같은 느낌이랄까? 진행되는 내용을 보다보면 일본 애니나 만화에서 많이 본 듯한 구성이다. 예상하지 못한 인기에 의해 분량을 늘인 듯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게 볼 수 있지만 나에게 있어서 가장 특이한 등장인물은 고쿠토 미키야다. 직사의 마안을 가진 시키나 마술사 토우코가 아닌 가장 평범하면서 포용력을 가진 인물인 고쿠토 미키야다. 그가 가진 능력은 사람을 찾는 것과 사람을 편안하게 하면서 지극히 정론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능력으로 자신의 주변에 특이한 능력의 소유자를 무리 없이 사귀고 함께 한다. 특별한 사람이나 특이한 사건을 평범하게 받아들이는 그가 특이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엽기적인 그녀’에서 가장 엽기적인 인물이 전지현이 한 역할이 아니라 그녀의 남자친구를 맡은 차태현이 아닌가 하는 의견이 있듯이 말이다.
적지 않은 분량이다. 하지만 큰 무리 없이 읽힌다. 엄청난 재미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환상적인 전개는 분명히 매력적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동인지 연재라는 비상업적 글쓰기에 의한 구성으로 인해 불완전한 부분이 노출하는데 이점도 어떤 부분에서는 매력적으로 작용한다. 신인이 보여주는 세계관이 그대로 드러나면서 기존의 것을 많이 새롭게 해석한 것이다. 하지만 기존의 형식을 답습한 전개와 캐릭터 등은 익숙한 점도 있지만 참신한 세계관에 아쉬움을 남기는 것이다.
아쉬운 점 하나 더. 책의 판형을 조금 더 키우고 두께를 줄였다면 더 편하게 읽고 들고 다닐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