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의 시선과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인 이 소설이 나의 책읽기와 철학적 사고로까지 생각이 뻗어나가게 한다. 그리고 즐거운 책읽기가 되었다.
유명배우의 아들로 태어난 토머스가 화자다. 아버지가 너무나도 유명한 배우라서 많은 부분에서 아버지의 그림자에 둘러싸여 생활한다. 그를 만나는 여자들조차 보는 것은 그 자신이 아니라 영화배우 스티븐 애비의 아들이다. 직업으로 영어선생을 하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는데 애정도 열정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인 마셜 프랜스의 책을 매개로 색스니를 만난다. 그에 대한 전기를 쓰려고 하는데 색스니의 조사가 예상하지 못한 도움을 준다. 그들은 연인으로 발전하고 마셜 프랜스가 살았던 마을이자 그의 딸이 살고 있는 게일런으로 간다.
책의 초반부가 화자에 대한 이야기와 마셜 프랜스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를 보여주며 약간은 평이한 전개라면 게일런에 도착하면서부터 조금씩 이상한 징후들이 나타난다. 그 징후조차 책의 후반부에 가기 전에는 열성 팬이자 독자인 화자가 작가의 전기를 집필하는 과정의 일부처럼 느껴지며 평범하다. 이상한 일상과 사건이 조금씩 드러나지만 작가는 일상적인 이야기로 돌아가면서 마지막까지 사실을 숨겨놓는다. 그 사실이 드러나는 순간과 마지막 장면에선 작가라는 존재와 더불어 우리의 삶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신이라는 존재와 그의 창조물이라는 인간과 다른 생물체들과 자유의지와 운명이라는 삶의 굴레를 되새기게 된다. 너무 거창하게까지 생각하는 것일까?
토머스가 게일런에 쉽게 자리 잡게 되는 이유 중 하나가 우습게도 그의 아버지 덕분이다. 유명인의 자식으로 살아가는 덕을 본 것이다. 그 마을에 사는 마셜 프랜스의 딸 안나와 만남은 비슷한 경험을 공유한 사람들이 가지는 감정과 묘한 끌림을 동시에 가져다준다. 다음 전개를 상상하게 만드는데 그 상상에 부합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다른 모습을 또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게일런에서 생활하면서 그가 결심하는 것은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전기를 쓰는 것이다. 타인을 통해 자신의 삶과 아버지를 새롭게 보게 되는 것이다.
소설 속에서 나의 시선을 끈 인물은 색스니이다. 그녀가 찾아내는 프랜스의 정보는 정확하면서도 남들이 쉽게 발견하지 못하거나 모르는 것들이다. 뛰어난 편집 실력은 토머스의 글쓰기에 영감을 불러 넣어주기도 한다. 물론 그의 특별한 연인이기도 하다. 일반적인 여자들과 달리 토머스의 아버지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웃음의 나라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정리되지 않은 사고와 현실을 정리하고 조정하는 존재인 것이다. 이 의미는 소설의 마지막에 가면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웃음의 나라’는 장르를 가져다 붙이기가 어려운 책이다. 미스터리와 환상소설이 조화를 이룬 철학소설이라면 너무 많은 것을 생각하는 것일까? 또 이 소설은 재미가 있다. 일상에서 조금씩 단서를 흘려보내며 마지막에 모든 것을 터트리는 모습은 갑자기 스티븐 킹의 소설을 떠올리기도 한다. 소설 중간 중간에 멋진 구절과 의미 있는 문장이 많이 있다. 암시를 주는 문장과 사건은 앞으로 나타날 사건에 기대감을 가득 채워준다. 현실을 깨닫게 되는 과정이 약간은 평범한 부분도 있지만 과도하게 공포감을 유발하는 장면이 없어 읽기가 편하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가면서 이것이 하나의 장치로 작용하여 현실의 왜곡을 가져온다. 왜곡이 여운을 주며 머릿속을 뒤엉키게 하는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네 명 이상에게 권하지 않으면.....’ 이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권하고 싶다. 행운의 편지와도 같은 이 조그마한 문장이 책을 처음 펼쳐보는 순간부터 즐거움을 주었는데 책 역시 즐거움을 주었다. 책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에 있으니 찾아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