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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에 한 권씩 내는 책마다 베스트셀러가 되는 작가.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은 작가.
소설가이자 화가이며 시인이기도 하면서 기인이라고 불리는 작가.
그를 칭하는 많은 말이 있지만 그가 만들어내는 이야기의 세계는 부드러우면서도 날카로운 모습을 담고 있다. 초기의 작품이 강한 인상을 남겨주었다면 요즘은 책들은 그 강인하고 날카로운 맛이 많이 순화되고 깊어졌다고 해야 하나?

한 때 그의 소설에 빠져 모든 작품을 읽은 적이 있다. 많은 이가 그러하였을 것이다. 그의 신작이 나오면 꼭 봐야지 하고 우선순위 목록에 올려놓는다. 이것을 보면 이전에 성룡의 영화가 추석 때면 개봉하여 좋은 흥행 실적을 올린 것을 기억하게 한다. 그 당시 그가 주는 재미에 얼마나 빠져 있었던가? 나이로 따지면 이외수씨가 더 많지만 이젠 성룡 영화가 주는 재미가 더욱 많이 쇠퇴하였다.

이번 소설에서도 그는 ‘벽오금학도’ 이후 추구하는 신선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노골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마지막을 제외하면 그의 모습을 짐작하게 하는 노인이 있지만 이전보다 숨겨져 있다. 하지만 시작은 훨씬 도발적이다. 우리가 사는 세계에 갑자기 달이 사라진 것이다. 달만 사라진 것이 아니라 사람들의 기록과 기억 속에서 마저 사라진 것이다. 그것을 기억하는 화자 이헌수 외에 아무도 그 존재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달만 사라졌다면 문제가 없지만 지구에 기상 이변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거대 해파리가 해안을 습격하고 고래가 해변에서 죽고 메뚜기가 하늘을 덮는다. 기상 이변을 내용 속에 조금씩 삽입하여 달의 부재에 대한 부작용을 보여주는 것이다. 달이 우리에게 주는 자연적인 현상과 사회 문제를 배치시키면서 현실에 대한 비판도 깔아놓는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그가 이전부터 추구한 정신세계와 삶의 질에 대한 문제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

초반 통신과 게임에 대한 부분에서 유아스러운 전개와 대화가 약간은 즐거우면서도 어색하게 느껴진다. 노작가가 이런 글을 적은 것에 재미는 있지만 익숙하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어색함이 느껴졌다. 우리 삶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지만 왠지 자투리 같은 느낌이랄까?
달을 아는 사람을 찾고 달의 기억을 간직하려는 화자의 노력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 주변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사회 문제와 적절하게 엮어 전체를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즐거움도 많이 느꼈다. 특히 정신병원에서 벌어진 에피소드와 등장인물들의 행동과 사고는 읽는 재미가 많다.
단 한 사람만이 진실을 알지만 다른 이들에게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는 현실에서 그가 취하는 행동과 의문들은 분명히 미친 사람만이 보여주는 것이다. 하여 그가 병원에 입원한 것인지 모른다. 자신과 사회를 격리시켜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하지만 그곳에서 그는 달의 흔적을 발견하고 퇴원하다.

물질세계에 대한 작가의 비판과 낭만에 대한 향수가 있는 이 소설이 재미있게 쉽게 읽히는 것은 작가의 공이다. 단순히 직설적으로 현실을 표현하기보다 다양한 사건과 인물을 통해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그의 작업은 재미에 묻혀 잊혀질 수도 있는 것이다.
다양한 소제목이 주는 해학적 재미가 있다. 아쉬운 것은 마지막 장면에서 이야기가 멈추어 왠지 뒷 끝이 남는다는 것이다. 목적지 앞에서 멈춘 듯한 느낌이랄까?
또 한 가지 의문이 있다. 만약 달이 없었다면 이전에 사람들은 암흑 속에서 밤을 보냈다는 것인가? 아니면 작가는 이런 것을 의도적으로 무시한 것일까? 문득 책을 덮은 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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