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의 기원은 고대로 본다. 반면 종교의 기원은 - 그에 대한 여러 학설이 있지만 - 그보다 훨씬 이전인 원시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그 둘의 탄생 시기는 서로 다르지만 둘은 상당히 오랜 시간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철학은 인간과 신, 즉 세상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고, 그와 달리 종교는 그 문제에 대해 답을 했기 때문이다. 존재와 가치에 대해 종교와 철학은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종교는 근원을 제시하였고, 철학은 그것을 음미하였다. 그에 따라 둘은 서로 맞서는 양상을 보이곤 했다. 서로 상반된 입장을 통해 대립과 화해를 반복하였다.
철학은 물음을 전제로 하고., 종교는 믿음을 전제로 한다. 다시 말해서 물음이 없는 철학은 더 이상 철학이 아니고, 믿음이 없는 종교는 더 이상 종교가 아니다. 불확실한 이 시대에 철학은 무엇을 묻고, 종교는 무엇을 답하고 있을까?
'묻는 철학, 답하는 종교'
이 책은 종교철학입문서이다. 명확한 방법론에 따라 종교철학을 규명한다. 저자는 종교철학을 '인간적 현실의 과제와 그에 대한 해답'이라고 말한다. 그러한 탐구의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고 말한다. 하나는 과제에 이르기 위한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과제로부터의 방법이다. 전자는 다시 과제로 가는 방법, 후자는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칭한다. 따라서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에서는 종교철학의 과제로 가는 방법을 탐구하고, 후반부에서는 그 과제로부터의 방법에 관해 검토한다. 그것을 위해 불교와 기독교, 그리고 이슬람교를 수단으로 삼는다.
본문에서는 그 세 종교의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종교철학의 과제를 풀어나간다. 따라서 세 종교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이지만 배경지식이 어느 정도 있다면 상당히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종교철학의 과정과 방법을 맛볼 수 있다.
중세에 서양에서 종교와 철학은 기독교 신학의 권위 아래 놓이게 되었다. 이탈리아의 신학자 다미아니는 철학을 신학의 시녀라고 표현하였다. 철학은 신학에 종속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당시의 신학, 기독교의 권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말이다. 신학은 모든 것을 규정하였다. 사람들의 생각과 행동을 억압하고, 통제하였다. 그에 반하면 이단자로 처단하였다. 종교의 수단에서 그 자체가 진리가 되어 버렸다.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종교는 진리를 소유하고 있다. 반면 철학은 그렇지 못하다. 종교는 진리를 믿고, 철학은 그것을 의심한다. 따라서 종교는 답을 하고, 철학은 질문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역사가 보여주는 것처럼 종교든 철학이든 자신의 역할을 벗어나 진리 그 자체가 되면 결국 진리를 상실하게 된다. 인간의 삶에 구제의 길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진리에 대한 끊임없는 질문과 답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