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다.
너무 재미있다..
내 빈약한 독서량에 비춰 평가해야 해서 자존심 상하지만, 하여튼 내가 일년에 몇 권 안 읽는 한심한 부류이긴 하지만, 여하튼 올해 2019년 한 해 내가 읽은 책 중에 재미있게 읽은 책 1위 후보다. 경쟁자는 따로 2권이 더 있다 ㅎ ㅎ ㅎㅎ
이런 책이 에세이로 분류되던가? 여하튼(오호 이건 하여튼의 변형이었구나!!) 이런 류의 책(아니 차라리 객관적인 사실은 '어떤 책이든')을 잘 읽어보지도 못했고, 딱히 개인적인 경험에 근거한 상념류의 글들은 그닥 좋아하지 않았는데, 요즘 이런 책들이 훅 들어오는 건 왜일까 ㅎ ㅎ ㅎ ㅎ
일단 내가 크게 공감했던 것은 일단은~~~ 첫째는~~~~ 저자의 교육관이다. 교육관? 음... 그러니까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 대한 평가관점?? 자 보자!!!
'3년 동안 예의 그 내신과 수능 준비뿐만 아니라 온갖 프로젝트와 교내 대회와 숱한 자격증(오로지 대학이 요구하고 높이 평가하는 기준에 맞춰 계획된)을 준비하며 몸과 마음을 혹사할 수밖에 없는 십 대들의 모습이 옳은 걸까. 과연 무엇을 위해서.....?"(61쪽)
"평생 오로지 일만 하며 살 수밖에는 없는 걸까? 그러면 내 삶에는 무엇이 남을까? 저축? 연금? 그것들은 대체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걸까? 나를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나에는 물론 교육도 중요하지만(심지어 그 '교육'이 옳지지조차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대학 진학 실적을 위해 아이들의 십 대를 암흑 그 자체로 만들어야 하나?)..."(62쪽)
"...(어린 시절의 내가 속았듯) 속칭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즉시 살 길이 트이는 시대는 이미 오래전에 종결되었는데, 그 부패한 환상을 아직 버리지 못한 어른들 때문에 아이들이 젊음을 팔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헤치고 있었다...."(161쪽)
"....일단 저는 아이들이 왜 그렇게 힘들고 오래 공부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를 아직 못 찾은 것 같아요. 게다가 대학을 왜 그렇게 다 가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서."(282쪽)
아..... 방금 저자에 대한 검색을 해 봤는데.... 수학교육과 나온 건 책에도 나와 있어서 알았는데 '서울대'를 나오셨구나..... 글이 너무 재미있어서 편안한 팬이 되고 싶었는데 '서울대 출신'이라고 하시니 굳이 내가 덕질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네 ㅎ ㅎ ㅎ
저자의 신상을 모른 채 읽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괜히 선입견이 들어 한꺼풀 두꺼풀 오해했을 테니까.
아 정말 약간 맥빠진다. 나의 질투심인가 시기심인가 ㅎ ㅎ ㅎ 차라리 지방대를 나오셨으면 더 열렬히 응원했을 것인데 ㅎ ㅎ ㅎ
엄청 응원해주고 싶었는데, "역시 S대쪽 사람들은 달라도 다 달라"에 한표를 던지게 되는 것 같아 싫다. 에고 급 힘드네^^
저자가 전혀 다른 새로운 분야, 특히 너무나도 약한 분야에 도전하고 차츰 성장해간다는 부분은 눈물이 날 만큼 응원하고 지지하고 공감하고 퍼뜨리고 싶다. 그리고, 여하튼 기득권을 버리고 새로운 분야에서 더 열심히 살아가려는 자세도 참 멋이고, 아픈 상처의 시기에 대한 솔직한 고백도 감사하다.
계속 추적하면서 후속작 나오면 꼭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