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24 블로그

리뷰 생명의 신비함이 고스란히 깃든 알

아프리카 누 떼가 강을 건너는 다큐멘터리를 보신 적이 있는지요. 건기가 닥쳐오면 수천 마리 누 떼가 풀밭을 찾아 강을 건넙니다. 그 과정에서 누 떼는 종종 악어가 도사리고 있는 드넓고 탁한 강을 건너야 합니다. 누 떼가 정신없이 강을 건너서 건너편 강둑으로 올라가려고 애쓰는 동안 악어들이 갑자기 나타나서 불운한 누 한 마리를 물어 물속으로 끌어내립니다. 얼핏 보면 우연으로 보이지만 악어는 아무것도 모르는 먹잇감이 어쩌다 발을 헛디디는 우연에 의존하지 않습니다. 악어는 급습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지는 거리를 감지하는 능력이 있거니와 ...

2023.09.20 공감 횟수 1 댓글 수 0

리뷰 어깨동무 친구처럼 정겨운 도서관 시민운동

‘도서관친구들’이란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어쩜 이리 이름을 잘 지었을까 감탄했다. 시민운동을 하는 단체가 이리 정겨운 이름을 지었다는 게 신기했다. ‘풀꽃세상을 위한 모임’을 알았을 때처럼 마음에 깊이 와닿았다. 그리고 궁금했다. 도서관친구들 활동을 하는 누가 이리 다정한 이름을 지었을까 보고 싶었다. 직접 만난 여희숙 대표님은 도서관친구들이라는 단체 이름에 걸맞게 정겹고 다정하며 우아하고 아름다웠다. 시민운동을 품격 있게 하되 넓고 깊게 확산할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주었다. 그렇다 보니 어느새 도서관친구들 후원회원 신청서...

2023.09.17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친구의 깊은 웅덩이를 보다

세 명의 어린이가 주인공이다. 아연과 미래와 은하. 이들 곁에는 동성 친구들과 동생이 한 명씩 있다. 유나와 솔이와 소라. 그러니까 단편 세 편에는 저마다 주인공과 동성의 친구들 그리고 동생이 나란히 등장한다. 아연-유나, 미래-솔이, 은하-소라. 서먹한 사이이지만 작은 사건을 계기로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가까워지는 인물들. 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에게는 버거울 수 있는 인생의 무게를 지고 있지만 함께하면서 조금씩 나눠 지게 된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서로를 인정하게 되는 관계로 나아간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지금 이곳...

2023.09.11 공감 횟수 1 댓글 수 0

리뷰 멀리서 백열전구처럼 반짝이는 개구리 울음

긴 손가락의 詩   시를 쓰는 건 내 손가락을 쓰는 일이 머리를 쓰는 일보다 중요하기 때문. 내 손가락, 내 몸에서 가장 멀리 뻗어나와 있다. 나무를 봐. 몸통에서 가장 멀리 있는 가지처럼, 나는 건드린다, 고요한 밤의 숨결, 흘러가는 물소리를, 불타는 다른 나무의 뜨거움을,   모두 다른 것을 가리킨다. 방향을 틀어 제 몸에 대는 것은 가지가 아니다. 가장 멀리 있는 가지는 가장 여리다. 잘 부러진다. 가지는 물을 빨아들이지도 못하고 나무를 지탱하지도 않는다. 빗방울 떨어진다. 그래도 나는 쓴다. 내...

2023.09.10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새의 노래를 악보로 옮기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새가 ‘운다’며 ‘울음소리’라고 말한다. ‘지저귄다’거나 ‘지즐댄다’는 말이 있지만 잘 쓰지 않는다. 깊은 밤 떠난 사람을 그리워하다가 듣는 새소리는 울음소리로 들릴 수 있다. 힘든 세상살이 때문에 울음소리라고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깊은 밤에 새가 내는 소리는 울음소리가 아니다.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빗대어 그렇게 들을 따름이다.   새를 생명으로 바라보면, 다른 생명과 마찬가지로, 새소리 대부분이 울음소리가 아닌 것은 분명하다. 어떤 생명이든 자기 일상을 울음으로 채우지 않기 때문이다. 새소리...

2023.09.08 공감 횟수 1 댓글 수 0

리뷰 놀라운, 동물의 감각 세계

동물이 세상을 지각하는 방식은 종마다 다르며, 그들의 감각 체계와 뇌의 크기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박쥐의 경우, 고도로 정교한 반향 위치 측정 echolocation을 이용해서 길을 찾고 먹이를 사냥한다. 반향 위치 측정의 중심에는 우리의 가청 범위를 훨씬 뛰어넘는 초음파가 있는데, 우리 인간의 귀는 이 초음파의 진동수를 감지하도록 조율되어 있지 않다. 이처럼 각각의 동물이 인지하는 세상은 그 동물이 가진 감각 체계의 산물이기에, 감지된 정보도 모두 다르다. (「들어가는 글」, 8쪽)   인간과 달리, 가면올빼미는 ...

2023.09.05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맹순 씨와 임자 씨와 새

작은 액자에 담긴 맹순 씨 그림을 날마다 봅니다. 도로에 높은 솟은 이정표 난간 위에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앉아 있는 말똥가리입니다. 시베리아같이 추운 지역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우리나라에 온 겨울 철새입니다. 맹금이지만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면 앳된 기운이 느껴집니다.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힘센 새들에게 밀려 먼 이국까지 먹이를 찾아 날아온 어린새입니다. 어린새 특유의 순한 기운도 느껴집니다. 모델이 된 말똥가리 어린새 자체도 그렇지만 맹순 씨 그림은 어린이가 그린 것처럼 순수함과 자연스러움이 느껴집니다. 그래서 맹순 씨 그림을 보...

2023.08.28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Like Calls Like

“선善에 대하여 그대 보답을 받았던가” 나의 화살은 활을 떠났다오. 너무도 아름다운 깃털 달고 온 하늘 열려 있었으니 어디엔가 맞았을 테지요. 선생님이 번역한 Jahann Wolfgang Goethe의 시에서   선한 일을 하면 내게 돌아올 수도 돌아오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다. 선한 일이 즉각 내게 돌아오지 않아도 결국은 어딘가로 이어지게 마련이다. 좋은 것은 좋을 것을 부르거니와 선은 아름다운 깃털 달고 어디엔가 가서 맞는다. 그러니 저자가 “참 좋은 당신”들을 불러 모아 한 명...

2023.08.24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가장 좋은 교육은 행동으로 한다

선생의 강의를 들었다. 학교에서 배운 5감각이 아니고 왜 12감각을 강의하는지 처음에는 의아했다. 강의가 끝난 뒤 질문에 대한 답을 들으니 루돌프 슈타이너가 12감각을 얘기했다. 우리가 알고 있는 5감각과 현대생리학에서 밝혀낸 4감각(열감각, 생명감각, 균형감각, 교유운동감각)에 슈타이너는 3감각(언어감각, 사고감각, 자아감각)을 더했다. 김현경 선생은 슈타이너의 12감각을 알베르트 수스만을 참고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어떠한 자료도 보지 않고 수강생들 얼굴을 보며 술술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 선생은 슈타이...

2023.08.23 공감 횟수 1 댓글 수 0

리뷰 에세이로 풀어낸 동물행동학

장이권 교수님 강의를 들었다. 교수님의 명성은 이미 들어서 알고 있었고 라디오 방송을 통해 동물에 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듣고 있던 터였다. 20여 명이 모인 자리에서 교수님은 수강생들과 같은 자리 한가운데 앉아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이야기, 맞다, 일방적 강의가 아니라 이야기를 이끌었다. PPT 교육, 게다가 온라인 교육도 흔한 요즈음, 교수님은 토론으로 이어지는 수업을 원하신 것일까. 두 시간 강의 중 한 시간여를 그렇게 썼다. 소리의 발생과 지각이라는 근본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이 내용이었다. 신호자와 수신자, 신호와 ...

2023.08.20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더 즐거운 일 찾지 않으리

따사로운 봄날     꽃이 피어 향내로 나를 부를 때 기꺼이 꽃에게 다가가리 어여쁜 빛깔과 은근한 향내에 눈을 씻고 코를 씻다가 때맞추어 벌이 날아오면 꿀맛이 얼마나 좋은지 물어보리   새가 울어 소리로 나를 부를 때 기꺼이 새와 눈 맞추리 새의 노래에 귀를 씻다가 때맞추어 날아온 짝과 함께 춤을 추고 사랑을 나누면 두근거리는 가슴으로 앞날을 축복하리   드물게 찾아오는 청명하면서도 따사로운 봄날 꽃이 피고 새가 울 때 부러 새삼스럽게 더 즐거운 일 찾...

2023.08.14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어긋난 자연의 질서 되돌리기

지금 기후 위기가 아니라고 말하는 이는 찾기 어렵다. 너도나도 기후 위기라고 일상에서 쉽게 말한다. 그러나 기후 위기라고 말한다고 해서 실제 기후 위기를 느끼는 정도가 같지는 않은 듯하다. 각종 매체에서 기후 위기라고 떠드니까 그렇다고 말하거나 이상 기후를 볼 때 잠시 그런 생각과 말을 하는 이가 있다. 기후 위기라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체감하지 못하거나 체감하지만 외면하고 살아가는 경우이다. 그러니 기후 위기에 상응하는 실천이 있을 수 없다. 반면에 기후 위기를 자기의 위기인 양 몸과 마음이 아픈 이가 있다. 이 세상은 모두 연결되...

2023.08.13 공감 횟수 28 댓글 수 40

리뷰 세상 모든 아이는 별과 이어졌다

거미줄     거미줄에 실잠자리 한 마리 걸려 있어요 해가 저물어   엄마가 밥 먹어라 부를 때에도   나는 가만히 거미줄을 보았어요     사람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렸을 때 어른들은 다리 밑에서 주워 왔다고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웃을 수만은 없는 말이다. 자칫하면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여겨 괴로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그럴듯하게 여기는 말은 지상이 아니라 하늘이다. 하늘에서 지상을 내려다보고 부모를 선택하여 지...

2023.08.02 공감 횟수 0 댓글 수 0

리뷰 뒤에서 응원하며 박수하기

물장구를 치던 딸아이가 느닷없이 반대편 강둑을 향하여 계속 물장구를 쳐가는 게 아닌가. 제아무리 튜브를 끼었어도 강은 강이었고 너무 넓었다. 아이는 불러도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 아랑곳없었다. 위험하다 싶게 멀어졌을 때는 아이가 놀랄까 봐 소리쳐 부를 수도 없었다. 직접 아이를 구하러 갈 수영 실력이야 될 리 없는 나는 혼비백산해서, 다급히 사공을 찾아 배를 놓아 아이가 놀라지 않을 만큼은 간격을 두고 뒤따라가 달라고 부탁했다. 사태를 간파한 사공이 고맙게도 얼른 배를 띄웠고 천천히 뒤따라갔다. 강둑에 서서 바라보고 있는 나는 속이...

2023.07.31 공감 횟수 0 댓글 수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