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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동시

[도서] 손바닥 동시

유강희 글/정가애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첫눈

 

 

너랑 있을 때

처음 맞는 눈,

그 밖에 모두 흰 눈

 

 

초겨울이 되면 첫눈을 기다린다. 그렇지만 첫 번째 내린 눈이라고 하여 모두 첫눈이 될 수 없다. ‘너’랑 함께 보는 눈이라야 첫눈이다. ‘너’가 있어야 비로소 완성되는 첫눈. 그 밖에는 모두 흰 눈일 따름이다. 상대에 대한 완전한 마음이 아닐 수 없다. 불과 17자밖에 되지 않는 짧은 시로 어여쁜 마음을 담았다. 시인은 이 짧은 형식의 시를 ‘손바닥 동시’라 일컫는다. 시조에서 변형된 형식이다. 3-4-3-4, 3-4-3-4, 3-5-4-3의 시조 형식을 3-4, 3-4, 3-5의 형식, 그러니까 시조의 반으로 줄였다. 3행의 시는 기본 자수에서 2-3자를 넘지 않아야 하고, 글자 수를 줄이는 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한다. 인용한 시는 글자 수가 줄어든 경우다. 글자 수가 늘어난 경우도 있다. 상대에 대한 어여쁜 마음을 노래한 “내 맘에도 그 애가 / 달아 준 새집 있다 / 그 애만 들어올 수 있는 집”(숲에 달아 준 새집처럼」)이 그렇다.

 

 

금붕어

 

 

단풍잎 한 마리

단풍잎 두 마리

어, 가을이 움직인다

 

 

시집에는 사람보다 자연물이 훨씬 더 많이 등장한다. 의외로 가족이나 동무가 거의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에 식물이나 동물 같은 자연물이 널려 있다. 특히 동물이 많다. 소 금붕어 청설모 붕어 염소 길고양이 당나귀 개구리 메기 지렁이 쌀새우 같은 동물이 잇따라 등장한다. 물닭 뱀 참새는 제목으로 두 번씩 등장하고 동물을 노래한 시가 서른 편이 넘는다. 시인의 눈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다. 시인이 노래하는 동물은 상상의 동물이 아니다. 머리로 그린 동물이 아니라 실제 관찰하고 노래한 동물들이다. 실제 보고 동물의 특성을 정확하게 짚고 있어 무릎을 치게 한다. 이를테면 “연못에 숨어 / 물 바깥 보려고 / 조금씩 밀어 올린 걸까”(「개구리 눈」), “고개를 끄덕끄덕 / 무얼 알았다는 건지 / 물 보고 또 끄덕끄덕”(「물닭」) 같은 시를 보면 시인이 오랜 기간 동물을 관찰하고 애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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