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5일에 돌곶이습지에서 삑삑도요를 봤다. 8월 초에 본 해가 있지만 7월15일이라니! 도감을 찾아보았다. “유라시아대륙 북부에서 번식하고, 아프리카, 중동, 인도, 중국, 동남아시아에서 월동한다. 흔하게 통과하는 나그네새이며, 흔하지 않은 겨울철새다. 8월 중순에 도래하며 5월 중순까지 관찰된다”. 도감보다 빠른 8월 초에 이미 보았고, 올해는 그보다 더 빨라져 7월 중순에 본 것이다. 까닭을 알아보니 북극권의 기후 변화 탓이다. 올 여름 시베리아와 알래스카에 대형 화재가 잦았다. 기후 변화로 북극권 풀과 나무가 더 잘 자라면서 큰 화재로 이어졌다. 따스한 공기가 상승 기류를 타고 올라가 번개가 자주 쳤다. 유라시아와 북극권에서 번식하는 도요새에게 번식 환경이 나빠졌다. 다른 해에 비해 이른 7월부터 도요가 많이 보이는 까닭이다. 그러니 번식깃을 달고 있는 나그네새가 반갑지만 반갑지 않다.
북극 얼음이 녹고 있다는 소식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북극곰이 조그만 얼음 위에 불안하게 앉아 있는 사진을 우리는 기억한다. 실제로 지난 30년 동안 북극 빙하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빙하가 줄어들어 빙하가 하는 일인 태양 빛을 우주로 되돌리는 게 줄어든다. 그리고 빙하가 줄어든 만큼 바다가 드러나 열을 흡수하여 더 따뜻해진다. 바다가 따뜻해진 만큼 빙하가 녹는 속도가 더 빨라지고, 빙하가 녹는 만큼 바다가 드러난다. 악순환의 연쇄 고리다. 기후 변화는 심각해지고 기후 위기, 기후 불안이 일반화되기에 이르렀다. 불안이 전염병처럼 사람들 속으로 스며들어 미래를 준비하지 않는다. 오늘만 있고 오늘만 살아가는 삶. 도대체 이 절망적인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어내야 하나. 생각할수록 앞이 깜깜하다.
사람들의 소비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과도 같은 충격이야. 우리가 이런 충격을 쉼 없이 가하는 동안 지구는 자기 속도를 잃어버리고 인간의 속도로 변하고 있어. 자원을 지구에서 꺼내 쓴다는 일은 생각보다 참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야. 지구는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에 자원을 꺼내 쓸 때는 그곳에 형성된 생태계쁀 아니라 다음 세대를 늘 염두에 둬야 할 것 같아. 지속 가능성을 생각한다는 의미야. 뿐만 아니라 지구에서 자원을 꺼내고 다시 가공하는 이 모든 과정에는 온실가스 배출이라는 무척이나 불편한 진실이 배어 있어. (21쪽)
최원형 작가는 우리가 일상에서 느끼는 기후 위기를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스마트폰과 광물 자원, 지우지 않은 이메일 등을 저장하기 위해 북극에 세워진 데이터 센터, 탄소가 배출되는 옷장, 숲을 먹어 치우는 침대, 공장식 축산과 코로나19, 가나산 카카오는 있는데 가나산 초콜릿은 없는 까닭, 먹방의 불편한 진실 등 기후 위기와 일상을 연결해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이야기한다. 기후 위기가 결국 과도한 소비에 연결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이러한 사실을 알면 알수록 희망이 안 보이고 앞날이 불안하여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일어난다. 그렇지만 책에 소개된 새로운 상상에 이르면 포기 대신 가슴 설레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내게는 독일의 ‘공정 나눔 냉장고’가 그랬다. 이외에도 대중교통이 공짜가 되는 도시, 쓰레기로 기념품을 만든 저스틴 지낙 등 기후 위기를 앞날의 기회로 삼을 상상력이 풍부하게 다뤄진다. 작은 실천으로 거대한 전환을 만들 수 있겠다는 가능성을 보게 된다. 새로운 상상력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