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떠보니 후진국이란다. 선진국 반열에 올랐다고 떠들썩한 게 엊그제 같은데 후진국이라는 탄식이 널리 퍼져 있다. 모든 분야에서 뒷걸음치는 시기에 사회권 강화를 제언하는 책을 읽는 게 무슨 소용일까. 그러나 시대의 질곡을 짊어지고 나아가는 뛰어난 정신이 이야기하는 내용에 귀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더구나 “인권의 다른 축”인 사회권, 시민의 육아?교육?주택?의료 등에서 기본적인 보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은 값지다. 더구나 이미 확보된 권리마저 축소하는 시기에 다시 시민 인권의 한 축인 사회권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책은 사회권 강화의 다양한 사례까지 포함하고 있어 미래를 꿈꾸는 데 좋은 지표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두운 시대에 빛을 읽는다.
2020년 금융노조가 1,8퍼센트 임금을 인상하면서 절반인 0.9퍼센트를 용역?파견 근로자 근로조건 개선, 취약 계층 지원에 사용한 예가 있다. 금융노조는 총액 임금 대비 1.8퍼센트인 임금 인상분 중 절반(0.9퍼센트)을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로 조합원에게 지급해 소상공인 보호와 내수 활성화에 이바지했고, 나머지 절반은 용역?파견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과 실업 대책을 위한 근로복지진흥기금에 사용했다. 금융노조는 지난 10여 년간 비정규직 임금을 정규직 대비 2배 정도 올리는 ‘하후상박 下厚上薄 임금 전략’을 산별 교섭에서 관철했고, 그 결과 금융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과 정규직 간 임금격차는 70-80퍼센트 수준으로 격차가 줄었다. (147쪽)
김두관 의원의 ‘기본 자산’ 제안이 잊혀 아쉽다. 김 의원은 신상아 때부터 1인당 3,000만 원의 기본 자산을 지급하고, 기본 자산 예금액에 대한 예금이자 금리는 연 4퍼센트 단일 금리를 적용하도록 하는 ‘기본 자산에 관한 법률’을 대의 발표했다. (168쪽)
지금도 “동성애를 찬성하는가? 동성애 합법화에 찬성하는가?”류의 질문을 던지는 정치인과 종교인이 있다. 그러나 강남순 교수가 정확히 지적했던 것처럼, 이러한 질문에 대해서는 정반대의 질문을 던져야 한다. 즉, “당신은 이성애를, 이성애 합법화를 찬성하는가?” 동성애는 찬성이나 반대할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존재 방식’인 것이다. 우리는 “존재에 대한 반대를 반대한다”라고 말해야 한다. (199 ? 2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