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서원에서 만난 선생은 소박했다. 괴테에 온전히 꽂혀 있었다. 괴테는 평민 출신으로 바이마르 공국의 2인자까지 올라갔다고 한다. 귀족들의 온갖 질시 속에서 교육, 문공, 산업(광산), 세무 네 부문 장관을 했다고 한다. 140여 권의 책을 쓰고. 2만여 통의 편지를 썼다고 한다. 사람이 뜻을 품고 노력하면 얼마나 위대한지 보여 주는 사례라고 하며 선생도 기적을 만들고 있었다. 괴테는 일생을 걸 만한 인물이고, 그런 인물에 몰두하며 괴테 마을까지 만들고 있는 선생도 마찬가지라고 여겼다. “거대함과 이 소박함이 동시에 참인 드문 인물”이라고 괴테를 평한 선생 또한 거기에 부합하는 인물이었다. 하여, 선생이 말하는 선생의 모습은 괴테와 겹쳐 보이기도 한다. 진실하고 아름다운 측면에서.
“그대 ‘선’에 대하여 보답을 받았던가?”
나의 화살은 고운 깃 달고 날아갔다오.
온 하늘 열려 있었으니
어디엔가 맞았을 테지요. (30쪽)
자신에게 필요한 선생을 찾아 땅끝까지도 달려갈 줄 알았던 그 독일 소녀 비르깃이, 이제 자기 나라 학계에서 자리 잡았다고 세 대륙, 네 나라에 있는 스승 넷을 모두 모으고, 많은 전문가들을 더하고, 또한 세계 젊은이들을 모아 이런 야무진 공부 자리를 만든 것이었습니다. 곱고 똑똑한 비르깃과 네 명의 선생들이 함께 찍은 “가족사진”, 그녀는 이를 “학문의 가족사진”이라고 말했습니다. (184쪽)
세상에서 한 가지는 야무지게 해낸 일이 있다. 좋은 도서관들에 제 자리를 만든 일이다. 뮌헨에도, 베를린에도, 바이마르에도, 케임브리지에도, 잠시 들른 더블린과 시카고에까지도 G자 어름쯤의 서가 ? 근년에 괴테에 몰두한 탓이다 ? 가까운 창가, 한 그루쯤 나무가 가지를 드리운 곳에 내 자리가 있다. 아니, 세계는 내게 도서관 내 자리의 망網이다. 세상 어딘가에, 곳곳에, 나를 아끼는 사람들은 그리로 나를 찾아올 만큼, 때로는 우편물이 그리로 올 만큼의 내 자리가 있다는 건 얼마나 큰 부유함인지. 그런데 도서관에서야 어딜 가든지 그냥 앉아만 있으면 내 자리가 되니 쉬웠다. 달리 지상 어디에 그리 쉽게 한 자리가 생기겠는가. 세상사 서툰 사람이 세상에서 야무지게 해낸 일도 한 가지는 있는 것이다. (190 - 19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