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려서 살던 고향은 배산임수 농촌이었다. 마을 앞으로 밭이 펼쳐진 들판을 지나면 제법 널따란 하천이 나온다. 징검다리가 놓인 다리를 건너면 역시 밭이 펼쳐진 들판이 나오고 맞은편 마을로 들어서게 된다. 하천을 오리쯤 내려가면 강이 나오고 강이 휘돌아 우리 마을 뒤편으로 흘렀다. 그러니까 우리 마을 뒷산을 넘어가면 강이었다. 어린 우리는 여름 대부분을 하천에서 지내고 조개를 잡고 싶으면 산 넘어 모래밭 강으로 갔다.
물에서 동무들과 헤엄치며 놀았다. 수영을 따로 배운 적 없었지만 어려서부터 하천에서 놀다 보면 저절로 헤엄을 치게 된다. 바위 위에서 다이빙도 제법 능숙하다. 낚시하기도 하고 때로 족대로 물고기를 잡기도 한다. 물고기 집을 잘 봐 두었다가 맨손으로 잡기도 한다. 잡은 물고기를 구워 먹기도 하지만 동무들과 함께하는 놀이에 가까웠다. 누가 누가 물고기를 더 잘 잡는지 내기하며 노는 것 이상으로 거의 나아가지 않았다.
어린이가 물고기를 잡으며 노는 풍경은 일본 농촌도 다르지 않다. 다시마 세이조 어린 시절의 경험이 녹아 있을 장면은 내가 놀던 풍경과 흡사하다. 다만 나는 여러 동무들과 함께였다면 그림책 속 어린이는 혼자다. 한 손에는 뜰채를 들고 다른 손에는 물고기 바구니를 들었다. 강여울 웅덩이에 떠 있는 큰 물고기를 잡으려다 물속으로 풍덩! 빠지기도 하지만 결국 두 손으로 잡는 데 성공한다. 기분 좋게 낮잠을 자며 물고기를 끌어안는 꿈을 꾼다.
물고기를 잡는 데 성공했으니 이미 아이의 목표는 이룬 셈이다. 그러니 달콤하게 낮잠까지 잘 수 있다. 꿈에서 깨어 보니 물고기가 바구니에서 튀어나와 풀밭에 축 늘어져 있다. 아이는 깜짝 놀라 강으로 달려간다. 물을 만난 물고기는 팔딱팔딱 날뛰며 아이 손을 벗어난다. 헤엄쳐 가는 물고기를 보는 아이 표정이 다채롭다. 내 물고기로 여겼다가 강에 돌아가는 물고기를 인정하는 과정이 재미있게 표현되어 있다. 물고기가 아이 얼굴의 일부가 될 때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