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에서 자란 어린 시절은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놀았다. 하늘에서 무엇이 와도 우리의 놀이를 멈출 수는 없었다. 비가 우리의 놀이를 일시 정지하게 할 수 있지만 완전히 멈추게 할 수는 없었다. 물론 비를 피할 때가 있었다. 여름에 하천에서 물놀이하다가 소나기를 피해 들판을 부리나케 달리는 모습을 기억한다. 토란 잎을 쓰고 피하기도 했다. 그러나 놀이를 하는 우리에게 비는 잠시 피하게 할 수 있을지언정 놀이를 아예 작파하게 할 수는 없었다.
다시마 세이조 어린 시절의 경험이 녹아 있을 비 오는 날의 풍경은 내가 놀던 시골과 흡사하다. 비가 오는 날 엄마가 외출한다. 아이들은 엄마가 집에 있어도 좋지만 외출하면 더 좋다. 마음껏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엄마는 금비와 은비 남매에게 밖에 나가지 놀지 말고 집에서 놀라고 말한다. 남매는 엄마와 단단히 약속한다. 그런데 비가 내린다. 울타리에도, 마당에도, 돌 뒤에도 비가 내린다. 주룩주룩.
아이들은 창에 바싹 붙어 창문 너머로 내리는 비를 구경한다. 저 멀리 우산을 쓰고 누군가 다가온다. 엄마가 뭔가를 깜박하고 다시 돌아오는 것일까. 아니다. 엄마가 아니라 커다란 머위 잎 우산을 쓴 개구리다. 아이들이 동무야 놀자! 소리치듯 개구리가 놀러 왔다. 머위 잎 우산에도, 개구리에게도, 마당의 연못에도 비가 내린다. 주룩주룩주룩주룩. 뒤이어 귀여운 올챙이들이 창문 가득 놀러 오고, 달팽이가 꼬물꼬물꼬물꼬물 놀러 온다.
어느새 머나먼 숲의 나무들과 풀숲의 풀들,
밭의 채소들이 기쁜 듯이 춤추고 있어요.
비가 와서 기뻐하고 있는 것 같아요.
금미도 은비도 즐겁게 춤추기 시작했어요.
나무와 풀과 채소들은 창밖에서,
금비랑 은비는 집 안에서요.
비가 계속 주룩주룩 내리고 지난해 여름에 금비가 강물에 풀어 준 메기까지 찾아오는데 남매는 언제까지 집 안에서만 놀까. 숲의 메뚜기부터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까지, 자연 속의 온갖 생명체들이 남매한테 다가온다. 쏟아지는 비를 피해서 오기도 하고, 빗속에서 함께 놀자고 꼬시기도 한다. 그러니 금비와 은비는 언제까지 안에서 놀 수 없다. 대나무 잎으로 친구들이 탈 배를 수천 개 만들며 즐겁게 함께 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