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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마음속 대통령

[도서] 내 마음속 대통령

사람사는세상 노무현재단 저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

여생도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다.

건강이 좋지 않아서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책을 읽을 수도 글을 쓸 수도 없다.

 

내 마음 속 대통령 노무현의 유서를 읽습니다. 짧은 하나의 문장이 하나의 행을 이루어나가는 글, 한 문장 한 문장을 단숨에 쓴 게 아니라, 한 문장 쓰고 얼굴 들어 망연히 앉아 있다가 다시 한 문장을 쓰고 고개 들어 망연히 있다가 다음 문장을 써 내려갔다고 짐작할 수 있습니다. 내용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으로 말미암아 둘레 사람들이 받은 고통이 너무 묵직합니다. 정작 당신의 잘못이 아니건만 둘레 사람들이 검찰과 언론에 휘둘리는 고통이 과거도 현재도 너무 크거니와 더 큰 문제는 앞으로 받을 고통이 헤아릴 수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세상을 이롭게 하려고 온몸을 던져온 삶이건만 남에게 짐이 될 일밖에 없는 여생,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홀로인 시간이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게 일상인데 그 일상마저 온전히 박탈당한 삶, 짧은 글이지만 당신의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 절절히 다가옵니다.

 

스무 살 무렵부터 각인되어 있는 대통령 상이 있습니다. 신동엽 시인이 만들어 준 이미지입니다. “어린이들은 사람 죽이는 시늉을 아니하고도 아름다운 놀이 꽃동산처럼 풍요로운 나라, 억만금을 준대도 싫었다 자기네 포도밭은 사람 상처내는 미사일기지도 땡크기지도 들어올 수 없소 끝끝내 사나이나라 배짱 지킨 국민들, 반도의 달밤 무너진 성터가의 입맞춤이며 푸짐한 타작소리 춤 思索뿐 하늘로 가는 길가엔 황토빛 노을 물든 석양 大統領이라고 하는 직함을 가진 신사가 자전거 꽁무니에 막걸리병을 싣고 삼십리 시골길 시인의 집을 놀러 가”(散文詩 1)는 모습에 가장 부합하는 대통령이 노무현이었습니다. 실제로 봉하마을에서 보여 준 당신의 모습은 신동엽 시인이 그린 모습과 얼마나 흡사하던지요. 정작 대통령 자리에서는 현실과 타협하는 모습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봉하마을에서의 당신은 참 아름다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수백만 국민의 추모 과정을 상세하게 다룬 책을 읽으며 여러 번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가슴이 북받쳐 책 읽기를 그만두었다가 다시 읽고, 다시 가슴이 북받쳐 그만두었다가 읽기를 되풀이했습니다. 방대한 기록을 하나하나 정리하고 다듬었을 사형 부부를 생각하니 무한 고마움이 솟구칩니다. 엄청난 일을 하셨습니다. 책을 읽으며 눈물도 많이 흘렸지만 대통령이 서거했을 당시처럼 분노가 치밀기도 했습니다. 도대체 그때랑 지금이랑 무엇이 다른지 자괴감이 들었습니다. 그때랑 다르지 않은 현실 때문에 당신이 말한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언제나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 결코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다는 하나의 증거를 꼭 난기도 싶었다는 당신의 바람이 봄날 들꽃처럼 피어나는 세상이어야 한다고 거듭 마음먹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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