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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자 달린 노란 비옷

[도서] 모자 달린 노란 비옷

윤재인 글/장경혜 그림

내용 평점 5점

구성 평점 4점

지금 생각하면 어처구니없고 키가 작은 사람한테 욕먹을 만한 말이지만 한때 키가 큰 게 고민이었다. 어려서부터 비쩍 마른 몸매에 키가 불쑥 솟아난 꼴이 영 불편했다. 키가 커서 불편한 게 서른여덟 가지가 넘었다. 가장 큰 불편함은 눈에 잘 띄는 것이었다. 선생님 지목을 쉽게 받을뿐더러 거기서 파생하는 불편함이 여럿이었다. 따지고 보면 키가 커서 생기는 불편함이라기보다 자신감이 없어서, 앞에 나서기 싫어서 생기는 불편함이었는데 마치 키가 커서 생기는 불편함이라고 여겼다. 하여 키가 작고 싶었다. 바란다고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이었지만.

 

채진이는 얼굴이 큰 게 고민이다. 아빠는 대놓고 얼큰이라고 부르고, 할머니는 얼굴이 보름달 같다고 말한다. 얼굴을 가리고 싶어 앞머리를 내리지만 바람이 부니까 다 소용이 없다. 아빠랑 오빠는 채진이 사진을 보고 킥킥 웃는다. 너무 속상하다어느 날 비옷을 입고 패션쇼를 하는 늘씬한 사람들을 본다번개같이 드는 생각, 모자 달린 노란 비옷을 입으면 얼굴이 작아 보인다. 그때부터다. 채진이는 얼굴이 작게 보이는 노란 비옷만 입는다. 비가 오나 비가 안 오나, 친구들이 놀려도, 날마다 모자 달린 노란 비옷만 입는다.

 

채진이는 오늘도 비옷이니? 더울 텐데.”

미소 엄마가 내게 물었어.

뭐라고 대답할까 머뭇거리는데, 미소가 냉큼 대답해.

뚱뚱한 거 가리려고 그런 거잖아요.”

뚱뚱? 내가 뚱뚱?

 

미소는 자신이 뚱뚱하다고 고민이다. 한여름에도 겨울옷을 입어서 뚱뚱함을 가리려고 한다. 사정이 그러니 미소는 채진이가 자기처럼 뚱뚱함을 가리려고 노란 비옷을 입는다고 말한다. 순간 미소가 커다란 점퍼만 입고 다니는 까닭을 채진이 알아차린다. 그러고는 외모 때문에 고민하는 아이가 자신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미소가 동류 인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것은 미소도 마찬가지이다. 하여 이제 둘은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진실을 본, 함께하는 동무가 있는데 그깟 얼굴 크기나 뚱뚱함은 고민거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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