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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잡은 사람들이 돼지로 바뀌다
헌화가
200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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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탁소 아저씨에게 가장 큰 행운은 한 번만 주름을 잡아 놓으면 절대로 주름이 사라지지 않는 다리미일 것입니다. 미용실 아줌마에게 가장 큰 행운은 저절로 머리를 예쁘게 깎는 가위일 것입니다. 식당의 아줌마에게는 무슨 음식을 해도 최고급 요리로 만들어 주는 신비한 냄비가 가장 큰 행운일 것입니다. 이렇듯 가장 큰 행운이 도시 시민들에게 잇따라 주어집니다. 행운의 기회는 길모퉁이 행운돼지 가게에 들어가는 사람들에게 있는데 하루에 열 명밖에 들어가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피 튀기는 경쟁을 하며 길모퉁이 행운돼지에 들어가려 싸웁니다. 이웃이던 사람들이 어느새 적으로 변한 것입니다. 길모퉁이 행운돼지에는 재미있는 글이 써지는 타자기, 무슨 병이든 다 낫게 해주는 주사기, 새 옷이 생기는 옷걸이, 미래가 보이는 망원경, 두 개로 만들어 내는 항아리, 별을 딸 수 있는 사다리, 좋은 꿈을 꾸는 베개 같은, 사람들이 원하는 모든 것이 있으니 그럴 만도 합니다.
그러나 길모퉁이 행운돼지에 있는 신비한 물건들만큼이나 놀라운 일이 벌어집니다. 행운돼지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이 점차 행운돼지 주인의 형상인 돼지로 바뀌는 것입니다. 이웃 도시에서까지 행운돼지에 들어가려고 밤을 새며 줄을 서는 상황이다 보니 어느새 길거리마다 돼지로 넘쳐납니다. 사람의 형상을 한 이들이 거의 없을 지경입니다. 그러나 더 놀라운 것은 사람들이 자신들이 돼지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행운돼지에 들어갔다 나온 사람들뿐만 아니라 행운돼지에 들어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행운돼지의 물건을 탐하지 않는 어린이에게만은 진실이 보입니다. 그러나 힘없는 어린이가 이 난국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입니다. 엄마 아빠까지 돼지로 바뀌었으니 말입니다. 이렇듯 이 작품은 행운이라는 이름의 탐욕에 경쟁적으로 몰려가고 있는 우리의 세태를 적나라하게 풍자하고 있는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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