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금사빠다. 책을 만나고 그 글을 쓴 작가의 이야기를 듣노라면 다르지만 비슷한 경험에 잇댄 공감도가 폭발하며 호감이 수직 상승한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책 한 권에 꽤나 많은 인적. 비인적 에너지가 들어가기 때문에 조금은 긴 호흡으로 마주하고 사유하며 혼자 느끼는 내적 유대감의 시간을 충만히 누린다,
성정이 여리고 순하며 마음의 결이 참 곱지만 단단함이 베인 글들이 참 편안하면서도 힘있게 들려왔고 위로와 힘, 무엇보다 연대의식이 생기게 되었다고나 할까.
책을 읽는 자신의 모습을 좋아하는 것부터 내가 가진 취향과 능력이 참 별거 없다는 생각과 시력은 엄청 나쁘지만 상대방의 얼굴과 말에서 알아차리는 미묘한 표정과 감정 변화, 공감을 잘하는 것.
숲보다 나무를 보는 디테일한 성격에 오타에 지나치게 집착하고 토속적이다 못해 촌스러운 호박잎이 소울푸드라는 것.
학창시절 누군가 내 옷장을 보며 말했다. ‘가을도 블랙~ 겨울도 블랙~ 봄에도 블랙~ 여름엔 남색~‘ 실상 같은 컬러라도 소재에 따른 빛깔에 다채로운 컬러와 각기 다른 디자인의 톤온톤을 위한 옷인데 여튼 유의미함은 디테일한 나만의 몫인걸로.
중요한 것은 옷장 가득 무채색의 내가 좋아하는 컬러를 하나 둘 찾고 도전한 것처럼 찰떡인 분홍빛 원피스의 모험을 시작한 이야기 등 너무 많은 것이 통해서 내가 쓰지 않았지만 내 이야기 같은 글인 착각 마저 들었다.
단편적이나 ‘떡잎부터 남달랐던 예슬 작가님이시구나’ 라는 생각을 들게했던 어린 꿈나무 시인의 10살 적 자작시를 옮겨본다.
신호등
아직 익지 않은 초록색 사과가 하늘에 있어요.
자동차가 익지 않았다고 지나쳐버려요.
거의 익어 가는 주황색 사과가 하늘에 있어요.
자동차가 익어간다고 제자리에 있어요.
다 익은 빠알간 사과가 하늘에 있어요.
자동차가 군침 돈다고 빤히 쳐다보고 있어요.
신호등은 사탕으로만 남아 달콤함을 누렸던 내 과거의 단상에 웃자고 한 소리지만 지금의 큰 아들보다 한 살 어린 10살 소녀가 쓴 글이라니 본투비 아들엄마로서 내가 알지못하는 딸의 감수성인지 남다른 표현력인지 명확히 구분 지을수 없지만 지금껏 어느 책에서도 신호등을 사과로 비유한 글을 보지 못한 나로서는-나름 아이들 책 선정해주며 동시집을 많이 본- 적잖이 충격이기도 했다.
취향은 언제라도 바뀔 수 있는 것이고 새롭게 찾을수도 있는 것이다. 대부분 취향은 혼자서 찾고 발견하기보다는 누군가에게 영향을 받으며 시작되는 경우가 다반사일 것이다.
누군가의 손에 이끌리어 가게된 카페가 내 취향이었다거나, 약속된 장소의 메뉴들이 내 입맛에 잘 맞았다거나, 라디오나 카페에서 우연히 흘러나온 음악에 매료되거나..
그녀가 소개해 준 Laura Pergolizzi의 음악처럼.. 확실히 그녀가 언급하지 않았어도 또 다른 누군가로부터 듣게 될 이 ‘Lost on you’를 들었다면 마이 플레이 리스트에 킵 되었을 것이다.
서서히 시간이 지남에 따라 이 책에서 느끼는 애정과 감정은 식어지더라도 내게 그녀로부터 흘러들어온 취향은 여전한 온도를 유지하겠지.
자신만의 취향을 알아간다는 건 시야가 점점 확장되어 가는 과정인 것 같다. 취향이 확고해지는 만큼 그 세계는 더욱 넓어지고 타이느이 취향까지도 기꺼이 존중해줄 수 있는 넓은 마음이 생긴다.
취행은 나를 더욱 알뜰살뜰하게 가꾸는 습관의 시작이다.
그 습관의 시작은 우리 일상의 흩어진 조각들을 정성스럽게 모으는 일이 되지 않을까?
그로써 없는 줄 알았던 그리고 잊고 있었던 나만의 소중한 취향찾기를 통해 시도하고 노력한 나로 취향은 더욱 빛을 발하며 취향을 통해 진정한 나를 만나 보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