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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아는 척하기

[도서] 클래식 아는 척하기

라이언 엔드리스 저/크리스 역/조 리 그림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취미를 묻는 말에 클래식 감상이라고 말하면 고상한 척하는 것 아니냐며 너스레를 떠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다양한 음악장르 중에서 유독 클래식에 대해서만 이러한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클래식의 역사를 떠올려보면 대부분 왕과 귀족 계층의 후원에 힘입어 음악가들이 활동할 수 있었기에 클래식에 고급이라는 이미지가 덧붙여서 그러한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지만, 근본적으로 클래식에 대한 이해 부족이 주요 원인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요즈음 왠만한 가정에서는 아이들에게 피아노와 바이올린을 비롯하여 악기 하나 정도는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더이상 클래식이 특정 계층이 누리는 취향과 연결짓는 것은 무의미해 보인다. 이제는 클래식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오히려 자유롭게 즐길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요즈음 클래식과 관련된 다양한 책들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 [클래식 아는 척하기]클래식을 발전 과정에 따른 역사로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책이 아닐 수 없다.

 

 이 시점에서 왜 클래식을 책으로 살펴봐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클래식을 많이 듣고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는 만큼 많이 보인다라는 만고불변의 진리는 클래식에도 유효하다. 음악회에 처음 갔을 때, 도대체 바이올린 연주자들이 활이 아닌 손가락으로 직접 현을 퉁기는 모습을 보고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는데 나중에 그것이 '피치카토(pizzicato)'라는 주법임을 알게 되었다. 즉, 바이올린은 흔히 알고 있는 것처럼 활로 현을 켜는 '아르코(Arco)' 주법 이외에도 '피치카토(pizzicato)'처럼 활을 사용하지 않는 주법도 존재하였던 것이었다. 이러한 기술적인 것 이외에도 클래식의 역사는 물론 음악가들에 대한 이해를 먼저 알고 클래식을 감상하게 된다면 그저 소리로서 귀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에 담긴 다양한 의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렇다면 이 책 [클래식 아는 척하기]는 우리에게 무엇을 전해주고 있는 것일까?

 

 먼저 클래식의 역사에 대한 흐름을 한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단순한 것 같지만, 이는 클래식 감상에 있어서 꽤 중요한 부분이다. 보통 클래식을 감상하다보면 우선 자신의 취향에 맞는 곡 또는 음악가 위주로 시작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점점 그 영역을 확장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클래식의 역사를 이해한다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가 또는 곡이 어떠한 특징을 갖고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악가마다 자신만의 영감과 느낌을 곡에 담아내어 차별화를 보여주고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활동하게 되면 일정 부분 그 시대의 사조(思潮)로 공통된 부분을 동시에 보여주기도 한다. 예를 든다면 작곡가 자신의 표현과 개인의 정체성에 중점을 둔 낭만주의라든지 우아함, 구속, 단순함 및 보편적 호소를 표현하려 했던 고전주의를 떠올린다면 그에 속한 음악가의 곡을 그러한 것과 연관지어 생각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흔히 베토벤을 고전주의와 낭만주의 사이의 음악가로 보는데, 이는 각 시대에 해당하는 음악의 특징과 역사를 이해해야 비로소 공감하면서 그의 음악을 그러한 관점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된다.

 

 '바로크'라는 용어는 바흐와 헨델의 음악을 가리키는 용어가 되었고, 18세기 후반의 음악을 가리킬 때에는 '고전'이라는 용어가 다시 쓰이기 시작했다. 이것이 바로 모든 고전음악이 고전적이지 않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역설이기도 하다.

 - p. 123 中에서 -

 클래식(고전)의 원래 의미는 시대를 불문하고 누구에게나 통용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1990년대의 대중가요가 현재에 많은 공감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 점은 클래식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준다. 그러나, 위의 대목을 보면 1750년대를 기점으로 등장한 '고전주의'로 인하여 이 시기를 제외한 다른 시기에 해당하는 클래식이 고전적이지 않다라는 역설을 보여준다. 일종의 말장난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이 대목에서 나타나는 것은 클래식이 시대에 따라 다양한 사조(思潮)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러한 사조는 세분화되면서 동시에 반복되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이해를 통하여 자신이 좋아하는 클래식의 특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두번째로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후기 바로크 시대(1700 ~ 1750) 이전의 음악의 발달 과정을 새롭게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이 역시 감상으로만 클래식을 이해하려는 것에 대한 한계로 이해할 수 있다. 음악 전공자가 아닌 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아마 가장 과거의 음악가로 [사계] [화성의 영감]으로 잘 알려진 안토니오 비발디(1678~1741)를 꼽게 된다. 바흐와 헨델도 그 이후의 음악가이니 비발디 이전의 음악가를 떠올린다는 것은 보통의 사람들에게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책이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의 음악으로부터 시작하고 있으니, 우리는 대략 이 책을 기준으로 대략 분량의 반에 해당하는 후기 바로크 시대 이전의 음악에 대해서는 거의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주로 즐겨듣는 음반 위주의 클래식에 대한 이해가 빚어낸 이러한 클래식 역사에 대한 이해의 단절을 바로 이 책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점은 한번쯤 이 책을 읽어봐야 할 이유라 할 수 있다.

 

 세번째는 바로 잘 알려지지 않은 클래식의 형식에 대한 발전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실 이 책에서도 그 시기에 해당하는 음악가에 대한 언급은 그리 자주 등장하지 않는다. 죠스캥 데 프레(1450~1521)와 같이 르네상스 시대의 플랑드르 출신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음악가에 대한 짧막한 설명도 등장하지만, 그들이 작곡한 곡보다는 그들을 통한 클래식의 발전 과정을 다루고 있다. 기보와 악보의 발달, 성악과 기악의 관계, 종교음악과 세속음악에 대한 설명은 우리가 익숙해하는 클래식이 어떠한 과정으로 형성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음악의 기본 구성 요소를 살펴보면 이후 클래식의 사조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창조와 재해석의 반복 과정을 보여준다. 시대에 따라 그 특징이 구분되지만, 그러한 특징 마저도 이전의 음악의 영향으로부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가령 로마의 예배의식에서 비롯된 '상투스'는 신의 거룩함을 찬미하는 종교적인 색채가 강한데, 훌쩍 세월을 뛰어넘어 모차르트의 [레퀴엠(Requiem)]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그러한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마지막으로 클래식이 역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보여주면서 클래식이 역사에 대한 또 하나의 관점이 될 수 있음도 주목할 부분이라 생각된다. 역사에서 중세 시대가 종교에 많은 영향을 받아 굵직한 사건들이 일어났는데, 클래식 역시 종교음악이 발달 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부분이라든지 르네상스, 절대주의, 종교개혁, 인쇄혁명에 따른 음악의 변화는 그러한 의미를 뒷받침하고 있다. 절대주의의 상징인 루이 14세가 음악을 통한 공연으로 자신의 이미지인 '태양왕'을 이끌어낸 점이라든지 르네상스의 막이 오르면서 작곡가들이 자신의 음악에서 명료함과 구조적 측면을 참고하면서 음역대를 확장시키는 기술적인 변화를 이끌어낸 점은 그러한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또한 금속 활자가 책에 대한 대량 보급을 가능케 함으로써 대규모의 지식의 공유를 통하여 역사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음악 역시 많은 영향을 받았음을 우리는 아래와 같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금속 활자의 탄생과 음악 인쇄술의 발전은 르네상스 시대에 있어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꼽을 수 있다. 그 이유는 대량 제작과 복제, 그리고 유통까지 가능했기 때문이다.

 - p. 51 中에서 -

 

 음악의 고전이라 일컫는 클래식은 현재에도 여전히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이고르 스트라빈스키라든지 구스타프 말러는 확실히 과거 클래식과는 다른 면을 지향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고전으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보통 고전이 과거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클래식은 과거는 물론 현재에까지 지속적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창조되고 있다. 그래서, 클래식을 역사와 결합하여 설명한 [클래식 아는 척하기]는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만 이 책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아는 척하기'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점에서 솔직히 그 내용이 쉽다고는 할 수 없다. 한 권의 책으로 클래식의 역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부분을 다루고 있으니 용어부터 익숙하지 않다. 비록 책의 말미에 용어에 대한 설명들을 수록하고 있지만, 결코 아는 척하기를 위한 책은 아님에 분명하다. 책과 함께 그에 해당하는 음악가와 곡들을 들어보면서 그 의미를 떠올려야 비로소 이 책의 진정한 가치를 느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그래야만 클래식에 대한 '아는 척하기'가 아닌 '앎'을 깨달을 수 있지 않을까?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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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워블로그 노누사

    멋진 리뷰입니다. 입문서이지만 입문서답지 않아 어떻게 평가해야 할 지 고민될 내용들을 잘 정리하셨습니다.

    2019.07.31 11:1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분야든 한권의 책으로 모든 것을 담아낸다는 것 자체가 쉽지 않고, 설령 그렇게 되더라도 간략하게 지나치는 부분들이 독자 입장에서는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리뷰 방향을 책에 대한 내용 정리보다는 제 입장에서 보다 인상적으로 느껴진 부분 위주로 정리해 보았습니다.

      2019.07.31 12:40
  • 스타블로거 異之我...또 다른 나

    저는 클래식을 잘 몰라요(") 설명을 들어도 그게 그거 같고 어찌 감상해야 하는지도 감도 안 잡히고...그저 광고'씨엠쏭'이나 프로그램'시그널'로 익숙한 멜로디가 나오면 그제야 떠올릴 따름이랍니다. 그래서 비발디 <사계> 중 봄은 <방송조정화면>이 연상될 뿐이랍니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는 후진하는 차량이 떠오른답니다ㅎㅎ

    그나마 일본만화가 원작인 <노다메 칸타빌레>를 통해 쬐끔 아는 체를 하긴 하지만...그 이상은 좀처럼 이해할 수가 없더라구요(")냥냥냥~냐앙~

    2019.07.31 20:39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저도 잘 아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대학 시절에 우연히 듣게 된 음악 교양 수업을 통하여 그 재미를 알게 된 것이지요. 그 시절에는 참 음반도 많이 사서 듣고, 공연도 직접 챙겨서 보곤 했는데 정작 직장인이 되니 한동안 잊고 지낸 것 같습니다. 지아님 말씀대로 클래식이 우리 일상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들려오고 있기에 딱히 의식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즐기시는 것도 클래식 감상의 또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되네요. ^^
      [노다메 칸타빌레]를 만화가 아닌 일드로 보았는데, 저도 거기에서 많은 곡과의 만남을 즐겨 볼 수 있어서 좋아하는 일드 중 하나입니다.

      2019.08.01 08:36
  • 파워블로그 슈퍼파워

    저도 클래식듣는것을 좋아한다고 하면 의아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참 불편하더라구요^^: 그렇다고 클래식에 해박한것도 아니고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클래식 음악 듣는게 다일 뿐인데도말이죠~ 아는만큼 보이고 아는만큼 들린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기에, 클래식도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드니 읽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더라구요~ 이책은 그런면에서 '클래식 아는척하기'라는 제목이 저처럼 관심은 많지만 잘알지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쓰인 책일것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2019.07.31 23:11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여전히 우리 사회에 그런 부분은 좀 불편하게 다가오더군요. 하지만 클래식 감상이 그들 눈치를 보면서 하는 것도 아니니 그냥 신경쓰지 않는 편이긴 합니다. 때론 무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니까요. ^^
      그저 열심히 들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전에도 그렇지만 이 책을 읽으면 클래식 감상 시에 주요 포인트라든지 배경 지식을 알게 되어 보다 쉽게 음악에 몰입할 수 있어서 카르페디엠님 말씀처럼 배우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충분히 읽어볼 책이었는데, 막상 읽으면 조금 쉽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아는 척이 아니라 알기 위한 책이라는 생각이 그래서 들더군요. ^^

      2019.08.0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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