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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관에 간 클래식

[도서] 영화관에 간 클래식

김태용 저

내용 평점 4점

구성 평점 5점

 꽤 오래전에 TV에서 영화에서 소리를 완전히 제거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라는 주제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공포영화의 경우에 실험 참가자들은 거의 무서움을 느끼지 못하였다고 한다. 우리 역시 영화를 볼 때, 무서운 장면에서 귀를 막거나 볼륨을 줄이는 행동을 하니 어느 정도 공감할 수 있는 반응이다. 이를 통하여 우리는 영화는 보여지는 화면과 더불어 사운드가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 사용되는 음악 역시 결코 무시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영화관에 간 클래식]은 이러한 영화와 음악의 관계에 대한 설명을 통하여 클래식에 대한 다양한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 그래서, 이미 본 영화라면 거기에 등장하는 음악에 대한 설명이 더욱 익숙하게 느껴지며,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거꾸로 음악을 통하여 그 영화를 살펴볼 수 있으니 여러모로 관심이 가는 대목이 많았다.

 

 1. 예술음악 vs 대중음악

 영화 [언터처블 : 1%의 우정]은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남자가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하여 진솔한 우정을 쌓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그 가정에서 꽤 묵직한 주제인 예술음악과 대중음악의 대립을 다루고 있다.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강마에(김명민)가 강건우(장근석)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이 한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로 연주를 하는 것에 크게 분노하는 모습도 그러한 케케묵은 갈등의 한 예라 할 수 있다. 우선 저자는 이러한 갈등이 17세기 바로크 시대에도 사회적 계급에 따라 '고급'과 '저급'으로 분류되어 존재하고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이 시기의 '고급'은 왕과 귀족을 포함한 상류층이 듣는 음악으로 주로 프랑스 음악이었다. 반대로 '저급'은 서민계층에서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독일어권의 음악이 대표적인데, 헨델(1685~1759)과 텔레만(1681~1767)의 곡들이 대표적이었다고 한다. 오늘날 이들의 음악이 클래식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갈등은 왠지 무의미하다는 생각이 들게 된다.

 

 영화에서도 비발디의 [사계]의 2악장 '여름'과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1번 G장조]가 연주된다. 이어서 어스 윈드 앤드 파이어의 [부기 원더랜드]가 나온다. 앞서 클래식을 들으면서 춤을 출 수 없다면 그건 음악이라고 말할 수 없다던 드리스가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자 연주자들도 몸을 들썩이게 되고, 부유하지만 몸이 불편한 필립 역시 표정으로 그에 공감을 하게 된다. 이 장면에서 예술음악과 대중음악의 갈등은 익숙함과 친근함의 반영에 있어 차이가 있을 뿐이지, 그것을 저급과 고급으로 구분하여 나누는 것이 아무런 의미가 없음을 확인하게 된다. 예술이라는 틀로 둘을 여전히 구분하려는 모습도 여전하지만, 저자의 말처럼 두 음악이 대중과 함께 한다면 둘의 그 케케묵은 갈등에 의한 간극은 충분히 극복될 수 있지 않을까?

 

 2. [밤의 여왕의 아리아] by 디아나 담라우

 영화 [플로렌스]"역사상 최악의 음치 소프라노"라는 타이틀로 홍보된 영화이다. 실존 인물인 플로렌스를 메릴 스트립이 연기하였는데, 실제 노래를 잘 하는 메릴 스트립 입장에서는 다소 곤혹스럽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사실 이 영화는 내가 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저자가 추천한 음반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오푸스 아르테) 때문에 주목하게 되었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도전한 극적인 고음 구사가 절대적인 고난도의 성악곡인 모차르트의 [마술피리]의 제2막 아리아 '밤의 여왕의 아리아'가 그 음반에 포함되어 있는데, 음반의 여성 소프라노가 바로 디아나 담라우(Diana Damrau)였기 때문이다. '밤의 여왕의 아리아'를 완벽히 소화하는 여성 소프라노가 그리 많지 않다고 하는데, 완벽에 가깝게 소화한 인물로 한국의 조수미와 독일의 디아나 담라우를 꼽는 경우가 많다. 일단 음색에서 차이가 있는데, 이건 듣는 사람에 따라 달리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오페라가 연기를 포함하고 있음을 감안하여 오페라에서의 둘의 모습을 살펴보면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으로는 디아나 담라우의 힘차고 카리스마를 내뿜는 연기가 오히려 '밤의 여왕'의 이미지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목소리를 빼고 연기적인 관점에서 말이다. 그 강렬한 이미지 덕분에 저자의 추천 음반에 더 공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3. [킹스스피치]에 사용된 음악에 관하여

 이 영화는 현재 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아버지인 조지 6세의 언어치료라는 실제의 소재를 다루었기 때문에 화제가 되었다. 왕의 언어치료를 위하여 클래식 음악이 등장하였으니 저자로서는 이 영화를 결코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었을 것이다. [피가로의 결혼] 서곡은 왕이 치료를 위하여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는 장면에서 처음 등장하는데, 이 곡은 그 경쾌한 시작과 함께 우리에게도 꽤 익숙한 곡이다. 이를 통하여 저자는 서곡의 두 유형, 즉 프랑스식과 이탈리아식에 대하여 설명한다. 딱딱한 이론이겠거니 싶지만, [피가로의 결혼] 서곡을 떠올린다면 이내 이 서곡이 처음에는 느리게 시작하여 빨라지는 프랑스식이 아닌 '빠르고(allegro), 느리고(adagio), 빠른(allegro)' 형태의 이탈리아식 서곡임을 금세 깨닫게 된다. 이런 부분이 바로 저자가 영화를 통하여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딱딱한 이론 강의가 아니라 익숙한 영화 속 클래식을 통하여 그 이론적인 내용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으니 말이다. 더하여 조지 6세가 독일의 침공 속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연설 장면에서 쓰인 곡, 베토벤의 교향곡 [제7번] 2악장이 베토벤이 나폴레옹의 침공으로 고통을 받던 오스트리아의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작곡하였음을 설명함으로써 그 교향곡에 담긴 의미와 그것이 왜 영화의 그 장면에서 선택되었는지를 이해하게 된다.

 

 4. [풍산개]와 슈만의 [미르테의 꽃]

 영화 [풍산개]에서 윤계상은 거의 대사가 없었다. 그렇기에 그가 김규리에 대하여 품은 감정은 그의 행동과 표정 등을 통하여 이해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 그의 감정에 대한 또 하나의 힌트를 추가한다면 바로 배경 음악 중 하나인 슈만의 [미르테의 꽃]일 것이다. 얼마전에 읽었던 [클래식이 알고 싶다]에서 슈만과 클라라에 대한 이야기를 자세히 접한 터라 사실 저자의 설명을 읽기도 전에 이 영화가 [미르테의 꽃]이라는 가곡에서 7번째 '연꽃'을 선곡한 이유에 대하여 이내 깨달을 수 있었다. 슈만은 자신의 스승임에도 불구하고 유명 피아니스트로 자리매김한 클라라와의 결혼을 결사적으로 반대하는 그녀의 아버지와의 오랜 갈등 끝에 클라라와 결혼하게 되었으니 그 감회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미르테의 꽃]은 바로 그러한 결혼을 앞두고 슈만이 작곡하여 클라라에게 헌정한 곡이었다. 그리 익숙한 곡은 아니지만 이 곡에 담긴 사연을 알게 된다면 전혀 클래식과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풍산개]에서 그 곡이 사용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5. [암살] : 사랑과 애국 사이에서

 무려 1,200만명이 관람한 [암살]은 딱히 말로 설명하지 않아도 대부분 그 내용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음악을 통하여 이 영화의 각 장면을 다시 떠올려볼 수 있다는 점이 바로 이 책의 또 하나의 매력임을 깨닫게 된다. 전지현과 하정우가 미라보 커피숍에서 처음 만나는 장면에 등장하는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1번]의 2악장으로서 '로망스(Romanze)'라 불리우는 부분, 이정재와 임시정부의 동료들이 즐거운 한때를 보여주는 장면에서의 드보르작의 [위모레스크]처럼 이 영화 역시 다양한 클래식이 등장한다. 그중에서도 인상적인 음악은 거사 직전 하정우와 전지현이 약혼자인 일본군 장교 사이에서 흘러나오던 슈만의 [어린이의 정경] 중 제7곡인 '트로이메라이(꿈, 환상, 몽상)'라 할 수 있다. 단조로운 선율임에도 누구나 순수한 어린 시절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이 곡은 그 순간이 앞으로 그들에게 펼쳐질 가혹한 상황 속에서 꿈처럼 아련한 시간임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6. 다양한 클래식으로 점철된 [그것만이 내 세상]

 배우 박정민이 극중 서번트 증후군의 천재적인 피아노 연주 실력을 지닌 인물을 연기하기 위하여 무려 900시간을 피아노 연습에 투자하였다는 사실로 화제가 된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 이 영화에서 그가 야외에서 놓여진 피아노로 여주하는 곡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월광]의 3악장이다. 이 영화를 찍기 전에 그는 피아노는 전혀 쳐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연주하는 대역과 사운드를 따로 입히면 사실 영화를 찍기에는 큰 무리가 따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배우 박정민은 자신이 직접 그 장면들을 연주한 것이다. 사실 음악과 피아노에 대하여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900시간을 투자한다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연주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약간의 미스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그것을 실제로 연주한 배우 박정민의 열정은 정말 대단한 것임에 틀림없다. 이 영화에 다양한 음악이 등장하기 때문에 저자는 그와 관련하여 다양한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를 이끌어내고 있지만, 개인적으로 배우 박정민의 사례를 통하여 음악이 개인의 열정과 노력에 따라서 어떻게 발현되는지를 확인하는 대목이야말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이었던 것 같다.

 

 영화에 사용된 클래식을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는 영화의 의미를 보다 깊게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클래식이 말하는 바가 바로 영화의 각 장면과도 매치되는 부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때론 들려지는 소리가 영화의 분위기를 이끌다가도 곡에 대한 사연이 영화의 이야기와 연관이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영화는 물론 클래식마저도 남다르게 느껴질 수 있게 된다. 그래서, [영화관에 간 클래식]다양한 영화와 클래식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에 읽는 사람마다 영화와 클래식에 대한 저마다의 생각을 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게 된다. 저자의 설명에 공감을 하면서도 그 영화와 클래식에 대한 색다른 해석을 해봄으로써 평소 부담스럽게 느꼈던 클래식을 보다 쉽게 우리의 일상으로 끌어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거기에 친밀감익숙함이 더해진다면 클래식은 더이상 우리와 별개의 존재가 아님을 우리는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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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치몬드

    클래식은 가사가 없어서 그런지, 제목을 외우기 힘들어 다시 찾기도 힘든데 영화에 음악은 그나바 접근이 쉬운 것 같아 좋아요.

    2019.11.14 18:55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그래서 자주 듣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리치몬드님의 말씀처럼 영화를 떠올리며 클래식에 나름의 스토리를 입혀 본다면 확실히 더 접근하기가 편할 것 같네요. 그런 점이 바로 이 책의 매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

      2019.11.14 23:25
  • 스타블로거 추억책방

    책찾사님~ 요즘 회사 행사에 잦은 저녁 모임으로 책 읽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간신히 시간 내서 오랜만에 찾아왔습니다.^^; 역시 꾸준한 독서습관과 리뷰로 풍성한 가을 보내고 계시네요.^^
    이번에 클래식 책 세 권을 책찾사님과 함께 서평단에 선정되어 기뻤고 책찾사님 리뷰로 덕분에 제 독서 기억도 생각이 나서 너무 좋았습니다. 주요 영화들에 대한 클래식 이야기도 쏙쏙 들어네요.^^
    <클래식이 알고 싶다>는 다 읽긴했는데 아무래도 리뷰는 주말에 써야할 것 같아요. 내일 또 회사에 행사가 있어서...^^;
    ps. 클래식책 한 권은 아직 무소식이죠? 언제 올려나?
    내일은 즐거운 금요일이네요. 편안한 밤 보내시구요. 즐거운 금요일 맞이하세요.(아참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으니 건강도 유의하시구요.^^)

    2019.11.14 21:58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안그래도 요즈음 추억책방님의 글을 보지 못하여 많이 바쁘신가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말이 조금씩 다가오니 이래저래 행사도 많고, 챙기셔야 하는 일들이 많으신가 봅니다. 그런 와중에 이렇게 글을 읽어주시고 댓글을 달아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저도 추억책방님과 이 책을 함께 읽으면서 서로의 리뷰를 통하여 다시 책의 내용을 떠올리며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한 것 같습니다. [클래식이 알고 싶다]에 대한 추억책방님의 글도 무척 기대가 됩니다. 내일도 행사가 있다고 하시니 주말에는 여유를 되찾으시길 바랄께요. ^^

      p.s 아직 도착하지 않은 책은 일단 예스블로그님께 문의를 드렸는데, 알아보시고 연락을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아직 따로 소식을 받은 것은 없구요. 배송 관련하여 소식을 받으면 바로 공유드릴께요. ^^

      2019.11.14 23:29
  • 스타블로거 ne518


    무서운 영화는 음악 때문에 더 무섭게 느껴지기도 하죠 음악 없이 모습만 보면 덜 무서울 듯합니다 이건 어느 장면이나 다르지 않겠습니다 말을 하지 못하는 사람 마음을 음악으로 나타내다니, 그 음악과 배경을 알면 왜 그 음악을 썼는지 바로 알겠지만 그게 아니어도 분위기로 알기도 하죠 음악은 말하지 않아도 조금은 마음이 전해지기도 하는군요 다 아는 건 아니지만...

    영화에 음악을 넣는 일 하는 사람은 이런저런 음악을 알아야겠습니다 영화음악을 영화에 맞게 작곡하는 사람도 있지만... 있는 곡을 딱 맞게 쓰는 것도 음악을 좋아하고 그걸 알아야겠지요


    희선

    2019.11.15 01:42 댓글쓰기
    • 파워블로그 책찾사

      희선님 말씀대로 영화와 음악은 불가분의 관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무성 영화에서 유성 영화로 넘어가는 단계를 영화에서 큰 변곡점으로 보는 것이 충분히 이해가 되더라구요. 보통 영화의 분위기 또는 배경으로 그친다고 생각했는데, 해당 음악에 담겨 있는 다양한 의미가 영화의 각 장면과 연결되는 것을 보면 확실히 영화를 살릴 수 있는 것이 바로 음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보는 입장에서도 영화에 쓰인 음악에 주목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

      2019.11.15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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