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자'와 '사랑'의 단어 조합만으로 이 작품은 제목부터 관심을 끌기에 충분해 보인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여 누군가를 죽이는 내용인지 혹은 살인자의 언뜻 이해할 수 없는 사랑에 관한 것인지 온갖 추측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도대체 [살인자의 사랑법]은 과연 어떤 내용일까?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라는 말은 기껏해야 모호한 개념에 불과하다. 진정한 사랑은 이런 한계조차 뛰어넘는 법이니까.
- p. 6 中에서 -
작품의 첫장을 장식하는 살인자의 이러한 독백만 놓고 본다면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왠지 지고지순한 살인자의 사랑을 다루는 것처럼 보여진다. 그렇지만 이내 부패를 막아주는 방부처리액을 갖고 작업하는 그의 모습은 우리의 막연한 추측이 헛다리를 짚었음을 금세 일깨워준다. 그는 이제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완벽한 불멸을 부여하기 위한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살인과 동시에 시신을 방부처리를 하는 것으로 말이다. 심지어 그는 살아있는 대상이 아닌 죽은 대상에 대하여 욕망을 느끼기까지 한다. 이러한 작업을 뒤로한 채 이야기는 시카고에서 기묘한 살인사건이 벌어지면서 시작된다.
한 여성이 물가에서 두 손에 얼굴을 파묻고 울고 있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가 실연 또는 슬픈 일을 겪어서 그런가 싶어서 내버려두지만, 한 남자가 그녀에게 괜찮냐고 말하면서 다가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성은 별다른 반응도 보이지 않았으며, 남자가 여자의 손을 들어보니 손은 무척 차가웠다. 여자는 이미 살해된 채 그러한 자세로 방치된 것이었다. 시카고에서는 이러한 기묘한 자세로 방부처리된 여성들의 시신이 연달아 발견된다. 특별한 목격자도 없고 단서도 없는 상황에서 시카고 경찰은 이미 다른 중요한 사건에 인력이 대부분 배정된 상태여서 FBI에 도움을 청하게 되고, FBI는 테이텀 그레이 요원과 범죄심리학자인 조이 벤틀리를 파견하게 된다. 발견된 여성의 시체들이 기묘한 자세와 방부처리가 되어 있다는 점에서 조이 벤틀리의 프로파일링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상황이었다.
애초 시카고 경찰 당국은 시신이 방부처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장의사와 관련하여 수사를 시작하지만, 조이는 여러 시신들을 비교한 결과 방부처리 기술이 날이 갈수록 향상되고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범인이 스스로 방부처리 기술을 습득하면서 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을 언급한다. 또한 공공장소에 기묘한 자세로 시신을 방치하면서 범인의 취향에 맞는 옷과 장신구로 시신을 꾸몄다는 점에서 범인이 절대적인 통제적인 상황에서 그러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을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주요 단서가 될만한 것들이 발견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조이의 역할은 더욱 커져만 간다. 조직과 규칙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자기 멋대로 수사를 하는 FBI요원 테이텀과 마찰을 빚으면서도 조이는 살인자가 죽은 여자와 연인 관계를 맺는다는 점과 또 그 관계가 지속될 수 없었기에 시신을 버렸다는 점을 알아낸다.
그러나, 뜻밖의 물건이 사건과 연관된 장소들에서 연이어 발견되면서 이야기는 새로운 국면으로 전환된다. 현재 시카고에서 벌어지는 연쇄 살인과 더불어 19년전 조이가 열 네살 무렵에 경험한 연쇄 살인이 교차되면서 전개되고 있었는데, 단순히 조이가 뛰어난 범죄심리학자가 된 동기로 보여진 그 과거의 이야기가 뜻밖의 물건으로 인하여 현재의 상황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하여 조이는 바로 과거에 자신이 지목했던 그 연쇄 살인마가 현재 시카고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저질렀다고 판단하게 된다. 시카고에서 이전의 해결되지 않은 사건들이 과거 연쇄 살인마가 저지른 것과 비슷한 방식이라는 점이 새롭게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테이텀은 이 상황에서 그러한 프로파일링이 조이의 과거 연쇄살인마에 대한 집착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하면서 둘의 협조 체계는 완전히 틀어지게 된다. 정말로 현재 벌어지는 이 엽기적인 사건의 범인이 과연 조이의 과거에서 잊혀지지 않던 그 살인마였을까?
[살인자의 사랑법]은 장르소설의 다양한 매력을 종합적으로 지닌 작품이다. 초반에 등장하는 살인자의 엽기적인 사랑에 의한 끔찍한 범죄 방법은 물론 그를 좇기 위한 FBI요원과 범죄심리학자의 조합으로 인하여 다양한 수사방식을 경험할 수 있고, 현재의 사건과 과거의 사건이 연결되면서 범인의 정체에 대한 혼란이 커지기 때문이다. 또 이러한 끔찍한 범죄가 과연 반사회적 인격장애로 알려진 사이코패스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특정한 인과관계에 의하여 비롯된 것인지에 대한 부분도 이 작품의 관전 포인트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테이텀과 조이의 조합으로 인하여 장르소설의 새로운 시리즈로 탄생될 여지가 있다라는 점이다. 마지막 장면에서 후속작에 대한 암시로 끝맺음 되면서 미묘한 관계로 전개되던 테이텀과 조이의 새로운 행보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작품의 성공으로 후속작이 출간되었다고 하니 그러한 기대가 마냥 헛된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적으로 아쉽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있었다. 우선 조이의 프로파일링이 너무나 쉽게 바뀐다는 점이다. 초반에는 연쇄 살인의 희생자들을 통하여 범인의 심리와 상황에 대하여 논리적이며 정밀하게 이루어졌지만, 그러한 프로파일링이 자신이 경험했던 과거 연쇄 살인을 떠올리게 되는 물건이 발견되면서 순식간에 방향이 틀어진 부분은 작위적인 설정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막바지에 범인을 특정하는 과정이 급작스럽게 전개가 된다는 점과 그 단서가 이전에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었다는 것을 본다면 결말에 대한 치밀함이 덜하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인지 이 작품의 후속작은 더욱 기다려진다. 미처 끝맺지 못한 조이와 과거 연쇄 살인과의 관계와 테이텀과의 콜라보, 그리고 이 작품에서 아쉽게 느껴진 부분을 더욱 가다듬어 치밀하게 탄생된 이야기로 말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